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보라북토크 차인표 작가
글이라는 게, 소설이라는 게
(...)
장면을 묘사를 잘하거나 문장을
수려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소설이라는 것은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알려주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는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느냐,
그들에게도 사정이 있고,
어떤 피치 못할 일들이 있다는 것을
같이 상대의 입장이 돼서 공감을 해야
상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대상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마음,
그것이 글쓰기를 하는
주된 목적이자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차인표 님이 쓴 소설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필수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연기자가 아니라 작가로서, 교보문고에서 강의한 그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소설이 잘 안 써져서 고민이라는 한 독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1997년 어느 날 그는 우연히 TV로 보게 된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아픈 역사에 분노하고 마음 아팠던 그는 그 이야기를 흘려 버리지 않고 간직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나눔의 집>에서 종종 봉사활동을 하고 수년에 걸쳐 꾸준히 자료조사도 하고 기록했다. 그렇게 해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라는 소설을 완성했다.
독학으로 작문을 배워가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소설을 완성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우리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 외형적인 성공에 쉽게 눈이 간다.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본질이나 가치관은 간과하기 십상이다.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해 보이는 세상에서 자칫 나의 불행만 생각하기 쉽다.
글, 문학이라는 것은 이럴 때 한 번씩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누군가의 처지를 생각해 보게 하고,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자각하게 한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세상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알려주는 것.
그것을 통해 우리가 자신을,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것.
이것이 작가의 역할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데 문학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성공하는 것은 운도 많이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하지만
성공한 사람이
그곳에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법칙이 항상 똑같다.
뭔가를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들이 있어야 된다.
남들이 하는 건데, 당연히 누리는 건데
그 누리는 것으로부터
자기를 절제하는 것.
(...)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 어느 날 박찬호 선수가 차인표 님을 찾아왔다.
당시 박찬호 선수는 한참 인기를 구가하던 총각 선수였고, 그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인기 스포츠선수가 특별한 날 지인들과 술 한 잔쯤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를 환영하는 화려한 자리는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유혹을 피해 차인표 님의 집을 찾았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이렇게 보내서 어떡하냐는 차인표 님의 말에 박찬호 선수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운동, 연기, 음악,.. 어떤 분야든 최고가 되는 것은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더 어려운 건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
박찬호 선수가 말하는 비결은 안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으레 따라올 것 같은 화려한 장소, 사람들, 때론 놀고 싶고, 빡빡한 훈련을 벗어나 쉬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자기를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고, 오랫동안 이어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다. 그만큼 당연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고 스스로를 절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뜻할 것이다.
성공은 오로지 나의 힘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도움도 있었을 것이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성공이라는 것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이것을 어떻게 다루고, 이것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할지가 달라지는 건 아닐까?
차인표 님은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인기가 찾아왔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됐고, 다른 사람보다 이름이 알려져 있을 때 쓰임새 있는 좋은 일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한 적이 있다.
유혹에 빠지기 쉬운 날 박찬호 선수가 같은 분야 선배도 아닌 그를 찾아간 이유는 이런 삶의 태도로 살아가는 차인표 님이었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연기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지, 그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의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