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나 투자 강의에서 늘 말하는 원칙은 비슷합니다. 이론상으로 투자는 무척이나 단순한데요, 자산을 여러 개로 나누어 분산하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주식과 채권, 현금, 부동산 같은 자산군에 일정 비중을 맞추고,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하라는 말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공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돈을 넣고 시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론은 분명히 맞는데도, 막상 내 계좌가 출렁이면 마음은 불안해지고, 차분하게 버티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지식이 아니라 마음이라고들 말합니다.
확신의 부족에서 오는 흔들림
처음에는 누구나 전략을 세웁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S&P500 ETF에 넣겠다든가, 연금 계좌에서 주식 70%, 채권 30% 비중을 맞추겠다는 식으로 계획을 세우죠. 계획만 놓고 보면 아주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계좌는 흔들리지 않고 움직일 뿐이지만, 지켜보는 내 마음이 요동치죠.
계좌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내가 잘못 투자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고개를 듭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위기론을 쏟아내고, 주변 사람들도 불안하다는 말을 합니다. 그럴 때 확신이 없다면 누구든 쉽게 흔들립니다.
확신이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 몸으로 쌓는 것입니다. 작은 돈이라도 직접 투자해보고, 여러 번의 하락과 반등을 겪어야만 확신이 생깁니다. 단순히 아는 것과 실제로 버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인내의 시간이 만들어내는 차이
복리는 시간이라는 재료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라고 합니다. 처음 몇 년은 별다른 차이가 보이지 않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연평균 7% 수익률로 투자한다면 10년 후에는 2억 원이 되지만, 20년이 지나면 4억 원, 30년 후에는 8억 원에 가깝게 불어납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성장의 기울기는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들인 시간에 비해 얼마 안된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30년간 1억원을 가만히 두지 않고 추가금액을 계속 넣는다면 금액은 더 크게 불어날거에요. 돈은 뭉칠수록 힘이 커집니다.
문제는 이 시간을 버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조급한 존재라서 1년, 3년 안에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그런데 복리는 초반에는 큰 재미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 시간의 보상을 맛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합니다. 인내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능이라는 벽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우리의 본능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이 단기간에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조급해지고, ‘나도 따라가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유혹에 빠집니다. 반대로 시장이 급락하면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질 수 있는데, 그 순간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헐값에 팔아버리기도 합니다.
탐욕과 공포, 그리고 남과의 비교심리는 늘 우리를 방해합니다. 그래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이 아니라 심리 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 이론을 알고 있어도, 본능을 다스리지 못하면 이론은 종이 위의 글자에 불과합니다.
결국 투자는 ‘어디에 투자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버티느냐’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물론 아무 자산이나 붙잡고 버티면 안 됩니다. 최소한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만한,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고르는 것은 기본 전제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결과를 가르는 것은 오롯이 태도의 문제입니다. 같은 자산에 투자했더라도 누군가는 공포에 못 이겨 중도에 팔고, 누군가는 끝까지 버텨서 큰 결실을 얻습니다.
투자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순한 원칙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은 극소수만이 해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확신이 부족하고, 인내가 어렵고, 인간 본능이 늘 발목을 잡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투자란 결국 ‘지식의 싸움’이 아니라 ‘심리의 싸움’입니다. 확신을 갖고, 시간을 믿고, 본능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투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론은 쉽지만, 확신을 가지고 끝까지 지켜내는 마음가짐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시험이며, 동시에 가장 값진 자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