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요새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중산층은 예전 대비 점점 쪼그라들고 있는듯하고 삶은 팍팍해졌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통계를 보면 중산층의 비중은 여전히 50% 안팎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중산층 붕괴’라는 느낌을 받을지 한번 생각해볼까요. 중산층을 이루는 요소는 수치적으로는 소득과 자산, 소비도 있지만, 수치로 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중산층이 사라지는 것 같은 가장 큰 느낌은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일 것 같아요.
부동산과 자산 격차의 심화
중산층이라는 단어는 과거에 ‘내 집을 가진 안정된 가구’와 거의 동의어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주택 가격이 중산층의 구매력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 평균 소득자의 대출 능력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로 인해 집 한 채 보유 여부가 곧 계층의 경계선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동안, 여기에 발을 담그지 못한 사람들은 소득이 조금 높아도 ‘중산층’이라는 인식을 갖기 어렵습니다.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소득 격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극화의 속도가 붙고 있어요.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점점 선진국을 닮어가기 때문일 것 같아요. 경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서울은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주요 도시 중 하나가 되었는데요, 그런 곳에서 집 한채 갖는 것은 급여소득으로는 어려운게 현실이죠.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해요. 사회가 닫히고 있어요. 사다리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거죠.
실질소득의 정체와 생활비 압박
명목상 소득은 10년 전보다 많이 올랐습니다. 돈을 많이 풀어서 물가가 많이 올랐죠. 하지만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줄어들었어요. 교육비, 사교육비, 육아 비용, 의료비, 그리고 끊임없이 오르는 식료품 가격까지 가계의 필수지출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예전엔 없었고, 필요도 없었던 지출이 증가하고 있어요.
과거엔 월 400만 ~ 500만 원의 소득이 ‘중산층’으로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같은 소득을 받는 사람도 “살림살이가 빠듯하다”는 말을 쉽게 합니다. 이런 생활비 압박은 소득이 중위권에 있더라도 체감상 ‘중산층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주로 사교육 때문일거에요. 요새는 초등학생도 월 300만원 ~ 400만원 정도는 사교육비로 나가니까요. 그게 과한 소비가 아니라 아이 교육에 어느정도 신경을 쓰는 집의 수준이에요. 하지만 과하죠. 부모님 두분 중 한 사람의 월급에 준하는 돈이니까요.
미래 안정성의 붕괴
중산층이란 ‘현재의 소득 수준’이라는 수치만으로 정의하기엔 조금 어렵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지금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즉 안정성이 중요하죠.
연봉이 의미있는 건, 높은 액수도 있지만 그 액수가 앞으로 지속되고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인거죠. 높은 연봉을 한 해만 받고 끝나면 그걸 연봉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거에요.
하지만 현재는 정규직 일자리의 비중이 줄고, 플랫폼·비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이 커지면서 고용 안정성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불안, 노후 준비의 부담은 점점 더 커지고, 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계층 상승 사다리’가 막힌 느낌도 큽니다. 이런 미래 불안감은 사람들로 하여금 당연히 “우린 더 이상 중산층이 아니야 이제는 그 아래로 내려온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중산층이 진짜 사라졌을까?
통계적으로 보면 중산층은 여전히 50~60%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계를 믿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요. 하지만 중산층의 삶이 예전보다 훨씬 더 불안정하고 빡빡해진 건 사실이에요.
집 한 채, 안정된 직장, 자녀 교육, 노후 대비
이 전통적인 중산층의 네 가지 기준 중, 적어도 두세 가지는 포기해야 가능한 수준이 됐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중산층이 사라졌다”라고 느끼는 것이죠. 이는 실제 계층 비율이 아니라 삶의 질과 안정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산층이 사라진 게 아니라, 중산층으로 살기 위한 비용과 조건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소득만으로 계층을 구분하기보다는 삶의 안정성과 자산 격차를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중산층 정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