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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DAY31_맥주를 공짜로? 텍사스 독일 마을!

세계일주 시작, 45일간의 미국 로드 트립

by 현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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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한적한 Rest Area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어젯밤, 지도를 보며 미리 저장해둔 따스한 분위기의 카페가 생각나 곧장 향했다. 마을로 들어서자, 괜히 마음이 포근해졌다.

정돈된 거리, 귀여운 건물, 잔잔한 분위기… ‘여기 관광지인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긴 바로 텍사스에서 유명한 독일 마을, 프레더릭스버그(Fredericksbur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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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이름은 Caliche Coffee.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내부는 이미 동네 주민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커피와 아침 메뉴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우리는 배가 고프지 않아 카페라떼 두 잔을 주문했다. 라떼는 묵직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하루의 시작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졌다.


사실 이 날은 브런치스토리에 내 첫 글을 올린 날이었다. 조심스레 시작한 기록,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게시했는데, 뜻밖에도 많은 분들이 글을 읽어주셨다. 그리고 백짝꿍은 첫 글 업로드 축하한다며 ‘응원하기’ 기능으로 후원까지 해줬다.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나도 더 열심히,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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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나와 근처 화장실을 찾다 길 건너 작은 박물관에 들어갔다. 겉모습은 마치 소품샵처럼 아기자기했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다양한 소품들, 텍사스의 목화 재배 역사와 관련된 전시물들로 가득했다. 또 독일 이민자들과 관련된 책들도 판매 중이었는데, 이 마을 특유의 따뜻함이 이 작은 공간에도 스며있는 듯했다. 프레더릭스버그에 들른다면 꼭 들러보길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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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나서 마을 광장으로 향했다. 11월의 텍사스, 눈은 없지만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거리를 아름답게 물들였다. 따뜻한 햇살 아래 빛나는 장식들과 트리, 이국적인 풍경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길을 걷다 보니 사람들로 북적이는 큰 식료품 상점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가 보니, 대부분의 음식을 시식할 수 있게 해두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이런 곳은 천국이다. 뭐가 맛있을지 몰라 망설이다가, 하나하나 맛볼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한편에선 사람들이 맥주 한 캔씩 들고 안주삼아 시식을 즐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나도 맥주가 땡겨서 한참을 둘러봤지만, 정작 맥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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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계산대 근처에서 발견한 깜짝 문구, “FREE BEER.”


미쳤다. 자본주의의 끝판왕 미국에서, 공짜 맥주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신나게 맥주 두 캔을 받아 건배했고, 안주 삼아 이것저것 시식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을 탐방 시작.
한 마트에선 디제잉 소리가 들려 안으로 들어가보니, 한 남자분이 정말로 디제잉을 하고 있었다. 일반 마트에서 이런 광경을 본적이 있을까? 역시 텍사스의 독일 마을,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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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상점 이름은 “Something for Men.”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바베큐 용품, 부츠, 앞치마, 벨트 등 정말 남성 맞춤형 상품들로 가득했다. 흥미롭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시대 변화에 따라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네이밍이겠다는 생각도 스쳤다.


이제 차로 돌아가려는데, 독일 마을 입구에 커다란 와인 상점이 보여 들어가 봤다. 알고 보니 텍사스는 미국 4대 와인 산지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상점에선 100% 텍사스산 포도로 만든 와인만 판매한다고.

한 연세 지긋한 여성 직원께서 처음엔 다소 신경질적인 말투로 응대하셔서 당황했지만,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게 그냥 이분의 스타일이란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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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와인을 하나 고르자, 직원분이 조심스럽게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하고 물으셨다. 내 나이를 듣고는 크게 놀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젊음의 아름다움은 축복이에요.”

그 말이 참 가슴에 남았다. 나는 한 번도 내 젊음에 대해 감사해본 적 없었는데, 그 따뜻한 한 마디 덕분에 지금의 시간들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프레더릭스버그는 그냥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마을이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하루를 선물해주었다. 언젠가 다시 꼭 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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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진 우리는 타이 음식점을 찾아보았다.
내 맛집 레이더에 딱 걸린 곳은 포장 전문점. 사진만 봐도 음식 퀄리티가 느껴졌다. 차를 몰고 도착하니, 허허벌판에 컨테이너 박스 몇 개가 놓여있었다. 정말 여기가 음식점이 맞나 싶었지만, 문을 여니 세상 친절한 주방장님이 환하게 맞아주셨다.


그 분은 태국 파타야에서 호텔 셰프로 근무하다 미국으로 오신 분이었다. 이력을 듣자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확 올라갔다. 나는 똠양꿍 누들, 백짝꿍은 코코넛 커리, 그리고 사이드 만두를 주문했다.


음식을 들고 근처 공원으로 가서, 아까 구매했던 피클과 함께 먹었는데, 재료가 얼마나 신선한지 새우가 진짜 오동통했다.


그날의 모든 순간, 사소한 것 하나까지 소중하게 느껴졌고, 그게 바로 여행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아마 이 하루는 오래도록,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백김밥로드 유튜브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lD2kYNDXt-s?si=Y_j11tlC-PoChm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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