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쓰지 않았던 시간도 소중하다

by 율리
아무것도 쓰지 않았던 시간도 소중하다.png 이미지 : freepik




난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 호원숙 엮음,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고(故) 박완서 선생이 문학평론가 박혜경 님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박완서 작가는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나목』이라는 작품이 당선되어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동안 계속 글을 써왔던 사람이 아니라 당시 심사를 맡았던 심사위원 중에는 후속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염려했던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박완서 작가는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한국전쟁, 오빠와 숙부의 죽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시간을 견디며 언젠가는 이 모든 경험을 글로 쓰리라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언젠가는’이 항상 위로됐다고 한다.



박완서.JPG 박완서 작가 , 이미지 :나무위키





문단에 데뷔한 이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를 비롯해 많은 소설과 산문을 쓰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 나갔다. 박완서 작가는 결혼 후 다섯 자녀를 낳아 양육하고 시부모님을 모시며 주부로서 열심히 살았다.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이걸 꼭 글로 쓰리라 꾹꾹 눌러 다짐했던 이야기들은 등단 후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는 힘이 되어주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 내게 대단한 성과나 뛰어난 결과물이 없다고 지난 시간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그 시간도 우리는 내 삶을 열심히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묵묵히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있다. 의미 없는 시간과 경험은 없다.




<글쓰기로 오십을 바꾸다> 내용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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