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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Aug 17. 2024

샌프란 공항이 왜 두 개야?

샌프란시스코 처음 오시면 조심하세요!

올해 5월에 일어난 일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이름을 단 공항이 두 곳이 되었습니다.

한 곳은 San Francisco International Airport이고, 다른 한 곳은 San Francisco Bay Oakland International Airport인데요.


원래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SFO)이 샌프란시스코를 주로 담당하고, 차로 30-40분 거리의 오클랜드국제공항(OAK). 50-60분 거리에 산호세 국제공항(SJC)가 필요에 따라 다양한 항공편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로컬은 필요한 항공편/시간대에 따라 공항을 선택해 사용해왔죠.


예를 들어 샌프란에서 라스베가스를 간다고 칩시다.

프런티어와 알래스카가 샌프란시스코공항(SFO)에서 출발, 스피릿 항공은 오클랜드(OAK)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떴습니다. 상황에 따라 골라잡을 수 있죠. 저는 SFO가 가까워서 평소에는 여기서 출발하는 걸 고르겠지만, 상황에 따라 아 일이 있어 저녁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하면 스피릿을 고르는 식이지요.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리만 건너면 이스트베이(샌프란시스코 만 동쪽에 있는 지역)이고, 여기에 오클랜드가 있어서 가깝습니다. 이스트베이에 사시는 분이라면 더 가깝겠고요.



이번에 이슈가 된 건 오클랜드 국제공항(OAK) 입니다. 이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어요. 원래 이름이었던 '메트로폴리탄 오클랜드 국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 만 오클랜드 국제공항' 으로,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하진 않지만 샌프란시스코를 맨 앞에 배치하는 것이지요.


오클랜드 공항 측에서 제시한 이유도 일리가 있습니다.


1. 사람들이 오클랜드가 샌프란시스코랑 가까운지 잘 몰라요

앞서 말했듯이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는 꽤 가깝습니다.

지도를 보시면 파란 포인트가 샌프란시스코 공항, 빨간 핀이 오클랜드 공항입니다. 다리를 찾으려면 빙-돌아가야 되는 건 맞지만, 샌프란시스코 도시와의 거리만 보자면 각각 차로 2-30분 (SFO) 3-40분(OAK)거리로 크게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그래서 지역주민이나 주변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면 유동적으로 둘 다 이용하는 편이죠. 오클랜드 공항측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오클랜드 공항이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 인구의 58%에게 더 거리가 가깝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주변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샌프란시스코가 훨씬 유명하다보니, 주변 지역에 익숙한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오클랜드공항이라고 하면 "이게 어디 붙어있는 거야" 하고 샌프란시스코 공항만 고집하게 된다는 거죠.


2. 더 많은 항공편 유치

아무래도 샌프란시스코라는 이름이 전반적으로 인지도가 더 높다보니, 오클랜드고 공항은 샌프란시스코 이름을 붙이면 더 많은 직항 항공편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2008년 이후로 16년 동안 45개의 항공 직항 루트를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실제로 승객 처리 수는 오클랜드가 6%증가할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8%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름 때문에 성장에 지장이 있다는 주장이죠.



이에 샌프란시스코는 반발했습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승객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고요, 또한 상표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측에서 이름을 바꾸기 전 마지막까지 반발을 했으나 오클랜드측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해 바꿨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바로 소송을 걸었고, 오클랜드 측에서도 반대 소송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승객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려고 한다고요.






개인적으로는 오클랜드 측의 선택이 좀 찜찜하긴 합니다. 굳이 이름에 샌프란시스코를 제일 앞에 넣었어야 하나, 너무 노골적으로 묻어가겠다는 심산이 아닌가 하고요. 전반적인 여론도 좀 '이건 아닌데'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름을 오클랜드-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했으면 오클랜드의 정체성도 잡고 샌프란시스코와의 접근성도 잡아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다른 이름도 많았을텐데요. 통칭적으로 부르는 '이스트베이'를 넣었어도 되고요.


처음 오시는 분들은 정말 헷갈리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맨 앞에 샌프란시스코만 보고 덥썩 항공권을 예약한 후에 공항 리무진이라든지 교통편이나 호텔도도 SFO인 줄 알고 예약해놨다가 막상 도착해보니 오클랜드 공항이면 정말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여러가지로 오클랜드라는 이름은 애증이 섞여있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복잡한 사회역사적 이유가 있지만 오랫동안 슬럼화로 고통받아왔어요. 물론 이스트베이 오클랜드 사람들은 오클랜드를 자랑스러워하고, 발전이 많이 되고 있지만 예로부터 이어온 아쉬운 평판때문에요.


사람들이 SFO로 쏠리는 것은 이름뿐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설 자체만으로 비교하더라도,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훨씬 쾌적하기 때문인데요. 사실 미국은 항공편이 대중화된 역사가 꽤 길다보니 시설이 낙후된 곳이 많습니다. 다니다보면 '나홀로 집에'영화 시절부터 손대지 않았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확장공사를 해 왔기 때문에 내부가 아름답고 깨끗합니다. 기왕이면 깨끗하고 좋은 것 찾아가는 게 사실 사람의 심리이다보니까요.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먹을 것에도 신경을 쓴 게 보입니다. 보통 미국의 공항 음식은 아주 별로예요. 스타벅스,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주를 이뤄서 먹을 게 잘 없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로컬식당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계속해와서 샌프란에서 유명한 'Tartine Manufactory(미션에서 시작, 사워도우 빵으로 유명함)', Retual (커피전문점), 'The little chihuahua' (로워 헤이츠에서 시작한 멕시코음식점), 'Little Skillet' (사우스비치 지역에 있는 와플+치킨음식점. 맛있음주의) 등등이 들어서 있어요. 도착, 혹은 기착지로서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보는 것이 '맥도날드'인 것과, 샌프란시스코 동네 본점 설명이 붙어있는 'The little skillet'인 것은 벌써 여행자에게 닿는 느낌부터 다릅니다.




두 도시(공항)간 법정공방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결론이 날 지는 모르지만, 이름이 바뀌었으니 한동안 혼란스러운 건 일반승객이겠네요.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공항을 예약하실 때는 방문하고자 하시는 목적지에 따라 SFO(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과 OAK(샌프란시스코베이 오클랜드 국제공항) 코드를 잘 확인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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