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129호 사설]
강지웅·박성제·박성호·이용마·정영하·최승호. 2012년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 등으로 MBC에서 해고된 언론인들이 MBC에 ‘공식복귀’했다. 지난 11일 상암동 MBC 사옥 앞에는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레드카펫이 깔렸다. 선후배·동료들은 꽃다발을 건네며 이들의 복직을 환영했다. MBC 정상화를 기대했던 시민들도 해직언론인들의 ‘화려한 부활’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우리 모두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복직자 신분으로 이들과 함께 무대에 섰던 최승호 신임 사장의 말이다. 동의한다. 이들 6명은 MBC구성원은 물론 많은 시민들의 박수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2000여일 넘게 MBC 밖에서 ‘MBC정상화’를 위해 선봉에 섰던 이들 아닌가. 적어도 복직 순간의 기쁨을 누릴 자유가 이들에게는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냉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제 이들 앞에는 복직의 환영과 기쁨보다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MBC를 보여줘야 할 과제가 더 많이 놓여 있다. 최승호 사장이 강조한 것처럼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보여줘야”하는 숙제가 쌓여 있다. ‘김재철·김장겸 체제’에서 비취재부서로 발령받았다가 이번에 보도·제작 부서로 복귀한 기자·PD 모두에게 놓여진 과제이자 책무다.
‘새로운 MBC’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바람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분명한 것은 만신창이가 된 뉴스와 프로그램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변화된 시청자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저널리즘 유형도 선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JTBC 팩트체크와 맥락 저널리즘 등을 통해 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경험한 시청자들이 많다. 이는 ‘최승호 MBC체제’ 앞에 놓인 길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해직언론인들 상당수는 최근 단행된 MBC 조직개편에서 주요 보직을 맡게 됐다. 지난 5년 간 비제작부서로 발령 났던 이들도 현업에 복귀하거나 주요부서 간부로 발령 받았다. ‘유배지’로 떠나 있다 정상화 된 MBC에서 중책을 맡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시선’이 고급화된 시청자들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내부개혁’까지 진행해야 하는 이중과제를 안게 됐다. 내부개혁이 됐든, 뉴스·프로그램의 질적인 도약이 됐든 어느 것 하나 시청자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MBC에 대한 기대와 성원은 비판과 질책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용마 기자가 동료 언론인들에게 한 발언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복막암 때문에 거동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용마 기자는 복직 첫 날, 서울 상암동 MBC에서 마이크를 잡고 언론의 역할과 MBC뉴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역설했다. 그는 동료들과 구성원들의 단합을 말하면서도 “이 자리에 우리가 서게 된 건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나와 주셨던 촛불시민들의 위대한 항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뉴스, 시사, 교양, 드라마,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그분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언론의 중요성은 언론의 외면을 받아본 사람이 안다.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MBC 구성원들은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170일 동안 파업할 때 다수 언론의 외면을 직접 경험했다. 누구보다 언론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꼈던 당사자들이다. 그랬기에 “우리 사회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MBC가 많이 담아야 한다”는 이용마 기자의 말은 앞으로 MBC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흔히들 언론의 역할을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재벌 견제와 같은 ‘거대 담론’ 중심으로 많이 언급한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반쪽자리 개념이다. 권력과 재벌에 대한 감시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 얘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주류언론은 전자도 제대로 못했지만 후자의 경우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된 MBC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저널리즘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할지도 모른다. 해직언론인 복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