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부, 연어가 왜이렇게 맛있어요?
지난 주말에는 내가 참여하는 합창단의 공연이 있었다. 일년 중 가장 큰 공연으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홀을 통째로 빌려서 하는 합창공연. 미국시댁 부모님, 남편 여동생, 고모댁 내외가 모두 와 주셨다. 감사의 마음으로 공연 후 저녁 10시가 넘어서 우리 집에서 작은 저녁 파티를 열었다.
미국사람들은 파티에 진심이다. 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남편의 친가쪽, 외가쪽 모두 아주 정식으로 진심으로 파티를 호스팅한다. 데코, 조명부터 시작해서 에피타이저, 각종 알코올/논알코올 드링크, 음악, 접시, 식기류부터 이 모든 것의 순서까지 신경쓴다. 나는 그냥 모여서 치킨이나 족발 시켜먹고 사진찍고 노는 게 익숙한 나머지, 남편과 연애 이후로 누구를 초대해서 파티를 여는 것에 너무나 부담을 느꼈다. 저 사람들 처럼 해야만 할 것 같은데 접시 위에 왜 또 접시를 놔야 하는 지 모르겠고, 사람들에게 이거 마실거냐 저거 마실거냐 다 말걸고 인사하고 청소하고 모든 게 다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다행히 파티가 잘 끝났다. 사전에 다 청소하고 메뉴를 준비해 놓았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파티가 공연 후 늦은 밤이어서 손님들이 짧게 마시고 이야기나누다가 갔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밤 시간에 맞춰 남편이 집을 나오기 전에 은은한 무드조명을 곳곳에 틀어놓고, 재즈 음악도 미리 틀어놓았다. 바깥으로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야경과 차가운 밤바람도 좋았다. 공연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정신없이 음식을 펴고 버블와인을 따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부모님과 고모님들은 떠나면서 공연도, 파티도 아주아주 좋았다고 기분좋게 칭찬을 해 주시고 떠났다. 휴, 다행이고 기뻤다.
이틀 후, 고모님댁에서 저녁에 초대를 해 주셨다. 집에 있던 술 한병을 가지고 시부모님과 함께 도착했다. 고모님 댁은 부지가 넓고 앞뒤로 나무에 둘러쌓여 다른 집들이 보이지 않는다. 뒷마당에는 커다란 수영장, 자쿠지, 아웃도어 그릴과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도 있다. 아주 아름다운 집.
고모님 부부는 파티를 숨쉬듯이 쉽게 하신다. 우리도 자주 초대받아 일년에 적어도 두 세번은 오는 편이다. 그 때마다 이 많은 음식을, 두 세개의 애피타이져 + 와인/맥주/논아코올 음료 + 메인코스 + 디저트까지 전부 별로 힘들지 않게 준비하시고, 모든 게 스트레스 없이 때맞춰 등장한다. 자연스럽게 모든 이에게 말을 걸면서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술잔이 비지 않게 언제나 챙겨주신다.
이 날의 애피타이저는 채소스틱과 두가지 딥. 메인코스는 그릴에 구운 연어와 옥수수 샐러드, 페스토파스타, 카프레제 샐러드었다. 모두와 대화를 나누며 고모부님은 익숙하게 그릴에 가서 연어를 구워냈다. 막 호들갑떨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연어 껍질은 벗겨내어 따로 두셨는데(다들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다 먹었다. 시고모님은 아들 하나가 홍콩에서 결혼해서 사는데, 그 며느리도 연어껍질 엄청 좋아한다고 웃으셨다. 세상에, 왜 이렇게 맛있지? 연어도 속이 촉촉하고, 카프레제 샐러드도 싱싱했다. 나는 "제가 만들면 이렇게 안 되던데요" 하고 호들갑을 떨면서, 먹어본 연어중에 제일 맛있다고, 이것도, 저것도 너무 맛있다고 계속 칭찬을 해 드렸다. 남은 것을 싸 달라고 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디저트는 반으로 가른 복숭아에 설탕을 뿌려 굽고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내었다. 그냥 구운 복숭아인데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부드럽게 입에서 녹았다.
모두는 식사를 하고 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다른 친척의 이야기,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그 집에 대한 말도 안되는 웃긴 이야기. 시아버지와 고모님 8남매의 어렸을 적 이야기. 해가 지면서 하늘이 어슴푸레하게 어두워지고 있었고, 와인잔에 담간 발그레한 로제와인이 마당 조명을 받아 빛났다. 더운 낮이 지나고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이야기가 웃겨서 깔깔 웃으면서 와인을 한 잔 마시고, 하늘을 쳐다보는데, 행복했다.
삶이란 신기하다. 나 빼고 모두 백인인 이 사람들, 식성도 배경도 모두 다른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던 지구 반대편의 이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웃고 떠들고 있는 이 상황이 이상하면서도 즐거웠다. 그저 캐주얼하게 "저녁먹으러 오래" 하고 초대해 주신 저녁에 모여 식사를 하는 평화로운 삶.
뭐, 어느 일가친척이나 그렇듯(아닌가?) 언제나 모두가 좋고 행복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복잡하고 피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붙잡아서 써내리고 싶었다. 행복한 순간은 끌어안고 아껴주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고 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