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운을 관리하는 방법
일은 잘 하지만 성격 더러운 사람, 일은 못하지만 성격 좋은 사람, 당신은 누구와 일하고 싶은가?
가끔 이런 질문으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일의 종류, 개인성향, 상황에 따라 선택은 다를 것이다. 일을 잘한다는 기준과 성격의 좋고 나쁨 또한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어서 질문 자체가 애매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심심찮게 이런 질문이 나오는 건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뜻할 것이다.
지금은 LA다저스 소속으로 미국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 그에 대한 기사를 롱블랙에서 읽다 발견한 구절. 11 시즌동안 야구를 취재하며 오타니 쇼헤이를 지켜본 한 야구기자의 말이다.
오타니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의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에 입단하며 프로야구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8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한 그는 2023년 10승-40 홈런 달성과 아시아 출신 최초의 홈런왕 그리고 MLB 역사상 최초의 만장일치 MVP 2회 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늘 화제의 중심에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 오타니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단지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경기장 밖에서의 그의 말과 행동이다. 수천억의 연봉을 받는 최고의 선수지만 항상 검소하고, 성실하며 경기가 끝나면 경기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료, 팬, 야구관계자들에게 실력뿐 아니라 인성 좋은 사람으로 사랑받고 있다. 오타니는 말 그대로 실력과 태도를 모두 갖춘 선수이다.
_ 오타니 쇼헤이, 2019년 레드 체어 Red chair 인터뷰에서(롱블랙)
쓰레기를 주우며 그가 했다는 “남이 버린 운을 줍는 것”이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야구를 잘 모르는 나는 오타니 쇼헤이를 야구보다 그가 고등학교 시절 직접 손으로 썼다는 만다라차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가 말한 이 운 역시 이 만다라차트에서 보게 되었다.
그에게 이것을 가르친 이는 고등학교 야구부의 사사키 히로시 감독이었다.
오타니가 세운 최종 목표는 ‘프로 8 구단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이었다. 이 목표를 위해 그는 ①몸만들기 ②제구 ③구위 ④변화구 ⑤스피드 160km/h ⑥운(運) ⑦인간성 ⑧멘털의 8가지 세부 목표를 세웠다. 인간성 항목에는 "예의와 배려를 갖춰 사랑받고 신뢰받는 사람", "감성과 감사를 아는 사람" 등이 있고, 운 항목에는 "심판을 대하는 태도", "쓰레기를 줍고 물건을 소중히 쓰기", “책 읽기”와 같은 계획이 있다. 계획을 세우고 노력한 지 2년 만에 일본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목표, 계획을 세울 때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측정가능’ 해야 한다는 점이다. 프로야구의 세계는 숫자로 드러나는 실력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운이나 인간성, 멘털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숫자로 측정이 불가능한 요소를 계획에 포함시켰다는 점이 이미 오타니 쇼헤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실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 인지까지 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_오타니 쇼헤이, 2016년 고교야구닷컴 인터뷰에서(롱블랙)
식단, 수면관리 등 일상생활에서도 엄격히 절제된 생활을 지키는 오타니는 자신을 노력형이라 칭한다.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열심히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이 잘 되든 그렇지 않든, 꾸준히 성실, 절제, 겸손, 친절을 지키며 한결같기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오타니는 진짜 운이란 어떤 것인지 알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운이나 인성은 다른 목표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기는 어렵다. 때로는 좋은 인성이 당연한 것처럼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당연한 일상이 우리의 토대를 이루듯 그 당연한 것이 실력의 토대가 된다. 때로는 힘든 상황에서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볕 좋은 날 만나는 햇빛처럼, 서로 기분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일들을 올해는 나도 꾸준히 하고 싶다.
참고자료
- [롱블랙. 2023. 4. 22]
오타니 쇼헤이 : 태도도 실력이다, 운도 끌어당기는 야구인의 전략
- [중앙일보.2023. 12. 23]
고1 때 ‘만다라트’ 완성해 실천…‘만찢남’ 다 계획이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