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다. 요즘 달리기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달리기를 통해 하루키가 전하는 그의 이야기를 다시 새기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이 책은 2005년 8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하와이, 일본, 보스톤, 뉴욕을 오가며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참여하며 달리기와 인생, 소설에 대한 그의 생각들에 관한 에세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달리기에 대해 정직하게 쓴다는 것은 나라는 인간에 대해 정직하게 쓰는 일’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선택한 지난한 달리기의 여정과 고통을 통해 하루키라는 사람이 어떤 태도로 소설을 쓰는 지, 삶이라는 것을 어떤 메타포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개인적으로 나는 소설보다는 그의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
조용하고 말없는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되는 달리는 시간을 즐긴다. 하루에 1시간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달리며 그는 어제의 자신을 극복하려 애쓰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존재의 가능성과 고유성을 자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소설을 계속 써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소설가로서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재능, 집중력 그리고 지속력을 들었다. 집중력과 지속력은 개인이 지닌 재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후천적 요소로 하루키가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보다 타고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그래서 달리기, 수영, 사이클과 같은 강도 높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물리적으로 신체를 단련시키고 극한으로 몰아간다.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써나가며 의식을 집중해 일을 하는 것이, 자기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정보를 신체 시스템에 계속해서 전하고 확실하게 기억시켜’ 놓는 그의 방법인 것이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28p-
책 속에 여러 문장이 나오지만 이 문장이 소설가로서의 그의 태도, 삶을 대하는 그의 자세를 볼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마다 타고난 육체적 조건이 다르고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나’라는 연료를 연소시키는 일, 그는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사는 것이 메타포라 강조한다.
원하지 않는 일, 무의미한 어떤 일에 육체적, 정신적 노력을 다해 자신을 소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존재로서의 자기를 증명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 부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의 방식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묘비명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고 했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59p-
이른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작가로서도 러너로서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힘은 혼신의 힘을 다해 과정과 그 순간에 집중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마라톤, 트라이애슬론처럼 ‘하나씩 하나씩 그런 레이스를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이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려는 그의 의지. ‘자신의 신체를 실제로 움직임으로써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통한 그의 깨달음과 배움을 읽다보면. 운동화를 신고 당장 나가서 달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