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자전거 부부, 독일 맥도날드에 감동하다.

고생 끝에 먹는 맥도날드의 맛

by 현존

자전거로 유럽일주 15일차, 누적 주행거리 약 525km


오전 10시, 우리는 힘차게 출발했다.

오늘은 독일 벤스하임에서 Oftersheim까지 약 42km를 달리는 날이다.

Oftersheim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있는 작은 도시로, 만하임 근처에 자리한 조용한 주거 도시다.


어제는 일요일이었다. 독일은 일요일이면 대부분의 마트가 문을 닫는다. 우리가 머물렀던 벤스하임은 꽤 작은 마을이었고, 단 하나 있던 아주 작은 마트마저 굳게 닫혀 있었다. 결국 주유소 편의점에서 생수만 겨우 구입했다.


그렇게 저녁은 가방에 남아 있던 재료를 모조리 털어 만든 ‘양송이마늘볶음밥’이 되었다. 양송이와 마늘, 남은 밥, 소스 몇 방울까지 싹싹 긁어 넣어 만든, 말 그대로 생존형 볶음밥이었다.

그 와중에 할아버지가 주신 와인 두 병이 아니었다면 조금은 서러웠을지도 모른다. 그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우리를 위로해주는 마음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다짐했다. 조금만 달리다가 맥도날드에 가자고. 어제 먹은 게 없어서 힘이 안 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페달은 가볍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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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와인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맥도날드를 향해 달린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둘 다였을 것이다.


달리다 보니 엄청 넓은 밭에 양파가 뽑혀 널려 있었다. 햇빛 아래에서 말라가고 있는 양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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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짝꿍이 배가 고팠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우리 하나 가져가서 요리할까?” 물론 농담이었다. 그런데 그 농담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 배가 고프면 세상 모든 것이 식재료로 보이는 법이다.


독일에서 자전거를 타며 흥미로웠던 건, 수많은 동네를 지나는데도 길에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집은 많고, 크고, 정갈한데, 거리는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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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짝꿍은 우리가 사람이 밀집된 곳에서 살아와서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겠다고 했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 고요함이 당연한 일상일 것이다.

아마 이 동네 분들이 서울에 오면, 여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하고 놀라지 않을까.

기준은 늘 내가 살아온 환경에 맞춰져 있다는 걸, 이런 조용한 길 위에서 새삼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드디어 맥도날드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가 알던 그 정신없고 기름 냄새 가득한 패스트푸드점이 아니었다. 마치 깔끔한 레스토랑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햄버거를 각자 하나씩, 그리고 치즈버거 하나를 추가로, 감자튀김과 콜라까지 주문했다.

우리만의 철칙이 있다. 맥도날드는 치즈버거가 진리라는 것. 치즈버거는 빠질 수 없다.


백짝꿍은 자신이 주문한 ‘필리 치즈 스택’을 열어보며 감탄했다.

맥도날드에서 이렇게 예쁘게 생긴 햄버거는 처음 본다고. 정말 그랬다.

이건 우리가 알던 패스트푸드 햄버거의 모양이 아니라, 어쩐지 수제버거 같은 퀄리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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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까 떠올렸던 생각이 다시 스쳤다. 동네를 다녀도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었지. 우리는 자전거에 커다란 가방을 그대로 둔 채 맥도날드 안으로 들어왔다. 잠깐 불안한 마음이 스쳤지만, ‘독일은 신뢰다’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


거의 쫄쫄 굶고 먹은 햄버거는 정말 꿀맛이었다. 치즈버거 한 입에, 감자튀김 한 개에, 콜라 한 모금에 몸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어제 양송이마늘볶음밥을 먹으며 살짝 서러웠던 우리의 위장을 위로해주는 맛이었다.(물론 그 마저도 맛있게 먹었지만ㅎㅎ..)


맥도날드를 먹고 다시 달리는 길, 다리에 터보를 단 것처럼 씽씽 나아갔다.

숲속 길을 5km나 직진하며 달렸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고, 자전거 바퀴는 일정한 리듬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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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길이 험해졌다. 이게 정말 자전거를 달리라고 만들어놓은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결국, 엎어졌다...(이제 엎어지는건 일상처럼 느껴진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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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는 베어진 나무들이 많았는데, 그 나무들에서 상쾌한 향이 강하게 올라왔다. 넘어진 상황인데도 숲 향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여행은 늘 이런 식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또 다른 감각이 나를 붙잡는다.


오후 1시 30분

우리는 잠시 커피를 마시기 위해 Mannheim에 도착했다.

라인강과 네카어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도시로, 격자형 도로 구조가 특징적인 곳이다. 산업과 상업이 발달한 도시지만,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여유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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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휴대폰 배터리 문제로 촬영을 많이 하지 못했다. 조금 아쉬웠지만, 모든 순간을 카메라에 담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기억하면 되는 날도 있으니까.


오후 3시 30분, 출발 5시간 30분 만에 독일 Oftersheim의 에어비엔비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양질의 식사를 하자고 다짐했다. 근처 마트에서 재료를 사 와 버섯크림뇨끼와 양념 삼겹살, 그리고 샐러드를 해먹었다. 정말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식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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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도 여행의 일부이고, 치즈버거도 여행의 일부이고, 넘어짐과 숲 향기까지도 모두 오늘의 기록이다.

우리는 여전히 달리고 있고, 여전히 잘 먹고, 가끔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난다.

그렇게 525km 위에 또 하루를 얹었다.



백김밥로드 유튜브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O8dcK_BfG4w?si=92Y28XF7kVRSzWU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