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가격상승은 화폐가치 하락이 본질

by 김현재




연일 실물자산, 특히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가 쏟아집니다.


정부는 다시 규제를 꺼내 들며,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자금을 차단하고 주식시장을 부양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한 쪽에서는 각종 수당과 기본소득으로 돈을 풀어대고 한 쪽에서는 그 돈이 자산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데요. 그 돈들이 소비로 쓰이겠지만 결국에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효과를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흔해지니 싸지는거죠. 실물자산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들어갈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향하게 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아보이는데요.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주식시장은 정체 상태에 머물렀습니다. 박스권에 갇혀 본격적인 상승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정체의 책임은 단지 외부 요인인 금리나 규제 때문만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 있습니다. 바로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정책입니다.


주식의 본질은 기업에 있는데요, 한국의 기업 환경은 여전히 대주주 중심입니다. 일반 주주의 권리는 종종 무시당하며, 배당은 인색하고, 기업의 이익은 대주주의 몫으로만 돌아갑니다. 이런 구조에서 누가 장기적으로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 할까요. 결국 자금은 생산성 없는 자산, 즉 부동산으로 이동합니다.


정부는 부동산을 규제하면 자금이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 기대하지만, 이는 현실을 무시한 접근입니다. 마치 한강 벨트를 사고 싶은 사람에게 지방의 소형 아파트를 사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자산에 억지로 투자하지 않습니다.




돈은 자유롭게 흐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흐른 돈이 모이는 곳이 시장입니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이를 억제할 수 있지만, 인위적인 통제는 결국 역효과를 낳습니다. 수요는 억눌릴 뿐, 사라지지 않습니다. 누적된 수요는 언젠가 반드시 폭발합니다.


주식으로 번 돈은 불과 같아 땅 속에 묻어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래 손에 쥐고 있을수록 손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고,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동성 자금을 실물자산, 특히 부동산에 묻어두려 합니다. 안정성과 인플레이션 방어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자금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부동산에 규제를 가하지만, 역사는 규제가 오히려 가격 상승을 자극해왔음을 보여줘요. 부동산 정책은 과잉 수요를 일시적으로 눌러 수면 아래로 잠재우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수요 그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규제가 강화된 시기일수록 가격 상승폭은 더 커졌다는 것이 통계로 확인됩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각종 수당과 기본 소득으로 시중에 돈을 풀수록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건 당연한 일인데, 한 쪽으로는 실물자산의 가격이 올라선 안된다고 주장하는건 앞뒤가 안맞는 말이니까요. 유동성이 증가하고, 정부는 각종 명목 지표를 유지하기 위해 화폐 공급을 확대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라는 통계만으로는 이러한 흐름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1억 원’의 절대적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가입니다. 지금 10억 원이 있어도 서울의 30평대 아파트 한 채 사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20년 전에는 10억 원으로 강남에 두 채를 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화폐가치의 하락입니다.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쓰는 화폐의 실질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숫자만 커졌다고 해서 우리의 부가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지금 벌고 있는 월급이 500만 원이라면, 그것으로 얼마나 많은 실물자산을 살 수 있는지가 본질입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반복해서 규제를 꺼내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문제는 부동산도, 주식도, 특정 자산도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 자체에 대한 신뢰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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