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묵묵히 시간을 견디는 것이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일지도 몰라요. 목돈을 어디에 가만히 둔다는게 쉬운 일인가요, 그 정도로 태연하게 투자할 수 있다면 이미 투자 지평이 꽤 넓어 중수 이상이라 봐도 무방할테니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기다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거나 갈팡질팡 움직이곤 해요. 크게 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 현실적 요인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어요, 도대체 왜 가만히 있질 못할까요
심리적 요인:
인간은 원래 기다림에 약한 존재
사람의 뇌는 즉각적인 보상에 더 크게 반응하게 설계되어 있어요. 무언가를 오래 기다려 얻는 보상보다,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보상에 더 기뻐하는 성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한 달 뒤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투자보다, 오늘 당장 5만 원 수익을 보는 일에 더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한달 뒤 100만원은 큰 돈이긴 하지만 효용 가치가 지금 내 손에 5만원이 크기 때문이죠. 당연한거에요.
근데 이런 심리는 투자에서 큰 장애가 돼요. 시장에 장기적으로 머무르면 결국 수익이 커질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중간중간의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조급함을 느껴요. 특히 하락장이 오면 기다리는 것이 두려움으로 변하고, 수익이 나는 경우엔 조기 매도로 이어지곤 해요. 팔고나면 오르는 경험은 저도 많이 했는데, 팔고나면 잊어야하더라구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사람들은 미래의 ‘나’를 지금의 나처럼 실감하지 못해요. 20년 뒤 노후를 위해 투자한다고 해도, 그 20년 뒤의 나는 마치 타인처럼 느껴져요. 그렇다 보니 미래를 위한 투자가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지금의 욕구를 먼저 충족시키려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돼요.
환경적 요인:
시장은 기다릴 틈을 주지 않아요
투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에요. 증권사 앱만 켜도 주가가 실시간으로 변하고, 유튜브에는 오늘 사야 할 종목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와요. 뉴스와 커뮤니티에는 누군가는 하루 만에 몇 퍼센트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넘쳐나요. 이런 정보 환경 속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불안하게 느껴져요.
특히 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놓치는 것 같은 두려움)는 기다림을 무너뜨리는 대표적인 감정이에요. 남들은 뭔가를 사고, 수익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기다리기가 힘들어져요. 가만히 있으면 마치 기회를 놓치는 것 같고, 손해 보는 것 같아요. 성급하게 판 경험보다 사지 못해 아쉬운 경험의 고통이 더 커요. 손가락 빨며 저게 내것인데 하는 상실감은 말도 못하죠
또한, 주변의 조언이나 시장의 분위기 역시 기다림을 방해하는 요소예요.
지금이 바닥이다 이 종목 놓치면 후회한다 폭락장이 올 거다 현금이 최고다
이런 말들은 나를 현혹시키고 뇌동매매를 하게 만들어요. 지금 당장 사거나 팔지 않으면 큰 일 날것처럼 말하니까요. 의견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무르기가 점점 어려워져요. 결국 불안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은 장기적 투자 전략을 흔들게 돼요.
현실적 요인:
삶은 생각보다 유동적이에요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장기투자를 결심해도, 현실의 문제들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아요. 결혼, 출산, 주택 마련, 이직, 실직, 가족의 병원비 등 인생에는 계획하지 못한 지출이 자주 발생해요. 처음에는 10년 이상 투자할 생각으로 돈을 묶어놨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자금을 회수해야만 해요. 그리고 그 순간, 원금이 깨져 있거나 수익이 나지 않은 상태라면, 괜히 기다린 자신을 원망하게 되죠.
또 하나 중요한 현실적 요인은 현금흐름이에요. 꾸준히 수입이 들어오지 않거나, 생활비가 빠듯한 상태에서는 장기투자를 유지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큰 압박이 돼요. 돈이 묶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이 불편함은 결국 ‘기다릴 수 없음’으로 연결돼요.
게다가 자산이 충분히 크지 않은 초기 투자자일수록 조급함을 더 크게 느껴요. 100만 원을 10년간 묶어두는 것과 1억 원을 묶어두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작은 자산일수록 단기 수익이 절실하게 느껴지고, 그렇다 보니 장기 전략보다 빠른 성과를 좇게 되는 경향이 생겨요.
기다림은 인내의 문제라기 보다는 복합적인 상황과 감정, 환경이 얽혀 있는 상황일텐데요, 사람들은 누구나 조급하고, 불안을 느끼며, 때로는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히기도 해요. 그런 심리를 인정하고, 자신만의 투자 원칙과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그나마 기다림을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장기투자는 마치 종이배를 띄우고 강을 건너는 것과 같아요. 물이 출렁거리고, 바람이 불고, 옆에서는 요란한 모터보트가 지나가지만 끝까지 방향을 바꾸지 않고 노를 젓는 사람만이 강을 건널 수 있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