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규제가 많은 곳일수록 상급지인 이유

by 김현재


집을 사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부는 늘 상반된 신호를 주는데요


이 지역은 사지마 위험해, 규제할거야.
하지만, 이 지역은 꼭 사줘


한쪽에서는 “이 지역은 위험하다”며 규제를 강화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 지역은 기회다”라며 규제를 풀어줍니다. 얼핏 보면 규제 완화 지역이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지원해주고 세컨드홈 특례까지 주는 곳이라면 뭔가 장밋빛 미래가 있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덜컥 매수했다가는 낭패이기 십상입니다.


부동산의 세계는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규제가 많은 곳이 오히려 상급지이고, 규제가 없는 곳이 하급지라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규제는 기득권 보호 장치


정부가 왜 강남, 한강변, 서울 핵심지 같은 곳에는 규제를 걸까요? 수요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몰리고 돈이 몰리면 가격이 치솟습니다. 가격이 치솟는다는 것은 곧 기득권의 자산 가치가 더 커진다는 뜻이고, 동시에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규제를 씌웁니다. 하지만 실상은 기득권 자산을 지키는 역할도 동시에 하는 셈입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떠나고, 거래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은 어떨까요? 규제는커녕 각종 혜택이 쏟아집니다. ‘세컨드홈 특례 지역’ 같은 곳이 바로 여기에 속합니다. 말장난이죠. 한채 더 사면 이점을 준다는 것인데, 한채 더 살 돈으로 다른데 투자하는게 낫지 않겠어요?


냉정히 말해 그런 곳은 인구가 줄고, 산업이 쇠락하고, 집값 상승의 동력이 거의 없는 지역입니다. 규제를 풀어줘도 오를 힘이 없는 땅이니까, 혜택을 주는 겁니다.




화려한 포장지 속 빈 통


세컨드홈 특례 지역은 말은 거창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낙후 지역입니다. 인구 소멸 위기 지역, 고령화가 심한 지역, 일자리가 줄어드는 지역이 많습니다. 이곳에 집을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현명한 선택일까요?


만약 은퇴 후 귀촌을 생각한다거나, 세컨드 라이프를 실거주 중심으로 계획한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은퇴 후 귀촌도 요새 트렌드가 아닙니다. 요즘은 실버타운도 들어가지 않으려해요. 요즘 은퇴한 분들은 서울 핵심지 고가 주택에서 주변의 인프라를 누리며 거주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또한, 투자 관점에서도 맞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요가 없는 곳은 가격이 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없는 곳에 아무리 특례를 부여해도 집값은 정체되거나 하락하기 마련입니다.


정부가 특례를 주는 순간은 사실상 “여기는 살 사람이 없으니 사 달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진짜 좋은 자산은 절대 내 눈앞에 쉽게 오지 않습니다. 늘 규제와 장벽으로 가려져 있죠. 반대로 정부가 “이건 기회다”라며 쉽게 내놓는 것은 대개 나에게 좋은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좋은 것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마치 몇십년 전 압구정 아파트를 팔고, 공기 좋다며 일산으로 이사간 사람이라 할 수 있겠네요.





세상을 보는 눈


세상을 살다 보면 “좋은 것”은 내 눈앞에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쉽게 주어지는 것들은 대부분 남에게 좋은 것이고, 나에게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제는 불편하고 억울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방증입니다. 반대로 규제가 전혀 없는 지역, 오히려 각종 혜택이 쏟아지는 지역은 왜 그런 대우를 받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수요가 약하고, 장기적으로는 무너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것입니다.


투자의 본질은 바로 이 차이를 읽는 데 있습니다. 눈앞에 화려한 포장지로 싸여 오는 것들은 대부분 하급지이고, 규제와 장벽 뒤에 가려진 곳이 상급지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은 이 구분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정확히 할 수 있느냐에서 갈립니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지역일수록, 사실은 가치가 높은 지역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세컨드홈 특례 지역처럼 각종 혜택을 주는 곳은 장밋빛 포장 속에 숨겨진 하급지일 때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내놓는 메시지를 곧이 곧대로 들으면 안된다는 것이죠.


이 규제가 누구에게 좋은 것인가,
이 혜택이 누구에게 좋은 것인가


결국 세상은 나에게 좋은 것을 쉽게 내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좋은 것을 내 눈앞에 가져다줍니다. 투자자의 눈은, 그 속에서 무엇이 나에게 좋은 것인지 선별하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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