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시작 전 여유와 긴장이 함께했던 곳
미국에서 돌아온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사진을 정리할 엄두가 안 난다. 앨범 만들어보려고 사진도 배치해보고 캡션도 몇 개 달아봤는데 너무 많아서 토가 나올 지경이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어딘가에 남기긴 남겨야겠고, 빨리 마무리할 자신은 없고. 그래서 퇴근하고 돌아와서 딱, 할 수 있을 만큼만 브런치에 글을 써보기로 했다.
학기 시작 전, 엄마와 동생과 함께 했던 짧은 여행
원래는 엄마가 나를 기숙사까지는 같이 데려줘야한다며 계획한 여행이었지만, 어찌저찌 하다보니 나는 뉴욕에서 버지니아까지 혼자(!) 가고 엄마와 동생은 계속 여행을 하는 일정이 되어버렸다. 혼자 기차 타고 학교를 찾아간다는 것에 대한 긴장감때문에 엄마와 동생과 함께 한 4일 간의 여행을 완벽히 즐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셋이서 가는 첫 여행이었기 때문에 사진도 많이 남기고 좋은 곳, 예쁜 곳도 많이 찾아가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사진을 보다보면 긴장이 풀려 웃고 있는 얼굴과 앞으로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굳은 얼굴이 번갈아 등장한다.
비행기는 스카이 스캐너에서 델타로 예약했는데 대한항공 공동운항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유하고 뉴욕으로 날아가는 일정.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 "이제부터 우리 셋이 꽁꽁 뭉쳐다녀야해!"하면서 굳은 결의로 비행기에 올라탔다.
뉴욕에 도착했을 때는 사실 말도 안 나오게 힘들었다. 밤 12시에 도착할 것을 감안해서 공항 근처로 호텔을 잡았는데도 말이다. 비행기는 연착했고,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줄이 길었고. 짐 찾는 것도 한참 걸렸다. 결국 공항을 나와 비가 우수수 떨어지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2시반. 호텔에 전화해서 셔틀 버스를 보내달라고 하니 기계적인 어투의 안내원이 뭐라고 빠르게 말하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을 다시 말해달라고 하니까 짜증난 투였다. 뭐 차만 오면 됐지하고 끊었다. 다행히 우리 말고도 같은 호텔에 가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나니 새벽 3시였다. 다음 날 보스턴으로 가는 버스가 아침 8시 반이었지만 깨끗하게 씻고 몇 시간 눈 붙일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그리고 '여행 이제 시작인데 서로 짜증내지 말자'는 마음에 서로 좋은 말만 하면서 잠들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느 여행지든 빠지지 않고 가 보는 것이 그 지역의 유명한 시장이다. 시장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시장이 유명한 관광지에 반드시 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보스턴 퀸시 마켓도 다른 시장들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지만, 그 유명하다는 랍스터 롤과 클램 차우더는 먹어줘야할 것 같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앉아 배를 채웠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지쳐 보스턴 커먼 공원 벤치에 앉아 한국에 있는 아빠와 남동생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공원에 청설모가 얼마나 많던지. 찍어두면 언젠가 보스턴을 떠올릴 때 도움이 되겠지 하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여행할 때 으리으리하게 멋진 식사를 챙겨먹는 타입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번은 누릴 거 다 누리는 식사를 해봐야한다는게 나의 규칙이다. 한 끼에 3만원 정도를 내고 코스 요리에 전망까지 누릴 수 있다면 본전 뽑고도 남는 것 아닌가? 드레스 코드까지 정해져 있는 제법 멋있는 식당이었다. 아침부터 "운동화는 안돼" "이 치마는 어때?"하면서 행복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예약한 사람 입장에서는 가장 뿌듯한 순간이다.
친구와 예쁜 카페나 음식점을 찾아갈 때면 가끔 '엄마도 이런 데 좋아할 텐데, 내가 안 챙기면 엄마는 이런 곳 올 일이 있을까?'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엄마, 여기 블루보틀이라고 되게 유명한 데야. 분위기도 예쁘고 커피 맛도 엄청 좋대. 가보자." 엄마는 배부르다면서도 1인 1커피를 주문했다. 한국에도 상륙했다고 하니 곧 엄마랑 찾아가 봐야겠다.
다음은 보스턴 두 번째 이야기와 순식간에 지나간 뉴욕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