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집은 삶의 공간이자, 투자 종목 중 하나

by 김현재



“집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다.”



많이 들어본 말이고 동의하실 분도 있을 거에요. 부동산, 특히 아파트 투자를 비판하며 하는 그럴듯한 말입니다. 사는 곳인 집을 왜 사고팔며 투기적 수요를 키우냐는 말인데요, 저는 자본주의에 살면서 어떤 재화는 투자수단이 되고, 어떤 재화는 투자수단이 되어선 안되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거래가 된다면 수요공급은 붙는 것이고, 초과수요와 초과공급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면서 가격이라는 재화의 대표숫자가 만들어지니까요. 비싸면 안사면 되고 싸면 사면 됩니다.


근데 집에 대해서 그래선 안된다 한다면, 이미 법으로 정해지거나 다른 나라의 선례가 있겠죠. 규제는 많지만 법도 선례도 없죠? 집 값 잡는다는 분들께서 법을 만드면 됩니다만, 규제만 남발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집에 대해 투자해선 안된다는 말들은 모두 당위적인 이야기들입니다. '응당 그래선 안된다.'라는 말인데, 시장에 응당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특히 집값이 오르내릴 때마다 정부나 언론에서 이런 이야기를 강조하곤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 주장은 현실을 단편적으로만 바라본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집은 소비재이면서 동시에 투자재


맞습니다, 주택은 분명 ‘사는 공간’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이죠. 안정적인 거주, 생활 편의, 학군이나 교통 같은 요소들이 집을 단순한 자산 이상의 의미로 만들어주고요. 그래서 좋은 입지의 고가주택은 투자재를 넘어, 위풍재라 칭합니다. 그것을 갖고 있음으로써 내가 남들과 차이를 갖는 것이죠.


주택은 시장에서 사고팔리는 자산입니다. 집을 소유하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고,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세나 월세 대신 내 집에서 살면 매달 지출되는 주거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이 됩니다.


투자 하지 않을 이유가 뭔가요? 집을 여러채 가지면 가격이 상승한다고들 하는데, 여러채 집 갖고 있는 사람이 여러 곳에서 거주하진 않죠. 한 채 빼고 다 임대를 주어, 우리나라 전월세 시장의 주요한 공급자가 됩니다. 이들이 없으면 전월세 시장은 없어져요. 정부는 돈이 없어 이 기능을 못합니다.


집을 오직 ‘소비재’로만 규정하는 것은 집이 가진 이중적 성격을 무시한 해석일 뿐입니다.




투자 수요를 부정하면 시장은 왜곡


실수요자만 집을 사야 한다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된다면 시장이 왜곡 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수요는 투기꾼의 욕심이라기 보다는, 거래를 만들어내고 가격을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장은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함께 견인하는 것이죠.


투자 수요가 빠지면 시장은 경직되고, 거래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강력한 규제 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거래 절벽이 나타났고, 이는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웠습니다. 즉, 주택 시장에서 투자 수요를 아예 배제하려는 시각은 비현실적입니다.


선진국이 된 도시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서울 아파트는 이제 국내수요를 넘어 세계수요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위상이 올라갈수록 사회 초년생이 서울에 번듯한 집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엔 사람이 몰리고, 정부는 집을 못짓게 하며, 돈을 계속 풉니다. 오를지 떨어질지 생각해보면 너무나 쉽습니다. 보수정부가 집권해 가격하락 시엔 매수를 안하다가 진보정부가 들어서 가격이 오르니 하락할거라는 공염불만 외고 있는거죠. 가격이 오른다는 말이 무색하게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돈들은 다 자산시장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미국엔 주식시장이 있고 우리나라엔 부동산시장이 주요 자산시장입니다.



주택은 포트폴리오 속 하나의 종목


주식, 채권, 금, 원자재가 투자 자산이듯, 주택도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은 금융자산 비중이 크고, 어떤 사람은 부동산 비중이 크겠지요. 개인의 위험 성향, 자금 여력, 생애주기 전략에 따라 달라질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의 힘이 너무나 약하기에 개인들의 돈들이 다 부동산으로 몰렸을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주택을 ‘투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 안에서 적절한 비중을 조절하는 일입니다. 주택도 투자 종목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자산 배분의 균형이 맞춰집니다.


부동산은 큰 시드와 레버리지로 몇십년간 깔고 앉아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거주용 주택과 투자용 주택은 엄연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둘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거주하는 집도 장기적으로는 자산 가치를 키우고, 은퇴 이후 생활의 안전망이 되어줍니다. 반대로 투자용 주택도 누군가에게는 거주 공간을 제공합니다.


즉, 집은 삶을 꾸려가는 소비재이면서도, 동시에 자산 증식의 한 축으로 작동하는 투자재입니다. 두 가지 성격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합니다. 집도 투자자산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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