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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 내 집 팔까 고민한다면 생각해볼 것들

고정금리 담보대출의 숨은 가치

과거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가치가 하락했던 역사적인 시기들(예컨대 IMF구제금융 시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을 지금과 비교해보면, 지금처럼 온라인의 정보 전파력이 빠를 때가 있었나 싶어

포털사이트를 통한 수많은 온라인 뉴스매체는 물론이고, 블로그와 같은 글 및 유투브 같은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들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우리는 예전과는 다르게 꽤 효율적으로 시장에 있는 정보들을 습득하고 스스로가 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알고리즘이라는 기계의 덫에 빠져 온라인 플랫폼 또는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필터링한 정보만을 접하고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노래를 듣는 활동을 생각해 보면, 

- 예전에 카셋트 또는 CD로 가수들의 앨범을 사야 그 노래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었던 시간에는 우리의 선택권이 극히 제한적이었고, 

- 이후 mp3로 음원을 구할 수 있게 되고 mp3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조금만 손품을 팔면 우리가 원하는 노래를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는 환경이 구비되었지

- 지금은? 스트리밍을 정말 착한 가격으로 무제한으로 누릴 수 있다 보니, 사실은 mp3 시절보다 더 원하는 "많은" 노래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디바이스로 들을 수 있는 환경이 구비되었기는 해. 그런데, 정말 지금 너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너가 "좋아하는" 음악들로 채워져 있니? 

사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선택지들을 가지고 있게 되다 보니,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취사선택해서 제공해주는 것을 수용하는 것에 익숙해 졌을 수도 있어. 예를 들면 "이번주 또는 이번달 top 100" 이런 것들, 또는 "비오는 날에 듣기 좋은 Jazz" 이런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앨범을 선택하는 것이 나의 선택의 괴로움을 덜어 주고 크게 모날 것도 없다 보니 쉽게 익숙해지게 된 것 아닐까? 만약, 지금도 한 땀 한 땀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검색해서 플레이리스트를 채워 넣는 사람이 있다면, 응원하고 존경해.




어쨌든, 사례가 길었으나 위 단락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지금과 같이 수많은 정보가 인터넷에서 돌아다니고, 그리고 여러 가지 외부 요인에 의하여 편향된 정보만 나의 눈앞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와 방식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거야.


최근에는 금리 여파로 촉발된 (물론 다른 사유도 복합적이지만) 부동산의 하락장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우리가 접하는 모든 매체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대다수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아직 덜 빠졌다", "실수요자는 조금 더 기다려도 늦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지.


오늘 이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직 덜 빠졌다"라는 의견을 듣고 혹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있는데 이것을 지금이라도 매도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매체에서 대체로 언급하지 않는 하나의 관점을 더해주고 싶어서야.



금융시장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은 "채권"이라는 자산군에 대해 익숙할 것이라 생각해. 단순하게 보자면 내가 누군가에게 자금을 대여해주면, 그것을 받을 권리 자체가 채권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아. 근데 예컨대 내가 대여할 때는 저금리 분위기여서 3%의 이자율로 대여를 해줬는데, 지금은 동일한 조건에서 대출을 해주면 6%의 이자율을 책정해도 무리가 없다면? 아주 초등학생 식으로 단순하게 계산을 하면 이 채권의 가치는 절반으로 하락한 것이지. 물론, 내가 6억을 대여해 줬다면 만기 때 6억을 돌려받기 때문에 그게 3억으로 가치가 하락했다고 보기에는 무리인 면이 있어. 다만, 내가 대여해 준 조건이 만기가 없다고 하면 어떨까? 이 "영구채"의 개념에서는 원금을 상환받는 시점의 기약이 없기 때문에 사실 내가 받을 수 있는 이자만으로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되고, 따라서 절반으로 가치가 하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지.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이 대여금의 만기에 따라, 가치가 0~50% 사이의 어딘가로 하락했다고 봐도 무방할 거야.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마 2020~2021년 중 (또는 그 전후로 약간)으로 집 또는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들 중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 있을 거야. 6억의 대출을 받았다고 생각해볼게. 엄청난 저금리의 혜택을 받아 고정금리로 2~3%의 금리를 적용받았을 거야 (신용도가 우량하다는 전제 하에) 편의상 3%로 생각해볼게.

주택 매입자금대출은 보통은 30년 등 장기물 조건으로 해서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는 조건일거야.


만약 그러고 나서 이자율이 6%로 올랐다고 생각하면?

위 단락에서 분석한 것은 채권자 즉, 대여를 제공해준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본 것이고, 이번에는 채무자 즉 돈을 빌린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볼게. 

(원금 상환 부분을 고려치 않고) 단순히 이자 부분만 고려하면, 6억 원금에 3% 이자율을 곱하면 연 이자금액이 18백만원이고, 

만약 동일한 원금을 지금 다시 차입한다고 가정하면 6억 원금에 6%의 이자율을 곱한 연 36백만원의 이자비용이 수반되는 셈이니, 

매년 사실상 18백만원 ( = 36백만원 - 18백만원)을 벌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지.


예를 들어 i) 이 대여의 만기가 없다고, ii) 금리변동이 추가적으로 없다고 가정할 경우

매년 나에게 18백만원의 상대적인 "편익"을 제공해주는 것을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하면 어떻게 될까? 18백만원에서 대출금리인 6%를 나누면 (즉, 18,000,000 / (6/100) = 300,000,000 즉 3억이 되네.


다시 말하자면, 위와 같이 극단적인 가정 하에서는, 내 보유 중인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하였더라도, 내가 그 부동산을 담보로 받아 놓은 고정금리 담보대출로 인하여 생겨난 편익의 가치가 부동산 가치 하락분을 일부 상쇄해 주었을 거라 생각해


즉, 예컨대 내가 매입할 당시 12억이었던 부동산이 9억이 되었을 지라도, 위와 같이 내 고정금리 편익이 3억 생겼기 때문에 자산의 순증감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지


물론, 실적으로는 만기가 아무리 길어도 언젠가는 담보대출을 상환할 것이고, 금리도 지금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경기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금리는 어쨌든 다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가정은 다소 극단적일 수 있어. 그렇다 보니, 그 위 사례에서의 편익의 가치가 "3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의 플러스 역할을 하지 않겠어? 


이 부분은 아마 실수요자로서, 타이밍 좋게 아주 낮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상태인데, 말그대로 지금 살고 있는 주택을 오랜 기간 보유하면서 거주할 예정인 사람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고민의 포인트가 아닌가 싶어. 

만약 주택을 매도하는 의사결정을 한다면, 보유 부동산을 "손절"함으로서 추가적인 손실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낮은 고정금리 담보대출이 제공해 주던 "편익" 또한 내 손으로 직접 내다 버림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마이너스 요소 까지 고려해보면 어떨까?




내가 이 글을 통해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경기가 하락국면이니 "손절"하고 매도하자는 것도 아니고, 소위 말해 "존버"하자는 이야기도 아니야. 

경기의 흐름은 자연의 손에 맞겨져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사회의 예기치 못한 움직임과 그 결과를 해석하는 국가별로 정책 의사결정을 하는 "완벽하지만은 않을 수 있는" 인간에 의해 얼마든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으므로, 어느 시점에 또는 어느 가격이 적절하다는 예측은 말 그대로 예측일 수는 있어도 예언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


그러나, 우리 눈앞에 쉽게 보이는 지표인 "부동산의 가격" 외에 다른 요소인 "낮은 고정금리의 담보대출을 보유함으로서 발생하는 편익"을 정량화하는 방법을 상기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편익을 대부분의 사람이 인지는 하고 있지만, 가끔 시장이 급변하여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는 경우에 표면 밖에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 같더라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이 변화하는 경기 흐름을 잘 이용하여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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