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불가지론자로 살아야 하는 투자자

공포와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by 김현재



우리는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너무 쉽게 착각해요.



뉴스를 읽고, 차트를 분석하고, 기업의 재무제표를 뜯어보다 보면 어느새 자신감이 차오르죠. “이 종목은 이번에 오른다”, “지금은 바닥이다”, “이제는 위기다” 같은 말이 입에 붙어요. 그런데 과연, 그게 사실일까요?



시장은 심리의 집합체



시장은 숫자와 데이터로 구성된 것 같지만, 본질은 '사람들의 심리’예요. 무엇이든 시장의 참가자들이 팔면 떨어지고, 사면 올라가요. 거기에는 감정이 실리고, 때로는 공포가, 때로는 탐욕이 실려요. 그런 많은 참가자들 각각의 심리를 내가 예측할 수 있을까요?



유튜브나 티비에 나오는 전문가도, 애널리스트도, 기업의 CEO도 아무도 미래를 몰라요. 그런데 일반 개인 투자자인 내가, 그들보다 더 정확하게 미래를 읽을 수 있을까요?






투자자는 불가지론자가 되어야 한다.


불가지론은 특정 명제에 대해 진위여부를 알 수 없다는 관점이에요



나는 시장을 알 수 없고,
앞날은 모른다.



이게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가 가져야하는 관점의 시작이에요. 모른다는 전제 위에서만, 올바른 태도가 생겨요.



준비보다 중요한 건 대응



모른다는 걸 인정하면, 다음 행동은 계획보다 대응이에요. 예측한 대로 일이 흘러간다는 가정은 이제 내려놓고,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나는 살아남겠다”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중요한 전제가 있어요. 바로, ‘잃지 않는 것’이에요.



이익을 추구하기 전에, 원금을 지키는 게 먼저예요. 바둑에도 이런 말이 있어요.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즉 “내가 먼저 살아야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말이죠. 투자도 똑같아요. 먼저 살아야, 이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결국, 포트폴리오가 정답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대응하려면 속도가 필요해요. 빠른 정보력과 판단력, 충분한 자본이 있어야 하죠. 그런데 개인 투자자는 이런 면에서 기관이나 외국인, 큰 손들보다 한참 부족해요. 그들은 나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요. 나는 따라갈 수 없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해요. 현금과 채권이에요. 그리고 그것들을 담은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예요. 채권은 하락장에서 나를 지켜주는 방패예요. 현금은 위기 때 나에게 선택지를 주는 여유예요. 오히려 하락장이 길어질수록,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이 가장 유리해져요. 저렴해진 가격에 좋은 자산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니까요.



예를 들면 이런 비유가 있어요. 비 오는 날에는 우산 장수가 되어야 하고, 맑은 날에는 짚신 장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투자자도 그래야 해요. 상승장에서는 과감한 자산으로 수익을 노리고, 하락장에서는 방어적 자산으로 버텨야 해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춘 포트폴리오가 필요해요.






위험을 관리하는 것, 헷지



주식 100%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상승장에선 짜릿하지만, 하락장에선 무력해져요. 반대로 현금과 채권이 섞인 포트폴리오는 상승장에서 아쉬움을 줄 수 있지만, 시장을 오래 버티게 해줘요.



투자는 생존 게임이에요. 한두 번의 수익보다, 수십 번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힘이 더 중요해요. 나는 ‘잃지 않는 투자자’가 되고 싶어요 투자는 이기기 위한 게임이 아니에요. 먼저 잃지 않는 것, 그게 시작이에요.



수익률이 좋다는 이유로 변동성이 큰 자산만 쫓는다면, 언젠가는 큰 손실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오히려 평범해 보이지만 꾸준한 자산들, 예를 들어 국공채나 머니마켓펀드 같은 곳에도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것이 나를 ‘위기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자산들이니까요. 다들 시장을 이기고 싶어 해요. 하지만 승자는, 잃지 않고 오래 남은 사람이에요.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해요. 내가 지금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착각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무엇이 리스크이고, 무엇이 나를 지켜주는 수단인지 파악해야 해요.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에요. 불가지론자가 되어야 해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자세에서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투자자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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