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아파트 50년, 우리가 모두 아파트 국민이 된 이유

by 김현재




오늘은

대한민국 아파트 50년

진화의 기록을 볼까요



1970년, 대한민국의 주택 수는 440만 호였어요. 이 중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은 전체의 5%도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단독주택이었죠. 그 시절엔 ‘아파트’란 말 자체가 낯설게 들리던 시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2023년 기준, 대한민국의 전체 주택 수는 약 2천만 호에 달하고, 이 중 약 80%가 공동주택이에요. 특히 아파트는 무려 1,260만 호,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제 우리는 거의 모두가 ‘아파트 국민’이 되어 살고 있어요.



이렇게 50년 만에 주거문화가 완전히 바뀐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유일하다고 해요. 그렇다면 왜 한국은 이렇게 아파트 중심의 나라가 되었을까요?





법과 제도가 만든 아파트 시대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예요. 그 이전까지는 아파트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고, 법적인 기반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러다 1984년,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여러 세대가 한 건물에 살되 소유권을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구조가 생겼어요.



2002년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되며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제도적으로 정비되었고, 이후 뉴타운 열풍이 불기 시작했어요. 2017년에는 이 법이 전면 개정되며, 정비사업의 범위가 넓어지고 속도가 붙기 시작했죠.



같은 해 제정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은 말 그대로 ‘자투리 땅’까지도 재정비 대상으로 포함시키며 공급을 자극했어요. 그리고 2023년 12월,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까지 등장하며 아파트 공급의 기반은 더욱 강화되었어요.



흥미로운 건, 이처럼 제도가 바뀌고 나면 몇 년 후 항상 ‘아파트 가격 상승’이 뒤따랐다는 점이에요. 법은 겉으로는 ‘주거안정’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더 나은 아파트’를 짓기 위한 기반이 되었고, 이것이 사람들의 수요를 자극하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봐야 해요.




주거는 이제 ‘문화’가 되었어요



예전엔 주택 공급이 ‘부족’을 채우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이 되었어요.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브랜드가 되었어요.



최근 반포나 강남의 신축 단지들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것도 이런 흐름이에요. 새로 짓는 재건축 단지들은 단순히 ‘새 집’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주거 트렌드를 집약한 공간이에요. 더 쾌적하고,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한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가격을 이끌고 있어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말을 단순 유행으로만 보기 힘든게, 이 말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주거 선택의 본능을 보여주는 말이에요. 사람들은 결국 더 나은 삶, 더 나은 공간을 원하고, 거기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죠.





진화하는 주거가 가격을 이끈다


과거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를 보면, 항상 그 배경엔 ‘법률 제정’과 ‘진화된 주택 공급’이 있었어요. 주택 가격은 공급이 부족해서 오른 것이 가장 커요. 정치적인 이유로 개발을 못하게 했으니까요. 또한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나은 공간을 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해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예요. 새롭게 공급될 3기 신도시, 정비사업 단지들이 어떤 형태로 지어지느냐에 따라 주택 시장의 온도차는 극명하게 갈릴 거예요. 똑같은 공급이라고 다 같은 가치는 아니에요. 공급이 늘어나도 입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 될거에요.



이제 우리는 단순히 집을 짓는 시대를 지나,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어요. 그리고 이 흐름을 읽는 것이 곧 부동산 시장을 읽는 일이 되었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들은 왜 그렇게 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