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글을 좋게 만들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다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바람이 있을 것이다.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일까?
깊은 사유와 철학으로 새로운 통찰이나 깨달음을 주는 글일까?
자각과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해주는 글일까?
학교 가는 길
김정애
학교 가는 길
친구들이 다녔던 길
학교 가는 길
언니 오빠 따라가던 길
아버지가 못 가게 하던 길
학교 가는 길
내 아이 입학 졸업식에 가는 길
내 손주 마중 나가는 길
학교 가는 길
늘 가보고 싶었던 길
나를 위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
학교 가는 길
칠순 넘어 힘들지만
손꼽아 기다려지는 길
친구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길
학교 가는 길
나도 책가방 메고 가는 길
나도 가게 된 그 길
행복한 이 길을
오늘도 난
기쁜 마음으로 걷고 있다.
호박시
김순이
시라는 게 다 뭐꼬?
배추시 아니면 고추시
그럼 아니 아니 호박시
호박시를 한번 심어볼까?
내 평생 시라고는 종자 씨앗으로만 생각했다
호박시를 큰 화분에 심어놓고
매일같이 시가 되어 나오라고 기도를 했다
한 달이 지나도 시는 나오지 않고
싹이 터서 파란 두 잎이 나오더니
줄기가 뻗어나가고 꽃이 피고 호박이 열리더라
아하, 시란 놈은 이렇게 꽃이 피고
열매가 대롱대롱 매달리는 거로구나!
이 책은 성인 문해교실에서 뒤늦게 한글을 배우며 어머니들이 쓴 시 100편을 김용택 시인이 엮은
『엄마의 꽃시』라는 책에 나오는 시다.
글을 쓰면서 항상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를 많이 고민했다.
내 지식과 경험의 부족, 사유의 얕음 때문에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연히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 기술이 뛰어나거나 지식이 많거나 혹은 다른 사람과 다른 특별한 경험이 있다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게 아님을 새삼 깊이 느꼈다.
『엄마의 꽃시』에 글을 쓴 어머니들은 대부분 먹고살기에 바빠서, 가난해서, 딸이라는 이유로 공부는 엄두도 못 냈다.
평생 글이란 걸 모르고 살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늘 다른 사람을 위해 가던 ‘학교 가는 길’을 칠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 비로소 나를 위해 간다. 뒤늦게 배운 글 덕분에 이젠 내 이름도 쓰고, 간판도 읽을 수 있다. 배움의 기쁨에 밭을 매고 씨앗을 심으면서도 글을 생각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책을 엮으며 ‘어머니들의 시 앞에 고개 숙여 목이 메인다’고 한 김용택 시인의 말처럼,
책에 있는 한편 한편 글을 읽으며 울고 웃다가 자주 목이 메고 지나온 어머니들의 삶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누구의 삶이든 삶은 존엄하고 소중한 것임을,
세상에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음에도,
때로는 너무 나태하고 편안한 고민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의 삶을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좋은 글이란 결국 각자의 삶에 대한 존중,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마음 만으로도 충분한 것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좋은 글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투박하고 서툰 표현일지라도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라면 충분하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말자.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를 생각하며 있는 그대로 마음을 담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보자.
-글쓰기로 오십을 바꾸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