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esidio Library Nov 09. 2023

하와이 결혼식장 찾아 삼만리

신에게는 아직 이틀이 남았사옵니다

생각하는 결혼식 날짜까지는 1년 정도가 남은 상황. 식장을 찾으려는 미션을 가지고 비행기표를 급히 끊었지만 '그래도 하와이까지 갔는데 좀 쉬겠지' 하고 들떴던 마음은 그래, 인정한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비즈니스 트립같이 빡빡했다. 주어진 하와이에서의 시간은 고작 이틀. 이틀 안에 가능 한 많은 곳을 봐야 한다!


일단 보아둔 호텔 한 곳으로 향했다. 오아후 섬 북쪽 끝에 있는 'Turtle Bay Resport'라는 곳이었는데, 홈페이지로 볼 때에는 나름 베누 설명도 잘 되어있고 사진도 예뻤다. 실제로 가서 보니 호텔 자체와 시설은 괜찮았으나 문제는 위치였다. 사람들이 보통 머무르는 와이키키에서 1시간이 훨씬 넘는 거리로, 이렇게 되면 우버로 오기엔 너무 멀어서 우리가 버스를 대절해야 했다. 그리고 지리적으로 여유로운 해변의 느낌 보다는 바람불고 파도치는 멋진 해변'절벽'의 느낌이 더 강했다. 아쉽지만 여기는 아니다. 섬을 돌아서 운전해서 나오며 이런 저런 괜찮은 해변 공원에 멈춰 보았다.


여러 공원을 돌아다녀보면 군데군데 세레모니를 한 흔적(?)이 보였다. 보통 난데없이 바닥에 꽃잎이 흩뿌려져 있기 때문이다ㅋㅋㅋ 오아후 곳곳의 해변은 참 아름다웠으나, 글쎄, 사람 3-40명을 끌고 돌아다니며 버스를 대절해서 타고 내리고 대기하고 어쩌고 할 만한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질 않았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진이 빠진 채로 저녁을 먹고 해가 진 해변을 걸었다. 따지고 보면 와이키키는 대학생 때 그 연수프로그램 이후로 처음 돌아왔었던 것이라(연재 1편 참조​), 걸어다니는 곳 마다 여기는 이랬지, 저랬지 하며 좋은 추억이 되살아났다.

술도 안 마셨는데 피곤하면서도 이상하게 낄낄거리게 되는 저녁. 과연 결혼식장을 찾을 수는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어서 걱정이 되는데 한편으로는 또 뭔가 재미있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대학생 때 왔던 곳을 결혼식을 하겠다고 돌아온 것이 아직 현실감이 안 들어서 그랬던 걸까?








다음 날. 공원 웨딩 쪽으로 마음을 잡고 눈으로 보려고 온 곳은 와이키키 아주 번화가 바로 옆의 'Magic Island' 라는 공원. 알라모아나 몰 맞은 편에 있어 위치상으로 편리할 것 같았다.

저 멀리로는 다이아몬드헤드와 복작복작한 와이키키비치가 보이고, 평탄한 푸른 잔디밭에 우뚝 솟은 야자나무 너머로 푸른 바다까지 완벽했다. 와이키키 해변을 한 발치 벗어났다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좋았어, 그렇다면 이참에 미리 찼아보았던 웨딩업체도 들러 상담을 해 보기로 했다.


'Weddings of Hawaii'라는 웨딩플래너인데 또 매직아일랜드 바로 근처에 있었다. 직원에게 매직아일랜드에서 세레모니를 하려고 한다, 어떤 것들을 제공하고 얼마나 하는지, 보통은 어떻게들 하는지 세세하게 물어봤다. 직원은 친절하게 답을 해 주었다. 보통은 웨딩 아치, 의자, 꽃 장식, 음악, 결혼 주례(인터넷에서 자격증을 수료하면 누구나 할수 있긴 하다) 정도가 필요한데 업체를 통해 꽤나 이해 가능한 가격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마음에 걸렸던 것은 비가 올 경우. 직원은 어깨를 으쓱 하며, 열대성 폭우 같은게 있을 수도 있는데 보통은 오래 내리지 않아서 기다렸다가 하기도 한다고 했다. 만약 비가 금방 안 그치면 어떻게하냐고 묻자 딱히 방법은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우리는 우천시 플랜이 너무 마음에 걸려서 일단은 알겠노라, 감사하다고 하고 빈손으로 나왔다. 비행기타고 온 손님들을 데리고 비가 왔다고 미룰 수도 없고 손님들과 함께 비 맞으면서 결혼식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일단 찜찜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보아두었던 리셉션 식당으로 향했다. 'The Signature Prime Steak & Seafood' 라는 식당으로, 매직 아일랜드 공원에서 도보로 12분인데 건물의 꼭대기층에 위치해 있었고 우리가 원하는 인원 (당시에는 한 3-40명이면 좋을 것 같았다)을 한 쪽에 있는 오션뷰 룸으로 수용 가능했다.


오오, 이 곳은 생각한 이상으로 훨씬 괜찮았다.





3면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와이키키 해변과 도시 전경이 방 전체를 둘러쌌다. 들어가자마자 휘둘러치는 뷰가 감각을 압도했다. 해가 약간 넘어가려고 하는 즈음에 갔더니 정말 아름다웠다. 리셉션은 보통 한 여섯시 쯤 되니, 운이 좋으면 불그스레 남아있는 노을의 잔해와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을 터였다. 우리가 갔을 땐 다른 단체예약으로 저렇게 기다란 테이블로 세팅을 해 두었지만, 10인짜리 둥그런 테이블 4개로도 세팅이 가능하다고 했다. 와, 결혼식을 매직아일랜드에서 하면 여기서 꼭 리셉션을 하고 싶었다.



와이키키 해변을 돌아다니며 근처의 호텔 결혼식 베누를 둘러보았다. 보통은 호텔에서 바다가 보이는 곳을 웨딩베누로 해놓기 때문에 걸어다니면 대충 어떻게 생겼나 볼 수 있어서 투어를 부탁할 필요도 없었다. 아 일단 와이키키 해변의 호텔들은 지나다니는 사람이 너무x100 많고, 해변의 느낌이라기보단 관광지 한복판에서 냅다 결혼식을 하는 느낌이 났다.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마땅한 호텔은 딱히 보이질 않고, 매직아일랜드 공원 웨딩 + 위의 스테이크 하우스 레스토랑 리셉션 루트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보라색으로 표시한 1번 매직아일랜드 알라모아나 비치라고 써 있는 곳이 세레모니를 할 곳, 2번이 리셉션 할 레스토랑, 3번이 웨딩 플래너. 그야말로 완벽한 위치가 아닌가! 우천시 플랜 비만 해결이 되면 참 좋겠는데..


뭔가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은 채로 우리는 계속 공원과 다른 웨딩 베뉴를 보러 다녔다. 해변이 예쁘다 싶으면 너무 멀거나,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우천시 사용 할 실내 공간이 없거나 했다. 아유, 여기까지 왔는데 건져가는 게 없다니, 과연 하와이에서 결혼식장을 구할 수 있긴 한 것인가 심란했다.





이제 시간도 없고 다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찹한 마음으로 창 밖을 보는데, 고속도로 넘어 해변에 커다란 호텔이 하나 보였다. ?? 저긴 어디지? 하고 구글 지도를 열어 살펴보는데, 와이키키에서 다이아몬드헤드를 끼고 돌면 얼마 안 가 갑자기 5성급 호텔이 있었고 결혼식을 엄청 많이 하는 듯 했다. 꽤 괜찮아 보였는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없었다. 투어해 볼 시간이 없이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야 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그 호텔 홈페이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Kahala Hotel & Resort라는 곳. 엇? 웬걸, 이 곳은 그야말로 우리가 찾아다니던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곳이었는데-

1. 손님들이 주로 머무르는 와이키키에서 가까운가 : 차로 15분 거리. 우버를 타고 오기도 부담스럽지 않는 거리다.

2. 바다가 보이는 잔디와 열대나무가 있는 야외 결혼식장이 있고 우천시에는 사용할 수 있는 실내 베누도 많다. 사람이 무진장 많은 와이키키 해변같지 않아서 한적한 하와이 오션사이드 느낌이 잘 났다.

3. 저녁 리셉션도 다 할 수 있는데, 작은 홀에 한쪽 벽면이 통째로 열려서 반은 실내, 반은 실외 형식으로 저녁을 먹고 행사도 할 수 있는 공간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녁에 아예 밖에서 계속 있으면 쌀쌀할 수도 있고 마이크나 영상 등 기기를 설치하기도 번거로운데 이런 공간은 실내도, 실외도 될 수 있으니 일석이조.

4. 식사 메뉴가 다양하고 에피타이저/메인메뉴/디저트까지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서 코스 구성이 가능했다.

5. 인원이 40명까지 딱 맞았다.

6. 웨딩 패키지로 세레모니 기본 (식장 의자, 아치, 결혼식주례 선택, 식장입장 라이브 악기 선택) + 리셉션기본 (테이블, 의자, 식기) + 바와 바텐더(기본 술종류 구비에 돈 내고 하이엔드 리큐어로 업그레이드 가능.기본 비용+소비하는 만큼 돈 내는 구조) 정도가 모두 포함

7. 그 외에 호텔 베이커리에서 웨딩케익 주문 가능, 마이크나 파티 음향기기 등 대여/헤어메이크업 등 기타 필요하다면 더해서 쓸 수 있는 옵션 존재

8. 가격이 눈 튀어나오는 말도 안되는 정도가 아니었다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

9.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가능


그래서 정말 웃기게도, 하와이에 베누를 보러 가서 투어도 하고 직접 본 곳은 다 내버려두고 차타고 지나가다가 흘끗 멀리서 본 호텔로 결정이 되었다. 이럴 거면 하와이를 왜 갔었나 싶다가도 그래, 갔으니까 지나다니다가 봤겠지, 다 이유가 있었겠지 하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구했으면 된 거 아니겠어? 우리는 저기 매직아일랜드 공원웨딩은 안 했지만, 누구라도 저 조합을 써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혼식이 일 년이나 남았는데 날짜도 정했고 결혼식장도 구했으니 이제 다 됐다고 자축하던 나에게,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청첩장을 돌려야 한다. 근데 또 여기서는 그냥 청첩장만 보내는 게 아니란다.








이전 02화 하와이 결혼식장 선택 시 고려할 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