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은 평범한 속에 있다.

by 율리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만족스러운 급여와 심리적인 안정, 내가 익히 알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바뀌어야 했다. 내 꿈을 좇아야 했다. 비록 그것이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 해도. 늘 마음속으로는 바라왔으나 뛰어들 용기를 내지 못했던 꿈, 그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341p-



나를 찾고 싶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싶어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해서,...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회사를 그만두고, 직장을 옮겨 보기도 하고,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도 한다.

우리는 낯선 경험, 일상을 벗어난 어떤 시간과 인연을 통해 자신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과 경험들이 우리에게 답이 되어주기도 하고, 길이 되어주기도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여행의 끝, 도전 끝에 원했던 답을 갖지 못한 채 돌아오는 사람도 많다.


같은 경험도 왜 어떤 사람에겐 길이 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까? 경험은 어떻게 답이 될 수 있을까?


경험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하고 의미 있다.

하지만 경험 자체가 내가 고민하는 문제의 답이 될 수는 없다.

그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우고 알게 되었으며, 삶에서 그것을 어떻게 엮어 내는가에 따라 이후의 시간이 달라진다. 살면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고민에는 단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결과와 관계없이 과정에서 답을 찾기도 하며, 때로는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해결되는 문제도 있다.

결국, 경험을 통해 현명한 답을 찾고 길을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내 태도와 생각일지도 모른다. 내 생각의 깊이와 태도에 따라 어떤 경험은 답이 되고, 어떤 경험은 그저 좋았던 경험으로 남는 건 아닐까?


『순례자』는 저널리스트이자 극작가, 음반회사의 중역 등 바쁘게 살아가던 파울로 코엘료가 700km에 달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 후 쓴 책이다. 이 순례길의 경험을 통해 그가 알게 된 것은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미지 : freepik



글을 쓰며 나는 늘 내 빈약한 경험과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함을 고민한다.

글이 잘 써지지 않거나 멋진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빈곤한 경험 탓이라 생각하곤 한다.

내게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이 있었다면, 나는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다. 그건 경험의 문제는 아니다.

계속 쓸 수 있을까 하는 의심, 스스로 미흡하다 여기는 마음이 글쓰기를 이어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곤 한다. 밥 먹고, 자고, 일하고, 공부하고,...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각자의 삶은 특별하다.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특별한 한 순간을 찾아내는 것,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시간이 의미 있는 순간으로 변하는 것은 일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과 태도에 달려있다.


특별함은 평범한 속에 있음을 아는 것, 그것이 내게는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경험이자 힘이다.



high-angle-coffee-cup-notebook-arrangement.jpg 이미지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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