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과 민간이 함께하는 사업의 위험 요소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중구에 2002년에 지어진 남산타운 아파트라고 있다. 이 아파트는 5,150세대로 구성된 초대형 대단지이지만 어느덧 20년차를 넘기는 구축 아파트가 되어, 연식과 용적률 등 전반적인 정황을 고려하여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했던 단지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공동주택은 정해진 대지 위에 다수의 물건이 등기되어 있고, 그 등기된 물건들의 소유주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물건들을 허물고 신축 아파트를 올리거나, (단순 본인 물건의 내부 인테리어를 개선하는 수준이 아닌, 공용부까지 모두 건드리는 수준의)리모델링을 하고자 하는 경우 소유주들 간의 의견 합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소위 도정법이라고 일컫어지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통하여 위와 같은 상황에 의견 합치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비단 아파트의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뿐 아니라, 도시의 재정비 과정에서 지자체에서 일정 필지들을 합쳐 "구역"으로 지정하여 통합개발을 유도하고자 하는 경우, 또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구역을 지정하여 통합개발을 제안하고자 하는 경우, 해당 구역 내 소유주들의 의견 합치에 대한 기준도 제시하는 포괄적인 법령이다.
남산타운의 경우 5,150세대 중 2,034세대가 서울시에서 보유한 임대가구이다. 이 시점 전후로 지어진 많은 아파트에는 일정 수준의 임대주택의 건립이 의무화되었던 것에 대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소유자의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조합설립이 가능한데 2,034세대를 보유한 서울시에서 리모델링에 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한 곳의 반대로 인하여 3,000명이 넘는 다른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상식적일까?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403849
도심지의 경우 (1) 국가가 보유한 토지가 제한적인 한편, (2) 저소득층이나 각종 사회적 약자 또는 심지어 어느 정도의 서민층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공공주택의 필요성은 존재하므로,
민간이 소유한 사업지가 재개발이 될 때 국가가 제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혜택 (예컨대 용적률)을 주면서 반대급부로 공공주택을 취하고자 하는 정부 또는 지자체의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정책이 추진됨에 있어 부동산의 개발-준공-노후화-(재)개발 전체의 라이프사이클에 걸쳐 공공의 책임 및 역할에 대한 계획까지 충분히 마련되었는지 싶다.
이러한 재개발지역의 의무임대물량뿐 아니라, 공공이 포함된 관계로 어려움이 존재하는 영역들이 주택에서 종종 목격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뉴스테이로 일컫어지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사업장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리츠(REIT, 부동산투자회사)가 사업장을 보유하여 개발사업을 영위하고, 이 리츠의 주주로서 실제 사업자와 LH가 참여한다. 이 때, 사업자가 사실상 사업을 주도함에도 불구, 사업자는 전체 주식의 절반 이하를 보유하고, LH가 과반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로 추진이 되었다. 물론, 취지 자체는 LH가 사실상 대출에 가까운 형태로 이렇게 지분참여를 함으로써 민간사업자의 자금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목표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 LH의 주식은 의결권이 있으며, 민간사업자는 이러한 LH와 최소 8년 이상 함께하면서 LH의 눈치를 보며 이러한 임대주택을 운영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운영기간 중 필요에 따라 자금을 조금 더 투입하더라도 그에 따라 기대되는 이윤이 발생할 수 있다면 그러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린다. 다만, 이러한 공동주택을 운영할 때에는 이러한 자금 투입 의사결정을 위해 LH의 동의 및 공동출자가 필요한데, LH로부터 동의를 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일정 기간(대부분 8년)이 도과하면 임대 의무기간이 종료되고 사업계획 상 분양을 하기로 하는 시점이 도래하기는 하나, 8년 이후에 "반드시" 분양할 것인지, 또는 "어떤 가격으로", "누구에게" 분양할 것인지 등에 대한 가이드를 사전에 대부분 정해놓지 못한 상태이다.
단일 주체가 보유함으로써 얻는 장점 중에 하나는, 일관성 있는 운영정책 및 유지보수 정책 등을 통해서 건물이 감가상각이 현저히 덜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요 업무지구에 위치한 업무시설들을 보라. 2000년대 초반에 준공된 업무시설도 여전히 신축 업무시설과 견주어 손색없는 업무시설이 많다. 그러나 공동주택은 자금이 투입되는 유지보수라는 활동에 대하여 각 소유주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천차만별 이라, 최소한으로 동의하는 수준에 맞추어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위와 같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실제로 공동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주체가 단일주체라 할지라도 LH의 특성 상 기존 사업계획에 반영되지 아니한 부분에 대한 투자에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에 따라 순수하게 민간이 보유한 공동주택 대비 유지보수의 효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다음 문재인 정부 시절 등장한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이 또한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일종이나, 이는 공동주택의 일부 세대를 임의로 빼내어 그것만 공공이 보유하는 형태이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처럼 단일 건물의 소유권이 물리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두고 있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건축물을 준공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다수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공공(정부나 지자체)의 동의가 있어야 진행이 가능하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이윤창출이 기본 목적인 민간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자원의 용도를 개선하여 추가 이윤 창출이 기대될 경우 그에 따른 추가자본의 투입을 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공공의 동의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영세한 시행사가 준공 후 운영 중인 역세권청년주택에 방문했더니, 쓸데없이 방치되고 놀리고 있는 공용공간이 너무 많아 그것들을 보다 효율적이고 입주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으로 개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Yield on Cost라는 용어가 있다. 100이라는 자본금을 추가로 투입하여 한 해 10이라는 순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Yield on Cost는 10%이 되는 것이다. 만약 특정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통하여 내가 기대했던 수익률이 8%라고 한다면, 10%의 Yield on Cost를 창출하는 개선방안에 대한 추가 투자는 내 해당 부동산에 대한 수익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충분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인 것이다.
해당 시행사로부터 건물을 매입하는 것도 검토를 하고 있었던 관계로, 실제로 그러한 개선활동이 가능한 지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공공물량을 보유 중인 지자체 담당 부처에 문의를 해보았으나, 그러한 "추가 자금의 투입"에 대한 의사결정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다고 하여 동의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나아가, 심지어는 "추가 자금의 투입"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에도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공공의 동의를 요하는 경우에 그들이 어떤 기준에 따라 찬반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거의 없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공공임대를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목표는 공감하지만, 이렇게 "확보"하고 나서의 운영에 대한 세밀한 방안이 부재할 경우, 이는 건축물의 빠른 노후화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뿐 아니라, 양질의 공공임대 물량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할 것으로 생각되며, 나아가 이렇게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에 협조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민간사업자와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