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by 김현재




일상에서 ‘선의’라는

단어를 종종 접할 때가 있죠.


좋은 의도로 한 일, 누군가를 돕고 싶어서 했던 말, 정의감을 가지고 나섰던 행동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좋은 의도’가 오히려 나쁜 결과를 낳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게 돼요. 이유는 뭘까요? 좋은 의도로 예쁘게 포장된 속에는 많은 ‘의도’와 또 개중에는 악한 마음도 곁들여져 있기 때문이에요.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지옥으로 향하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인간 사회의 구조적 비극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이 문장은, 선의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때로는 선의가 더 큰 상처와 혼란을 부른다는 의미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사례로 얘기해볼게요.




선의는 ‘해결책’이 아니다


좋은 의도로 포장된 집단적,정치적 이기심은 예전부터 만연해 있었어요. 서민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사다리 걷어차기 또는 사다리끊기같은 ‘나는 되지만 너는 안돼’ 또는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 같은 말들로 호도하는 것들이 많죠. 정책, 제도, 사회운동에서도 이런 선의의 오작동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례: 임대차 3법


2020년, 정부는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임대차 3법’을 시행했어요. 핵심 내용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신고제 등이었죠. 겉으로 보기엔 모두 ‘선의’였어요. “집 없는 사람들의 삶이 너무 힘들다, 이들을 보호하자”는 의도였죠. 얼마나 선하고 아름다운 말인가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도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살게 하자라는 구호 잖아요.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요? 집주인들은 계약갱신을 피하려고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렸고, 전세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지며 전세 품귀현상이 발생했어요. 무주택 세입자들이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겨버린 거예요.


선의였지만, 경제적 매커니즘을 고려하지 않은거죠. 그냥 감정만 있었어요. 가진 자들이 해왔던 노력들은 무시한 채 지금의 현상만 보니, 그들을 끌어내려야 겠다는 생각뿐, 그 다음의 이어질 현상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거죠. 아이러니 하게도 그 결과는 못가진 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줬어요. 시장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오히려 서민들이 고통받게 된 구조였어요.




‘착한 마음’이 아니라

‘생각 없는 착함’이 문제


착한 마음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에요. 문제는 그 선의를 뒷받침할 냉철한 전략, 현실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이 없을 때 생겨요. 현실을 이해 못했다면 바보 같은거고, 현실을 이해하고 그랬다면 위선인거죠.


또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한동안 전국적으로 ‘어르신 일자리 확대 사업’이 추진됐어요. 좋은 정책이었어요. 은퇴한 노인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적 고립도 막고, 소득도 보전해주는 식이었죠.


하지만, 막상 현장에선 쓸모없는 일을 억지로 만들어서 참여하는 사례들이 많았어요. 이런 정책은 어르신을 ‘일하는 시민’으로 대우하지 않고, 용돈 주듯 시혜적으로 다루는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판이 많았어요.




선의가 사회적 폭력으로 작용할 때


심지어 선의는 폭력이 되기도 해요. 예컨대 청년 지원정책 중 일부는 ‘청년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실제 청년들 중 자격요건이 안 맞거나 행정 서류를 준비할 수 없는 이들은 오히려 소외돼요. ‘우리를 위해 만든 정책이 왜 우리를 배제하지?’라는 모순에 맞닥뜨리는 거죠.


요즘엔 ‘흙수저이면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가장 불쌍하다’ 라는 말이 있는데, 사회적인 혜택은 하나도 못받으면서 세금과 의무만 많이 지어지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말이더라구요.


가장 큰 문제는, 선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비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너희를 도우려고 했는데 왜 불만이냐?”라는 태도는, 오히려 자기 도취적 권력의 모습에 가까워요. 이때부터 선의는 지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죠.


우리가 진정 바라는 세상은 ‘착한 사람들’이 이끄는 세상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사회예요.


선의는 언제든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요. 좋은 마음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각성해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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