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이지는 않지만 끝까지는 합니다.

내 속도와 한계를 인정하고 천천히 나아가는 법

by 율리


작년 6월부터 몸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더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가끔은 걷는 일조차 버거울 정도로 온몸에 힘이 빠지기도 하고, 몇 달 동안 감기도 달고 살았다.

운동도 하고 병원 치료를 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온전히 건강하던 상태로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의사 선생님은 없는 에너지를 끌어다 쓰다 보니 몸에 무리가 갔다고 하셨다. 하지만, 사람들이 들으면 놀랄 정도의 일정을 소화하거나 특별한 성과를 만들어 낸 것도 아니었다. 오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는 오히려 더 많았었다. 게임도 하기 전에 퇴장당한 선수처럼 억울한 마음도 있지만, 퇴사 이후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심리적 부담감이 컸었던 것이라 위안해 본다.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에너지 때문에 괴로워하다 우연히 읽은 책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내 한계를 받아들인다.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

뭐든 천천히, 꾸준히 해나간다.

(...)

나처럼 열정도, 에너지도 평균 이하인 데다 별 재능도 없고 대범하지도 않은 사람이 오래 일하려면 무리해서는 안 된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


- 한수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돌이켜보면, 나는 늘 내가 고민이었다.

맺고 끊음이 확실하지도 않고 우유부단하며 뭔가에 확 빠져 본 적도 열정을 불살라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도 없었다.


‘나는 왜 남들처럼 악착같이 뭘 하지 못할까?’

‘나는 왜 열정도 에너지도 없이 뜨뜻미지근할까?’


주어진 상황이나 처지를 생각하면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함에도 나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은 늘 있었다. 공부도, 글쓰기도, 새로운 도전도,..

그런 사람을 보며 내 안의 에너지를 다 쓰지 않는 것 같은 나를 자책하기도 하고, 그런 내가 나도 늘 고민이었고, 불만스러웠다.

그래서,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뭔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악착같이 뭔가를 해보려 시도해보곤 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시도는 거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가끔은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했다. 밤샘 작업을 하고 나면, 다음날은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쳐 있거나, ‘〇〇일 글쓰기’, ‘〇〇일 그림 그리기’ 같은 건 〇〇일을 채우기가 힘들었다. 어쩌다 한번 성공하더라도 그 일정이 끝나면 한동안은 지쳐서 글쓰기나 그림으로 좀처럼 되돌아가지 못하곤 했다.

열심히 살고 있지 못하는 느낌, 남들보다 속도가 느린 데서 오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있지만 몇 번의 시도와 실패 후 이제 나는 내 페이스를 인정하고 내 한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woman-walking-beach.jpg 이미지 : freepik



사람들마다 에너지를 쓰는 방법은 다르다.

젊고 열정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뜨뜻미지근하지만 꾸준하게 일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든,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은 언제나 아름답고 멋지다. 나이, 체력과 관계없이 한계를 넘어 튼튼한 근육과 체력을 만든 분들의 이야기는 존경스럽다. 살면서 한 번쯤(어쩌면 몇 번쯤) 일이든 사랑이든 뜨겁게 에너지를 불태우는 순간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내 신체적 상황과 현재 환경에 맞게 걷고 움직인다.

속도는 느리고 불꽃처럼 확 피어오르지는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꾸준히 하려 애쓴다.


함께 글쓰기를 했던 사람들의 출간 소식과 더불어 좋은 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온다.

축하해 주는 마음 한편에는 조바심이 올라오지만, 내 페이스를 잃지 않고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흔들리지 않고 일상의 루틴을 지키며 하나씩 하나씩 해야 할 일을 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young-artist-making-nice-sketch.jpg 이미지 :freepik


작가의 이전글일상의 희망을 찾는 법, 차분한 희망, 세바시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