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esidio Library Nov 02. 2023

하와이 결혼식장 선택 시 고려할 점

하와이+국제결혼+국제손님들까지 ㅠㅠ

 나는 왠지모르게 결혼식에 대한 판타지도 크게 없고 그냥 큰 프로젝트로 느껴졌다. 뭐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는 와중에 일단 날짜와 장소가 있으면 뭔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전에서 다뤘듯이 하와이로 지역을 결정하는 것은 쉬웠다. 근데 쉬운 것은 그게 끝이었다. 이제는 더 복잡해진다. 구체적인 날짜와 식을 올릴 장소를 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건 나 혼자 좋다고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1. 날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결혼식은 게스트를 위해 보통 주말에들 하는 것 같지만, 하와이는 주말에 그냥 손쉽게 슝 왔다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여름/미국 공휴일과 같은 성수기는 우리가 식장을 예약 할 때 비싼 것도 있지만 게스트가 와서 자기 돈으로 지출해야 할 항공료와 호텔 값까지 고려해둬야 했다. 고민 끝에 결정한 시기는 하와이 비수기에 속하는 2월. 아무래도 한국사람들은 여름이 아니면 4-5일 정도의 장기 휴가를 쓰기는 어려우니, 연휴가 껴 있는 설 즈음의 주말과 연결할 수 있는 평일이 좋겠다 싶었다. 하와이는 2월에도 낮에는 꽤 덥고 저녁에만 좀 선선해서 한국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오기도 좋고.


2. 미국식이냐 한국식이냐

미국에 사는 사람들도 각 문화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미국 결혼식의 기본은 세레모니라고 부르는 예식 자체와 리셉션이라고 부르는 식사+파티로 나뉜다. 세레모니는 한 시간 정도, 리셉션은 보통 밥먹고, 술먹고, 다들 한 마디씩 하고, 춤도 추고 그러다보면 몇 시간 정도로 길다. 물론 여기에 더 더하기 나름인데, 결혼 식 전날에 다 같이 저녁은 먹는 리허설 디너도 있고, 리셉션 이후에 더 늦은 파티를 하기도 하고, 결혼식 다음날 아침에 브런치를 먹기도 한다.


한국식으로 하자면 30분 정도의 본식 이후에 1시간 정도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돌아다니면서 부부가 인사를 하고 이후에 가족과 친지끼리 폐백 한 시간?? 사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결혼식을 많이 안 가봐서 아는 것은 이 정도.


일단 큰 틀은 미국 식으로 하기로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한국식 웨딩은 결혼식장과 식당, 폐백실이 모두 구비된 한국의 웨딩홀이 필요하기 때문에(ㅋㅋㅋ) 할 수 가 없고, 폐백도 찾으면 하와이에 어찌저찌 업체가 있는 것 같긴 했는데 너무 비싸고 번거로웠다. 애초에 시부모님한테도 한복 맞춰서 입히고 설명하고 뭐하고 가뜩이나 신경쓸 게 많은데 굳이 일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3. 어느 섬에서 할건데? 

하와이는 섬이 여러개다. 그렇다. 섬도 정해야 한다. 처음에는 섬의 구분을 두지 않고 여러 곳을 다 찾아봤다. 오아후와 마우이는 가봤으니, 빅아일랜드나 카우아이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이건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선택지는 너무 다양했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일정 조건을 놓고 선택지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면, 구약혼자 시절의 현 남편은 현존하는 모든 선택지를 끊임없이 계속 탐색하는 스타일이었다.(사실 지금도 그래서 속이 터진다) 내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폭을 좁혀 놓았다 싶으면, 그는 새로운 걸 찾았다며 이것도 보라고 전혀 엉뚱한 곳에서 새로운 장소를 찾아서 가지고 왔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내가 여지껏 범위를 좁혀놨는데 그건 대체 뭘로 본 거냐, 내가 찾은 건 마음에 안드냐“ 하고 답답해서 화를 냈고, 구)약혼자는 ”모르던 곳에 더 좋은 게 있을 수 있고 더 많은 선택지에서 고르면 좋은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 하며 반박했다.


그렇게 싸우다 결혼식까지는 가보지도 못하고 망할 것 같더라. 결국엔 그냥 심플한 이유로 오아후 섬으로 정해버렸다. 바로 우버가 있다는 이유 (그 때는 우버가 오아후섬에서만 이용이 가능했다). 우리가 버스를 대절해서 투어처럼 손님들을 다 데리고 다닐 것도 아닌데 그럼 사람들이 다 차를 렌트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럴 바에야 우버가 있으면 우리도 신경 덜 쓰고 게스트들도 편리하지 않겠느냐는 지극히도 실용적인 이유에 남편은 손쉽게 동의했다. 또 와이키키에는 다양한 가격대와 스타일의 숙소 및 레스토랑이 즐비해서 한국과 미국 각지에서 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쉬웠고, 쇼핑이나 기타 액티비티도 아무래도 많아서 게스트들이 웨딩 이외의 개인시간을 즐기기도 좋을 것 같았다.



4. 그래서 식장은 어디로 하겠다고 

한국에서는 보통 웨딩홀을 가지만 미국에서는 선택지가 좀 더 다양하다.

결혼식 기능(?)이 있는 호텔 : 하와이의 커다란 호텔들은 많은 경우 결혼식이나 기타 행사 또한 전문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이미 레스토랑이나 바(술), 웨딩케익 베이커리나 의자/테이블 등등 필요한 걸 다 함께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웨딩에 필요한 것들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기도 하며 웨딩 게스트가 해당 호텔에 묵으면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단점이라면 호텔 웨딩은 대부분 비싸다.


마음에 드는 아무 사유지 : 이런 사유지는 이벤트 용으로 장소를 대여해 주는 경우가 많다. 농장, 브루어리, 와이너리, 성당, 교회, 식당, 개인저택 등등 그 곳에서 웨딩용으로 장소를 빌려주기만 한다면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꿈의 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은 장소만 빌려줄 뿐 (웨딩을 많이 하는 곳이라면 이미 쓰는 업체가 연결되어 있거나 추가비용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가구/기계 등을 보유하고 있기도 함). 만약 연결되어 있는 업체/구비된 기구가 없다면, 혹은 그 업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케이터링, 가구, 장식, 바와 술 등등 모두 다 스스로 알아보고 연결해야한다. 장소 자체도 유명하거나 좋은 곳이라면 아주 비싼 경우가 많고, 그 외에 스스로 해야 하는 모든 비용이 그 위로 또 붙는다.


웨딩이 허락된 마음에 드는 공공장소 : 하와이에는 비치나 공원이 많이 있는데, 예약하고 비용만 지불한다면 얼마든지 결혼식을 할 수 있다. 해변가 공원의 뷰가 엄청 아름다운 곳이 많고 장소 대여 비용이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흔히 결혼식을 많이 하기도 한다. 다만 필요한 모든 것 (의자, 장식 등등) 은 알아서 들고 오든지 업체를 끼든지 해서 공수해야한다. 보통은 공원에서 세레모니를 하고 리셉션은 다른 식당이나 장소를 빌려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른 장소를 또 알아보고 예약해야한다는 번거로움도 있다. 또 단점이라고 한다면 어쨌든 공공장소 이므로, 사람들이 내 결혼식 와중에 지나다닌다면 막을 길은 없다. 인원이 적은데 간단하고 아름다운 세레모니를 원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본인 소유 사유지: 우리는 하와이에 사유지가 있는 게 아니므로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흔히 본인이나 가족 친지의 집이나 기타 사유지에서도 결혼식을 꽤 한다. 남편 사촌들중 몇몇도 각각 자기 부모님 집을 업체를 불러 꾸미고 케이터링도 해서 결혼식을 했다.






이 끝도 보이지 않는 선택의 바다에서 일단 확실하게 원한 것 한 가지는, 기왕에 하와이까지 갈건데 바다가 보이는 야외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샌프란시스코 해변은 보통 쌀쌀하다). 그 외에는 잘 모르겠어서 무작정 검색을 시작했다. 주로 구글 맵에 뜨는 호텔로 시작했다. 한국인이라 그런지 한국의 웨딩홀과 가장 비슷한 걸 찾다보니 호텔이 된 것 같다. 결혼식을 한다고 써 있는 해변의 호텔은 닥치는대로 홈페이지를 열어서 장소는 어떻게 생겼는지, 대여료는 얼만지, 무엇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찾으면 찾을 수록 하와이에서의 결혼식은 돈을 태우고 호구가 되는 느낌이었다. 무엇이 포함되어 있고 얼만지 써 있는 호텔도 있었지만, 보통은 홈페이지에 좀 어물쩡 하게 사진 몇 개 있고 "꿈의 결혼식을 원하신다면~ 문의주세요~" 하고 써있었다. 그러면 우리는 이메일을 보내서 인원은 얼마나 가능한지, 얼만지, 무엇이 포함되어있는지 물어봤다. 답장을 해 주는 곳도 있었고 영영 답장을 받지 못한 곳도 있었다. 소규모인원을 받는 곳도, 안 받는 곳도, 아주 아주 소규모로 10-20명 미만만 받는 곳도 있었고,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정말, 더럽게 비쌌다! 미쳤는가 ‘Wedding’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가격이 미친듯이 뛰었다. 영 뭔가 여기다 싶은 곳이 없었다.


그래서 범위를 넓힌 것이 해변 공원웨딩. 해변 공원에서 하는 결혼식에 필요한 물품을 모두 대여해 주는 업체도 좀 있었다. 여러 곳을 찾던 중 와이키키에 위치한 한 곳이 눈에 띄었고, 리셉션 (식사 및 파티)를 할 레스토랑을 불꽃검색했다. 하와이 식당들도 '결혼' 글자만 붙었다 하면 정말 비싸도 너무 비싸졌다. 심지어 우리가 아주 좋아하는 샌프란시스코의 미슐랭1스타 고급 레스토랑이 있는데, 거기서 홀을 빌려 풀코스 테이스팅 메뉴로 이벤트를 하는 것 보다 하와이의 그저 그런 레스토랑의 저퀄 음식이 더 비쌌다. 음식과 가격이 괜찮은 것 같으면 룸/홀 크기가 작아 10-20명 이상은 받지 않거나, 위치가 이상해서 버스를 대절해야 하거나, 리셉션 파티시 사용할 스크린/마이크 시설이 불가능 하거나, 마땅한 홀이 없어 그냥 식당 구석에서 행사를 해야했다. 정말 불꽃 검색 끝에 우리가 생각하는 인원을 분리된 홀에 수용 하능하고, 고급져 보이며, 위치도 생각하고 있던 해변 근처에, 가격도 들으면 사레들리지 않을 정도의 레스토랑 A를 찾아냈다. 저쪽 해변에서 식을 올리고 다들 여기로 걸어와서 식사를 하고 마치면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이게 다 하와이에 있고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는 것. 거리는 비행기로 5시간이나 걸리며 3시간의 시차도 있어 그것까지 고려하며 소통해야한다는 것. 눈 뜨고도 코 베인다는데, 바다건너 돈을 펑펑 써야 할 이 상황에서 그냥 이렇게 결정을 내리기는 찜찜했다. 에잇! 남편과 나는 그 길로 하와이 오아후에 가는 비행기를 끊었다. 내 눈으로 봐야지 답답해서 안 되겠다!







이전 01화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하겠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