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

by 율리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Life goes on (삶은 계속된다)이라는

말을 대개 좋아하긴 하는데,..

그리고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의 인생이라고

근데 제가 항상 살아가는 일상이 모여서 Life(삶)가 되는 것처럼

매일매일의 일을 하는 것,

내가 오늘을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내는 것

그것이 그냥 저의 삶을 계속 가게 하는 그거 인 것 같아요.



손석희의 질문들이라는 프로그램에 배두나 배우가 출연했다.

이제 마흔을 넘긴 배우로서 혹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인간 배두나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손석희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배우라면 더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 노메이컵을 가장 선호한다는 배두나는 프로그램 내내 진솔한 답변으로 ‘배두나다움’을 보여주었다. 영화가 미칠 사회적 영향력을 어느 정도는 믿는다며, 조용조용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 절로 집중하게 된다.



배두나1.JPG 이미지 : 손석희의 질문들_배두나편





지금, 내 삶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은 뭘까?


‘회사 내에서의 타이틀과 일을 빼고 나면 내게 남는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찾아온 번아웃으로 2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집단에 소속된 나,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이제는 좀 다르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한동안은 직장인으로서의 오랜 정체성과 습관을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서둘러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 마감 시간을 지켜해야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하루가 낯설어 허둥댔다. 그런 시간들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고, 한동안은 몸이 많이 아팠다. 야근을 해도 끄떡없던 체력은 급격히 떨어져 겨울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다. 갱년기와 겹쳐 관절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어떤 날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힘들기도 했다. 병원을 다니며 운동도 하고, 1년 가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도 완전히 건강했던 상태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회복 중이다.



요즘 나는 책도 읽고 글을 쓰며 남은 삶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하며 살지 부지런히 탐색 중이다.

한 번도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나는 새로운 도전, 혼자 하는 일 앞에 자주 주저하고 불안해한다. 긴 시간 조직 안에서만 일을 하며 나는 뼛속까지 직장인이었구나, 온실 속의 화초였구나 느낄 때도 많다. 이럴 때 내 삶은 두렵고 앞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고 마음은 소란스럽다.

펼쳐 놓은 책에 시선은 두고 있지만 진도는 전혀 나가지 않는다. 초조하게 거실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커피를 마셔 보아도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좀처럼 집중이 안 될 땐 가만히 있기보단 움직이는 게 최고다. 노트북과 책 한 권을 챙겨 근처 카페나 도서관에 간다. 열심히 읽고 쓰고 공부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나도 읽다 만 책을 읽고, 일기도 쓰고 짧은 글도 쓴다.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은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고 조금은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 힘들 땐 그냥 이렇게 그 순간을 열심히 살자’ 속으로 되뇌곤 한다.



man-using-laptop.jpg 이미지 : freepik




삶이 두렵고 불확실한 현실로 다가올 때가 있다.

가족 중 누군가 아프거나 사고가 날 수도 있고, 갑자기 일을 그만두거나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가 깨지기도 한다. 크고 작은 일에 우리의 일상은 쉽게 흔들리고 균열이 생긴다. 그 균열을 따라 불안이 점점 커질 때 우리는 별 일 없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도 한다.

사회, 경제, 우리를 둘러싼 여러 상황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소란스럽다.


씩씩하게 한 걸음 내딛기가 힘들어도,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

힘든 순간을 넘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주어진 시간,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다.

아직은 내가 뭘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신 없고,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날이 많다.

자신감이 자꾸 꺾이고, 초조함이 몰려오기도 한다.


그럴수록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 오늘 하루에 충실하려 애쓴다.

매일 내가 하는 일은 현재의 나를 보여준다.

미래에 내가 되고 싶어 하는 나를 향해 가는 길이다.

오늘 내가 보내는 하루들이 쌓여 한 달을 만들고, 일 년을 만들 것이다.

배두나 배우의 말처럼 ‘매일매일의 일을 하는 것, 내가 오늘을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내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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