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밍밍하고 잘 써지지 않는 이유
커피 한잔을 들고 책상 앞으로 간다. 한글 문서를 열고 빈 화면을 한참을 바라본다.
‘오늘은’이라고 썼다,.... 지우고,
‘어느 새’라고 썼다,.... 지우고, 이번에는 ‘날이 많이 쌀쌀해졌다’라고,... 적어본다.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에 환해진 바닥의 장판 무늬를 멍하니 구경하다, 다시 지운다.
매일 꼬박꼬박 한 편의 글을 쓰는 지인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매일 쓸 수 있는지, 어떤 글을 주로 쓰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녁에 집에 오면 하루를 쭉 돌아보고 그 날 있었던 일을 그냥 써요.”
평범한 날들의 반복처럼 보이는 날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제와 오늘이 다름을 우리는 알 수 있다(내 첫 책에도 나는 그렇게 썼다). 하늘도 다르고, 날씨도 다르고, 걸으면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달라진다.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면, 모든 장면을 눈여겨보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그 순간을 기억하려 애쓰게 된다. 하지만 저녁에 돌아와 노트북을 켜면 오늘 치의 기억과 생각들은 순식간에 흩어지고 빈 화면과 나만 남는다.
'질문'에 관한 글을 쓰려고 요즘 책도 읽고 영상도 보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직 시작을 못하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 못한 탓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중-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글쓰기 소재는 경험이나 사유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의 경험은 알고 보면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고 우리가 하는 생각도 고만고만할 지도 모른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결국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의 경험과 엇비슷한 생각들을 어떻게 풀어내는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더 깊이 재료들을 숙성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리라.
멸치 세 마리를 들고 서른 마리의 육수를 기대하니 시작이 어렵고 생각이 부드럽게 잘 흘러가지 않는 것은 아닌지 내 상태를 점검해보게 되는 글이다.
책에 나오는 말처럼 신은 내게 완벽함은 안 주시고 어설픈 완벽주의만 주셨지만 그렇다고 신을 원망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설익은 밥을 몇 번 지어봐야 잘 익은 밥을 지어내는 능력이 커지는 것처럼 어설픈 글이지만 꾸준히 쓰는 일이 중요함을 마음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