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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동기 Jan 03. 2020

손석희 앵커 하차,
JTBC는 ‘우향우’ 할 것인가

[저널리즘 M]  손석희 하차를 단순한 앵커 교체로 볼 수 없는 이유

※ 이 글은 3일 오전 KBS 제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저널리즘 M’에서 방송된 내용을 일부 수정·보완했습니다. 


[김경래의 최강시사 '저널리즘 M' 유튜브 보기]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어제(2일) 신년 토론을 마지막으로 <뉴스룸> 앵커에서 물러났습니다. 


손석희 대표이사는 어제 토론회 마지막에 “뉴스룸 앵커로 있던 지난 6년 4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이 배웠다. JTBC 기자들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늘(3일)은 손석희 앵커 교체에서 ‘읽어야 할 포인트’를 몇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단순한 앵커 교체인가 … 다른 함의가 있는 것인가 


손석희 앵커 하차는 JTBC 보도 변화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JTBC 뉴스를 사실상 이끌어왔던 당사자가 손석희 ‘앵커’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보도 전반에서 물러나게 된다는 건, <뉴스룸> 주요 아이템과 보도 방향을 형성하는 데 있어 중심적 축을 담당했던 주인공이 2선으로 후퇴한다는 의미입니다.


- 그 의미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 것이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일단 <뉴스룸> 앵커 교체는 JTBC 내부와 외부적 측면으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내부적으론 다른 종편과 차별점이 옅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종편에 대한 이미지는 △프로그램의 보도·시사 편중 △선정성 △극단적 정치지향성 등 부정적인 면이 많죠. 그런데 JTBC는 여타 다른 종편과 비교해서 ‘상식·합리적 보도’를 지향한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 중심에 손석희 앵커가 있었습니다. 저는 JTBC는 ‘손석희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된다고 보는데요 문제는 2020년 JTBC 뉴스엔 손석희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구심점 역할을 했던 핵심 인물이 2선으로 후퇴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동안 <뉴스룸>이 보여준 기조와 색깔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JTBC 기자들이 이번 앵커 교체를 비판하며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급격하게 JTBC가 ‘우향우’ 쪽으로 방향전환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삼성을 강하게 비판하는 JTBC’ - 앞으로 이런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2) 중앙일보 ‘삼성 광고’ 하락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던데.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2016년 대비 2017년 –5.91%의 마이너스성장(한국언론연감)을 기록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삼성 광고’ 하락도 주요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공론화 하는데 주역이 JTBC였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될 때 삼성과 JTBC(중앙그룹)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최대로 치달았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중앙일보에 삼성 광고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 전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 중앙일보의 삼성 광고 비중이 한겨레와 비슷하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더군다나 신문 광고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중앙그룹 사주 입장에선 삼성과의 관계회복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디어오늘은 JTBC 복수관계자 증언을 바탕으로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홍정도 JTBC·중앙일보 사장이 앵커 교체를 먼저 제안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앵커 교체를 삼성과 연결 시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3) JTBC 외부적인 측면에선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하나. 


JTBC는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파문을 거치면서 수년 동안 신뢰도와 영향력 1위를 유지했습니다. 고정화된 ‘1분 30초’ 방송뉴스 형식에 변화를 줬고, 팩트를 단순 전달하는 걸 넘어 뉴스의 맥락까지 짚는 이른바 ‘맥락 저널리즘’도 시도했습니다. 


종편과 지상파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입니다. 이 또한 중심에 손석희 앵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와 영향력이 올해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요. 저는 물음표를 던집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해 우려되는 측면이 큽니다. 문제는 ‘이런 우려’가 JTBC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 JTBC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 


올해는 ‘출입처 중심 취재환경 개선’을 비롯해 ‘언론개혁’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가 내부 논의 중인 ‘출입처 개혁’도 내부 이견이 있지만, 올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구요. 


그런데 이런 사안은 개별 언론사만으론 한계가 명확합니다. KBS의 ‘출입처 개선 방안’이 나름 의미를 가지려면 다른 언론사에 영향을 미치고 같이 변화를 모색해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거든요. 


레거시 미디어 가운데 ‘이런 변화’와 ‘관행에서의 탈피’에 연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언론사는 어디일까요? 저는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아니 좀 거칠게 말해 현존하는 레거시 미디어 가운데 ‘개혁 경쟁’을 할 수 있는 곳이 경향과 한겨레, MBC와 JTBC 정도라고 봅니다. 그런데 JTBC 변화와 개혁을 이끌었던 손석희 대표이사가 ‘보도 전면’에서 물러났습니다. JTBC 구성원 입장에선 ‘개혁 경쟁’이 아니라 당장 시청률 하락을 비롯해 영향력·신뢰도 등을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 제한적인 레거시 미디어들마저 ‘언론개혁’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얘기? 


단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결국 ‘개혁’에는 주체의 리더십과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견이 적지 않음에도 엄경철 KBS 통합뉴스룸국장이 ‘출입처 개혁’ 문제를 이끌고 있고, 박성제 MBC 보도국장도 기자들에게 차별화된 뉴스를 주문하고 있죠. 


KBS와 MBC가 나름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정도 개혁적인 조치’를 할 수 있는 데에는 경영진의 의지와 함께 ‘국장급’을 비롯한 간부들의 이런 리더십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신뢰도와 영향력 면에서 압도적이었던 JTBC는 변화와 개혁의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물론 손석희 앵커가 모든 걸 다 잘했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손석희 대표이사에 대한 평가도 다를 수 있습니다. 분명한 건 기성 언론의 변화를 바라는 뉴스수용자 입장에서도, 변화를 고민하던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 입장에서도 손석희 앵커 ‘교체’는 언론개혁을 함께 이끌 ‘중요한 우군 한 명’을 잃었다는 겁니다. 


언론개혁이 동력을 받으려면 뉴스수용자들의 개혁 요구와 함께 언론종사자들의 변화 움직임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손석희 대표이사의 앵커 교체’는 그런 점에서 상당히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뉴스수용자들의 언론개혁 요구는 올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데 기성 언론이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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