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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Sep 01. 2023

디즈니 랜드는 처음이신가요?

꿈과 희망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디즈니랜드를 처음 갔을 때는 20대 중반, 미국에 온 첫 해였다. 한국에서 방문해 준 친구들과 함께 야심차게 떠난 여행에서, 당연히 디즈니랜드는 꼭 가봐야 하는 곳이었다. 그 때 우리는 헐리우드에 있는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갔는데, 버스 시간 때문에 마지막에 하는 불꽃놀이 쇼를 채 보지 못하고 뛰어나와 주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를 보며, 아쉽게 우리는, 다음에는 꼭 보자 하고 입맛을 다셨다.


다행히 그 이후로 우리는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 월드에 다시 갔다. 그 근처에서 묵으며 불꽃놀이 쇼도 보았다. 흔히 디즈니 영화를 보면 처음에 등장하는 디즈니 성과 함께 별이 지나가는 그 씬과 노래가 눈앞에서 펼쳐진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게 우리 모두의 가슴 속 저 밑에서 자고 있는 작은 어린이의 뺨을 때려 깨운다. "꿈을 꿀 수 있다면, 이루어진다"고 속삭이는데, 이게 얼마나 달콤한 지 눈물이 다 나려고 했다. 우리는 모두 발을 동동 구르며, 그 순간이 끝나지 않길 바랬다.




그 이후에도 애너하임 디즈니랜드는 몇 번 더 갈 일이 있었다.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에서 자란 남편은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과 함께 여러차례 갔던 기억이 있어서 이래저래 훨씬 쉬웠다. 대학원 다닐 때는 영유아 예술 과목에서 자유 주제 파이널 과제가 있었는데, 디즈니랜드 컨텐츠나 굿즈가 실제로 영유아 현장에서 교육적 가치가 있는지, 어떤 단점과 한계점이 있는지에 대한 글을 썼었다. 쓰면서 상당히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당시 디즈니랜드에서 팔던 굿즈, 특히 우주 비행사 복장, 작은 로켓 세트 등은 가격에 비해 그 퀄러티가 상당히 좋았고, 역할놀이나 우주 관련 주제를 탐구할 때 아주 유용할 것으로 보였다. 몇몇은 정말 구매해서 원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너무 공주스러운 것, 흑백의 선과 악을 가르는 것, 단편적인 목적의 놀이기구(요술봉, 총, 칼 등), 호황세대의 백인 사회 향수가 기본 컨셉인 것, 기타 쓸데없이 어린이의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것들에 대한 문제점은 언제나 있어왔으므로 어른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 자체는 한계점으로 떠올랐다. 자료 조사 중 재미 있었던 점은 디즈니가 처음 열었을 초반에는 입장료가 당시 우유 1갤런(큰 통) 가격이었다는 사실이다! 현재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택도 없다.




<놀이공원 대략의 개요>

애너하임 디즈니랜드는 2가지 파크로 나뉘는데, 오래 전 오리지널의 디즈니랜드와 2000년 넘어서 더해졌다는 캘리포니아 어드벤쳐이다. 남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는 처음에는 "캘리포니아 곳곳을 한 곳에서 만나는 놀이공원!" 을 목표로, 요세미티 같은 국립공원 테마 + 샌프란시스코/몬터레이 피셔맨스워프 테마 + 나파밸리 테마식당 (포도덩굴도 실제로 기른다 ㅋㅋ) +산타크루즈나 산타모니카 같은 비치 피어파크 테마 + 헐리우드 테마 +기타 캘리포니아스러운 것들을 녹여낸 것이었다고 한다. 남편 말로는, 떠다니는 무슨 놀이기구는 캘리포니아 오렌지 테마였는데, 타면 오렌지 향기가 나곤 했다고 한다(ㅋㅋ디즈니파크는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해있다). 결론적으로 그 캘리포니아 컨셉은 좀 망했다고 한다. 이해가 가는게 이미 캘리포니아에서 가는 사람이 많은데, 디즈니랜드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해서 그 근방에 원조를 볼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막상 나도 요세미티 가서 진짜 요세미티 보면 되고, 산타크루즈 가서 피어 롤러코스터 타면 되고, 샌프란에서 길라델리 아이스크림 먹으면 되는데 굳이 입장료를 그렇게 내고 디즈니까지 가서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환호할 필요가 없게 느껴졌다.


그 이후에는 좀 더 영화나 캐릭터 테마로 바꿨는데 그게 더 잘 되고 있는 듯 하다. 예를 들면 빨간 레이싱카 영화인 'Cars' 에 나온 동네를 재현해 놓은 'Cars Land'는 정말 처음 들어간 순간 그 귀여움과 디테일에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게 해 놨다. 정말 귀엽다. 영화랑 똑같이 생겼다. 내가 만약 만 3세의 카 팬 어린이라면, 넋을 잃을 것 같다. 처음 갔을 때 나는 만 3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놓았었다.


카스랜드 야경. 정말 엄청나게 귀엽다. 저 안에 레이싱 놀이기구는 공원 내 가장 인기 많은 것 중 하나

특히 카스랜드 가장 안쪽에 있는 레이싱 놀이기구는 정말 영화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카스 1편의 처음 동네에 도착했을 때의 스토리라인을 잘 따르면서도 스릴있다! 꼭 타보길 추천한다.



어찌됐든 이게 좀 인기가 있었는지, 디 인크레더블스, 인사이드아웃, 토이스토리를 버무려 '픽사피어'로 바꿔 입혔고, 새로 만든 어벤져스 구역도 꽤 인기가 많은 듯 했다 (이 전에는 벅스라이프 테마였는데 허물고 새로 만들었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테마였던 워프 지역을 '빅 히어로 식스'에 나오는 '샌프란소쿄(샌프란시스코+도쿄를 섞은 가상의 도시)'로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어드벤쳐 쪽에는 아직도 좀 외면받는(?) 구역이 좀 남아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꿀 지 기대가 된다.


공사중인 '샌프란소쿄'의 명물 다리. 9월 초 쯤 연다고 했던 것 같다.



<티켓/공원 이용 안내 + 팁>

 티켓은 1일 1파크 혹은 1일에 둘 다 갈 수 있는 것으로 나뉘고, 기간이 더 길 수록 1일치 비용이 싸진다. 예를 들어 1일 1파크만 사면 1인 120불이었던 것이, 2일이면 104불, 3일이면 90불 대로 내려가는 식. 그 때 마다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된다면 비수기를 노리는 것이 좋다. 가장 저렴한 비수기 기간여름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가는 기간~할로윈 전 (8월 말~10월. 9월 초에 노동절 주말이 있으니 그 주는 제외), 크리스마스+새해가 끝난 직후~봄 전(1월~2월) 정도인 듯 하다. 캘리포니아 거주민이라면 약간의 할인도 가능하다. 사실 가족단위라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성인 2인에 1인 1파크 이틀, 일년 중 가장 저렴한 비성수기 가격으로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권만 400불이 넘게 들었다.


보통 사람이 많으므로 줄을 건너뛰고 싶다면 여러가지 서비스를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사실 자주 바뀌는 것 같아서, 갈 때마다 잘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이번에 보니까 25불 내고 '지니'라는 것을 사면, 각 놀이기구 마다 1일 1회씩 시간 구간을 예약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첫 날 가 보고 결정하려고 했는데, 결국 구매하지 않았다. 일단 비수기라 사람이 그렇게까지 많진 않았고, 돈 안내고 빨리 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바로 Single Rider (1인) 라인+ 디즈니랜드 앱을 이용하는 것. 디즈니랜드 앱은 꽤 편리한데, 각 놀이기구 정보 (나이/키 제한, 싱글 라이더 유무, 놀이기구 타입 등등)와 함께 대기시간이 얼마나 긴지, 놀이기구가 잠시 문을 닫았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음식을 주문/구매하고 그냥 픽업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돌아다니다가 줄이 안 긴 놀이기구로 가서 싱글라이더 줄을 이용했다.


<1인용 탑승권> 이 표는 1명의 탑승객이 1인용 대기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함.

- 이 패스 있다고 당장 타는 걸 보장하진 않음

- 싱글라이더는 반드시 신장 122cm 이상

- 해당 놀이기구의 탑승조건을 모두 충족해야함

- 자리에 대한 특별 요구는 들어주지 않을 수 있음

- 단체손님은 따로 앉게 될 것임

- 이용 가능 여부에 따라 다를 수 있음


보통 가족/연인 단위의 손님들은 함께 놀이기구 탑승을 원하기 때문에 꼭 한 두 좌석 씩 남기 마련인데, 그럴 때는 이 싱글라이더 라인의 사람들로 채운다. 싱글라이더가 있는 놀이기구에는 전용 줄이 따로 있고, 추후 줄이 합쳐지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표를 줘서 보낸다. 실제로 인기가 많은 놀이기구를 20초를 채 기다리지 않은 적도 있고, 길어봐야 15분 미만이었다. 가끔은 2자리가 남는 경우가 있어서 남편과 같이 타는 럭키한 경우도 있었다. 다만 어린이의 경우에는 혼자 탈 수 있는 나이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용이 어려울 수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저녁으로 갈 수록 싱글라이더 줄이 길어진다 (아침엔 잘 몰랐다가 알게 되어서? 아니면 어린아이 가족단위는 이미 집에 가서?). 싱글라이더가 없는 놀이기구도 있는데 그건 답이 없다. 그냥 기다려야한다.


디즈니 메인파크에서 하는 퍼레이드와 밤에 하는 불꽃놀이 쇼는 꼭 봐야 한다. 미안하지만 롯데월드 퍼레이드는 아직 멀었다. 소품을 어쩜 그렇게 잘 만들었는지 싶은 것들이 많고 배우들도 참 진심이다. 둘 다 한 두시간 전 부터 사람들이 루트에 진을 치고 앉아있어서 사실 명당을 잡기는 쉽지 않다. 돈을 더 내고 지정석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나는 그냥 좀 안보이더라도 해당 시간에 가서 어찌 저찌 보는 쪽을 택했다. 여름에 땡볕에 앉아있는 것은 고문이므로.



캘리포니아어드벤쳐에서도 호수(?)를 중심으로 물과 빛, 그리고 색을 이용한 공연을 한다. 분수+조명+영상+사운드가 총망라한 참 괜찮은 쇼이긴 한데 불꽃놀이는 안 한다. 여기도 특별좌석을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 나파팰리 테마의 이탈리안식당에 가면 가끔 이 특별좌석과 식사 코스를 합쳐 판매하기도 한다. 인당 59불인가 그랬는데 우리는 안 했다. 캘리포니아 어드벤쳐가 좀 더 일찍 닫는데, 이 쇼를 하고는 그냥 문을 닫아버린다. 이 때 캘리포니아어드벤쳐를 나와 매표 지역에 있으면 (보통 이게 30분 정도 걸린다고 가정했을 때) 반대편의 디즈니파크에서 하는 불꽃놀이 쇼와 시간이 딱 맞는다. 여기서 불꽃놀이를 보고 그 다음에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략의 물가>

 전반적으로 판데믹 전에 갔을 때 보다 굳즈 가격은 올랐다. 그 전에는 귀여운 것들은 그냥 집으면 9.99, 18.99, 25.99이래서 상대적으로 살 만 한데? 하고 장벽이 낮았다 (그래서 위험했다!). 지금은 체감으로 30-40%이상 씩은 오른 것 같다. 디즈니랜드 일반굳즈의 질은 괜찮지만 또 막 아주 좋은 것은 아니라서, 이 전에는 오 이 가격에 이정도면 괜찮지 하고 샀었는데 지금은 이 가격에 이거라고? 하고 좀 안 사게 되었다.


근데 또 상대적으로 캘리포니아 관광지 치고 일반 음식 값은 저렴한 편이었다. 일반 치즈버거+감튀가 12불대, 대부분 식사시 1인 20불 이하로 가능했다. 비싼 것은 음료. 파크 내에 물 한 병은 4불대로, 한국돈으로 5천원이 넘는 가격. 콜라 등 탄산음료는 50센트인가 더 받지만 거의 가격이 비슷한 관계로 많은 이들이 탄산음료를 마신다. 그래도 이번엔 곳곳에 식수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정비되어 있어서 개인 물병을 가지고 와서 채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기 뭐가 있어서 줄이 길지? 해서 보면 물 받는 곳인 경우가 있었다 (웃음). 개인 물병이 있다면 가지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미국에서 Chase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Disney Debit Card (데빗카드는 한국의 체크카드)를 발급 받길 추천한다. 뭐 아무것도 할 필요 없고 계좌가 있고 데빗카드를 발급받을 때 그냥 그걸로 해달라고 하면 준다. 엄청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고 디즈니 리조트나 스토어 이용시 이런저런 자잘한 할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개중에 가장 활용도가 높았던 것은 1. 온/오프라인 스토어에서 50불이 상 구매시 10퍼센트를 할인받을 수 있는 것과 2. 디즈니랜드 내 지정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10퍼센트 할인 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 시, 카드를 보여주고 할인해 달라고하면 청구서에 할인을 포함시켜 준다. 회비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디즈니 안 여기저기 가게들마다 파는 것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데, 사고 싶었던 것이 산재되어 있어 가게마다 50불이 안 되가지고 할인을 못 받았다는 것.



<초심자를 위한 기타 의견>

처음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는 것이라면 그 근처에서 숙박하기를 강력히 권한다. 저녁의 쇼를 꼭 봐야하고 또 무엇보다 하루 종일 걸어다니다가 저녁에 또 숙소로 멀리 이동을 해야하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디즈니랜드 자체의 리조트에 묵으면 공식적으로 파크가 문 열기 전에 더 일찍 들어갈 수 있지만, 시설에 비해 말도 안되게 비싸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비추다. 디즈니랜드 입구를 둘러싸고 숙소가 엄청 많은데, 입구바로 앞 숙소들 또한 시설에 비해 비싸다. 엄청 낡았는데 400-700불 사이. 대신 도보로 15분-25분 가량 거리에 괜찮은 호텔들이 많다. 150-300불 정도이고, ART라는 디즈니랜드행 버스 루트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할 수도 있다. 다만 ART는 앱을 다운 받아 1일권, 3일권 등을 구입해서 앱으로만 결제가 가능하고 배차 시간이 긴 경우가 있으므로 유의. 우버/리프트 픽업장소도 잘 되어있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20분 정도의 호텔 거리의 경우 우버 6-7불이니 나쁘지 않은 편.


한국 성수기의 120분이 넘는 롯데월드/에버랜드의 놀이공원 대기줄에 익숙하다면 디즈니는 다행히 그것 보다는 좀 짧다. 비수기에는 가장 긴 줄도 45분-70분 정도이니, 한국에 익숙하다면 할 만 할 수 있다. 그래도 공원 내에 사람은 언제나 늘 엄청 많다. 어린이/아기/가족단위가 엄청 많아서 유모차 주차 구간을 보며 놀라는 재미도 있다.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1st time in Disney 뱃지를 받을 수 있고, 생일인 사람도 오늘 생일이라고 뱃지를 받을 수 있다.


디즈니랜드는 엄청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기대하고 가면 실망한다. 스릴 있는 놀이기구는 얼마 되지 않고 그나마도 점검차 문을 닫은 경우가 많다. 스릴 있는 놀이기구와 매끄러운 연출이펙트를 보고 싶다면 유니버셜이 훨씬 맞을 것이다. 디즈니랜드는 뭔가, 향수를 일으키는 귀여운 맛이 있다. "오 잘 만들었는데?" 나 "와씨, 귀엽다"를 연발하게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보고 듣고 자란 디즈니 컨텐츠가 많아서 시각/청각으로 이를 인지하는 순간 마음이 꾸물꾸물, 물렁물렁해 진달까. 30대가 되었는데도 이러면 언제까지 이러는 거지? 전에 다니던 회사에 60대 부하직원이 있었는데, 미니마우스 광팬이었다. 나도 60대가 되어서도 같은 마음일까?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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