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님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8p -
신형철 님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이 책은 2010년 이후 몇몇 일간지와 문예지에 발표한 신형철 작가님의 글을 모은 책이다.
주제에 따라 1부 슬픔, 2부 소설, 3부 사회, 4부 시, 5부 문화로 나누어 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뽑자면 슬픔과 공감이 아닐까?
누군가를 기다리는 뒷모습, 고된 노동에 지친 뒷모습 등 뒷모습을 주로 그리는 독일 화가 팀 아이텔(Tim Eitel)의 표지그림은 닿을 수 없는 타인의 뒷모습을 절묘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타인의 슬픔을 우리는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리 그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결코 똑같이 이해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향해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인간은 심장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슬픔을 공부하는 심장’이기 때문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27p-
나는 결코 네가 될 수 없지만 그렇다 해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작가는 묻는다. 그래서 ‘슬픔에 대한 공부는. 슬픈 공부’다.
‘폭력이란?
어떤 사람/사건의 진실에 최대한 섬세해지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데서 만족을 얻는 모든 태도’
더 섬세해질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기를 택하는 순간, 타인에 대한 잠재적/현실적 폭력이 시작된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94p-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의 저자인 파커 J. 파머는
“정치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위한 연민과 정의의 직물을 짜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릴 때,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이들이 맨 먼저 고통을 받는다”라는 헌사로 책을 시작한다.
정치가 영혼을 구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비통한 자들의 고통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의 일이어야 한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190p-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어서 어떤 이는 가난하고 어떤 이는 아플 수도 있고,
모두의 삶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누군가는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다.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더 많이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정보를 얻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회에서 작가는 우리 사회에 결여되어 있는 것은 ‘지성’만이 아니라 ‘감수성’이라 말한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에 대한 이해, 차이가 만드는 ‘차별’을 예방하거나 비판할 줄 아는 능력이다.
섬세하고 예민하게, 때로는 희망과 절망을 오가면서도 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바라보는 그의 글은 여러 번 읽기를 멈추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시대에 글쓰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감수성’이라는 것이 쉽게 길러지는 것도 아니며, 정치‧사회적인 문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문을 던진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도 아니라 그는 말할지도 모른다.
신형철 작가는 이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피 흘리는 고통과 함께 깨달아도 또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 것이 인간이므로 인생은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 작가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가 잘 모르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려 애쓰며, 더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일에 상대와 똑같은 고통과 슬픔을 느끼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해야 한다.
애쓴 만큼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삶을 이해하고,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고,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슬픔을 공부하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 애쓰며, 질문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