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들이 두려웠던 거야
집 밖을 나서다 보면 마주치는
경비 아저씨와 청소 여사님들.
반갑게 인사는 하지만
어쩐지 조금 어색해서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으려고
걸음을 늦추거나
괜히 타이밍을 재본다.
처음엔 그냥
낯설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가 피하고 싶었던 건
사람이 아니었다.
마주치고,
인사를 하고,
짧은 말을 몇 마디 나누고,
그러다 보면 조금씩 드러나는 나.
그리고 그다음.
내가 없는 자리에서
가볍게 오갈지도 모를 이야기들.
나는 그게… 좀 무서웠다.
걱정인 척 건네지는 말들 속에
사실은 평가나 추측이 섞여 있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겪어봤기 때문에.
누군가의 뒷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는 편하지 않은 편인데,
그 한가운데 내가 있는 건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 속의 나’를 피하고 있었던 거.
돌아보면
전 직장에서도 비슷했다.
사람들이 싫었던 건 아니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말들이
나를 더 지치게 했다.
그래서 더 조심했고,
그래서 더 멀어졌다.
힘들던 직장생활을 끝내고
백수가 된 지금에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때의 나는
괜히 눈치를 보고,
말 한마디에도 신경을 쓰다가
결국은 먼저 멀어지는 쪽을 선택하곤 했다.
그래,
그때의 나에게는
그게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다.
모든 마주침이
어떤 이야기로 이어지는 건 아니고,
설령 누군가가 나에 대해
무언가를 말한다고 해도
그건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그냥
인사 한 번 하고,
지나가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짧게 닿고,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굳이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깊어지지 않아도 되는 관계.
그래서 언젠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도
나는 그냥 인사를 하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적당히 닿고,
적당히 나를 지키면서.
그래도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