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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Aug 18. 2023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극성수기 공략법

다리가 고장나면 플랜 B로 간다!

잠을 자고 나면 괜찮아 질 줄 알았던 다리는 계속 "왜, 뭐, 어쩌라고" 를 고집했다. 새끼 발가락은 여전히 퉁퉁 부어 빨갰고, 왼쪽 무릎이 특히나 너무 아파서 캐빈에서 내려올 때 있는 계단 4칸에도 절뚝거렸다. 나의 불쌍한 발가락들을 위해 어제 신었던 하이킹 신발은 접어두고, 앞 코가 넖은 워킹신발을 신었다.



이전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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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려던 곳은 2단으로 되어있는 Yosemite Falls 의 중간지점. 남편은 거기 경사도도 어제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내 꼴을 보고는 하지 말자고 했다. 대신 평탄한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면 있는 Lower Falls (요세미티 2단 폭포중 밑의 것)에 가기로 했다.



2. 극성수기 내부 탐방은 아침 일찍이나 늦은오후를 겨냥할 것


우리가 묵었던 캠프커리에서 요세미티 폭포로는 도보 25분, 셔틀로 6분 정도를 가면 된다. 11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갈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7시에 나섰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산악에 진심인 고인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여행객은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밥 먹고 10시즈음 일정을 나선다. 점심을 먹고 오후 탐방을 하고 저녁 즈음에는 숙소로 돌아오거나 공원을 떠난다. 아이가 있다면 특히나 이 시계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이 시간에는 어딜 가든지 사람이 많다. 둘째,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실외활동을 한다면, 가장 더위가 심한 시간을 피할 수 있다. 때문에 탐방로 이용시 아침 6시-10시, 오후 4시-8시를 노린다면, 바글거리는 인파를 최대한 피해 쾌적한 온도에서 활동할 수 있다. 여름에는 해가 길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다.



셔틀을 타려다가, 얼마나 자주 버스가 오는지 시간표가 딱히 써 있지 않아 그냥 걷기로 했다. 정류장에도 주요 목적지까지 도보로 얼마나 걸리는 지 시간이 써 있고, "걷는게 더 빠를 수 있습니다" 하고 써있다. 한 15분-20분 텀이면, 정말로 걷는게 더 빠를 수도 있지 않겠어? 하고. 다행히 평지를 걷는 건 다리가 그럭저럭 버텨 주었다. 아침이라 덥지 않고 상쾌한데다가, 요세미티는 그냥 내부를 걸어다니기만 해도 주변에 파노라마 뷰로 장관이 넘쳐났다. 기분이 좋았다. 걷는 사람이 많지 않은 대신, 다른 분들을 만났다.



바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사슴떼.

국립공원의 야생동물들은 잘 보호를 받고 있고, 절대 만지거나 먹이를 주거나 해서는 안된다. 이 분들은 인간에게 너무 익숙한 나머지 정말 먼지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차가 오더라도 마찬가지. 차가 달리거나 말거나 그저 유유히 도로를 건너주시면, 미천한 인간들이 알아서 차를 멈추고 기다려준다. 특히 저 뿔달린 분이 우리 걷는데 아주 눈앞에까지 왔다. 이대로 지나가자니 내 길을 막고 있고 뒤를 돌아 가자니 위험할 것 같아 길에 서서 건너가시길 기다렸으나, 계속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뭔가 당황해서 "What do you want me to do? Are you gonna go first or do you want me to go?" 하고 말을 걸었는데 가만히 서서 계속 쳐다봤다. 결국 슬금슬금 천천히 걸어 길을 내어드렸고, 그제서야 눈길을 거두고 찻길을 건너갔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도 바이슨 떼가 길을 막아서 차들이 한참 기다렸던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Traffic Jam에서 본따 Bison Jam이라고 불렀다) 여기는 사슴이 이러고 있네 싶었다.




걷다가 보면 멀리서 요세미티폭포 윗부분(Upper Yosemite Falls)이 보인다. 하늘 높이 나타나는데 볼 때마다 CG인가 싶다.



저 폭포쪽으로 걸으면  Yosemite Village가 나온다. 이 근처에는 식당, 가게, 우체국, 여행객 방문센터 등 시설과 탐방로가 잘 정돈되어 있다. 곳곳에 요세미티 원주민 생활사, 역사, 국립공원 지정에 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Lower Falls 탐방로는 모두 평지이고, 왕복 20-30분 정도 밖에 안 걸리는 짧은 루트지만 요세미티 대표 폭포를 힘 안들이고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걷기 힘들어하시는 어른들이나 아이들 유모차를 끌고 가기도 좋다.


저 나무에 가족끼리 앉아서 가족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어야 했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었다.




이 탐방로는 요세미티 로지 호텔 쪽으로도 길이 이어져 있는데, 그 쪽으로 한 번은 걸으시길 추천한다. 2단 폭포의 전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록이 가득한 레드우드 나무가 절묘하게 폭포를 감싸안는다. 꼭 밥로스 아저씨가 "참 쉽죠?" 하며 슥슥 덧칠 해 낸 것 같다. 요세미티는 원주민에게 신성하게 여겨지던 곳이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저렇게 아름다운 폭포와 절경을 보면 한없이 작은 인간에 대한 자연의 위엄이 느껴진다. 저기 중간까지 올라가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웠지만 뭐, 그래 다음을 기약하면 되니까.



3. 날씨, 비상식량, 음료, 종이 가이드와 지도 같은 대비를 철저히 할 것


돌아오는 길에는 셔틀을 타기로 했다. 셔틀은 한 방향으로만 운영되므로 그냥 타고 있으면 목적지에 언젠가는 도착한다. 우리는 그걸 몰랐는데 일단 공원 진입 할 때 종이지도 책자를 준다고 할 때 남편이 받지 않았다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90년대도 아니고 종이 책자 안 받은게 뭐가 문제냐고? 요세미티 내에는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다. 데이터만 터지지 않는게 아니라 전화나 문자도 거의 안된다. 한국에서 살다왔다면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궁금하다고 바로 휴대폰으로 검색이 불가능하다. 공원 내에 지도나 안내가 있기는 하지만, 공원 측에서 제공하는 지도책자가 최고다.


또한, 전화가 터지지 않는 다는 것은 무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도움을 구할 때 까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비상식량, 음료는 물론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한 여러 겹의 겉옷, 비옷, 알맞은 보호장구를 꼭 휴대해야한다. 산에서도 데이터가 빵빵터지고 산 중턱, 꼭대기에도 물과 음식을 파는 한국에 익숙하다면, 이 점을 꼭 알고가야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



어쨌든, 셔틀버스가 저 멀리서 오고 있기에 놓치지 않으려고 뛰었다.


아뿔싸.


내 왼쪽 무릎이 "너 미쳤어?" 하고 비명을 질렀다. 한 발 한 발 뛸때마다 무릎이 덜렁덜렁 거리는 것 같았다. 어찌어찌 버스에 탔고, 사람이 많지 않아 앉아서 바깥 뷰를 구경하며 돌아왔다. 돌아온 시간은 오전 열시가 좀 안 되어 커피를 사 마시려고 했다가 줄이 길어서 30분을 기다렸다. 장점이라 하면, SF mandate (SF에서 강제하는 직원 의료보험비용)나 팁이 안 붙어서 세상에 두 사람 음료를 시켰는데 10불이 채 안나왔다는 사실이고, 단점이라 하면 커피가 맹맹해서 그냥 우유맛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따뜻한 우유도 좋아하기 때문에 괜찮았다. 방에가서 짐을 정리하고 어제 남겨놓았던 피자 3조각을 먹었다. 여전히 짜고 맛있었다.


우리가 나올 때 셔틀 정류장을 다시 봤는데, 세상에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아침 10시 반이 넘었기 때문이다. 공원을 사람 없을 때만 돌아다녔더니 셔틀 줄이 저렇게 길면 어떻게 다니나 싶어 어휴 고개를 절레절레 휘저으며 우리는 체크아웃을 하고 공원을 빠져나왔다.





내 왼쪽무릎은 셔틀버스를 위한 뜀박질 이후로 사망하여, 나는 그날 하루 종일 통증에 시달렸다. 다리를 펼 수가 없어서 앉아있다가 일어나면 오금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뭐, 걸을 수가 없으니 공연이 내일 모레인 합창 연습도 건너뛰었다. 무릎아대가 없어서 발목 아대를 어찌어찌 휘감고 조금씩 굽혔다 폈다 했다. 다행히 저녁 무렵부터는 괜찮아져서 걸을 수 있게 되었으나, 4일이 지난 오늘도 시큰시큰 아프다.


그렇게 고생해놓고 또 가고 싶냐고 하면, 또 가고 싶다. 사실 2년 전에 요세미티 갔을 때에도 4마일 트레일 내리막길 주파하기 하다가 또 한 2-3일 못 걸었었다. 다음엔 무릎 아대를 아예 사서, 등반스틱도 구해서 가든가, 신발도 좀 더 편안하고 쿠션 좋은 걸로 해서 철저히 준비를 할 거다.


국립공원 고인물이 주변에 너무 많아서, 잘못알인 주제에 이렇게 글을 쓰는게 좀 부끄럽긴 하다. 시아버지와 그 식구들 쪽, 남편 친구쪽엔 뭐 새벽 3시부터 일어나 머리에 랜턴을 끼고 8-9시간 산악 하이킹을 다니는 사람부터 100마일 (약 160.9km!) 하이킹+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사람, 이런걸 너무 다녀서 스폰서까지 받고 활동하는 사람까지 고인물 천지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그들과 같이 가기에는 너무 부담이 된다. 나는 적당히 아 멋지다 할만하다 이건 너무 아프더라 수준의, 독자분들이 "쟤랑 가면 좋겠다" 생각해 주시는 정도면 아주 행복하겠다.


저번 글에서 댓글로 숙소에 관한 문의를 주셨다. 요세미티 숙소는 선택지가 많은 듯 하면서도 막상 뭘 고르려면 선뜻 용기가 나질 않는다. 어떤 숙소를 고르는 게 나의 여행에 잘 맞을까?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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