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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동기 Jan 07. 2020

‘50대 주류 남성’ 위주 TV토론 이대로 좋은가

[TV에세이] 방송사 TV토론 패널 선정 … 이대로는 안 된다

 

이 글은 고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고발뉴스 기사보기]  


저는 어제(6일) 김용민TV ‘관훈라이트클럽’에서 방송사 TV토론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해 얘길 했습니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방송사들이 편성한 토론 프로그램 패널 선정이 세대나 계층별 다양화와도 거리가 멀었고,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이라는 주제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오늘(7일) 제가 고발뉴스에서 하려는 얘기는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1) 정치개혁은 ‘50대 이상 남성’과 주류 언론인의 전유물인가 


지난달 28일 KBS에서 방송된 <심야토론>을 한번 볼까요. 주제는 ‘극한대결, 2019 한국정치를 말한다’였습니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는 박상철 경기대 부총장, 김형준 명지대 교수, 성한용 한겨레 기자, 박성민 정치컨설턴트가 참여했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분명히 전제할 게 하나 있는데요. 저는 이분들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KBS '심야토론' 화면캡처
제가 문제 삼고자 하는 건, ‘한국 정치’와 ‘개혁’과 관련한 주제에서 왜 방송사들의 패널 선정은 △50대 이상 교수 △주류 언론 기자 △정치평론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들 모두가 ‘남성’이라는 공통된 특징도 있습니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50대 이상 주류에 속하는 남성들’이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는 많습니다. 평상시 주류 언론들이 이들을 선호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연말·연초에 ‘정치개혁’과 관련해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했다면 패널 범주 역시 다양화하려는 시도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2일 JTBC에서 방송된 ‘정치개혁’ 토론은 문제가 더 심각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형준 동아대 교수, 전원책 변호사가 패널로 나왔습니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분들’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은 ‘이분들’ 외에 정치개혁 토론할 만한 사람이 정말 없었던 걸까? 하는 점입니다.

물론 JTBC ‘썰전 멤버’를 패널로 불러서 정치개혁과 관련한 토론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만 이들은 이미 수년 동안 방송과 각종 매체에 등장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해 온 분들입니다. 기성 정당 소속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구요.

JTBC 신년토론 화면캡처
2020년을 맞아 ‘정치개혁’ 문제를 말하고자 했다면 저는 그동안 주류 매체로부터 발언권을 제대로 얻지 못한 계층·세대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게 온당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소수정당, 여성, 시민단체, ‘젊은 정당인 혹은 평론가’를 왜 패널로 섭외할 생각은 못했을까 – 이 질문을 드리는 겁니다.


연말·연초 특집 토론을 하면서 ‘흥행’을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하는 제작진 입장에서 제가 하는 얘기가 ‘현실’을 모르는 이상적인 주장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은 저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정치 변화를 말하는 자리에 수년 전과 비슷한 패널이 계속 나오고, 예전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비슷한 주장들을 접하면서 ‘정치개혁’이 가능하다고 보는지요. 2020년 ‘정치개혁’을 논하는 자리에 전원책 변호사가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요. 정말 진지하게 ‘궁서체’로 JTBC 제작진에게 드리는 질문입니다.


(2) 소수정당과 여성, 젊은 세대는 ‘보조용’ 아니면 구색 맞추기?


제가 방송사들 토론회를 보며 ‘대체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 건가’ - 이런 의문이 든 이유도 이런 맥락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해 그냥 ‘토론 전쟁’을 통해 ‘주목도’를 높이려는 것이 목적 아닌가 – 이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지난 3일 방송된 MBC <백분 토론> ‘정치개혁을 말한다’에서는 황희두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위원과 자유한국당 청년 영입 인재인 백경훈씨를 ‘특별출연’ 시켰습니다. 발언권도 상대적으로 다른 방송사에 비해 많이 얻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방청석에 앉아 ‘특별출연’하는 형식이었고 주 패널은 이철희·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었습니다. ‘특별출연’ 형식을 통해 나름 변화를 주려 했지만 기성 정치인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방송사와 크게 차이점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방송사들의 이런 패널 섭외와 ‘정치개혁’이 어떤 비례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새로운 패널을 발굴하려는 노력이나 기회부여를 통한 실험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 -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여전히 방송사들의 패널 선정방식은 ‘구태의연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개혁’ 문제를 다룬 JTBC 신년토론은 사실 제가 볼 때 ‘최악’이었습니다.

JTBC 신년토론 화면캡처
이번 토론은 방송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성 언론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vs 진중권 대결과 공방 위주로 보도했지만 저는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해 보고자 합니다. ‘언론개혁문제를 얘기하면서 진중권 씨와 유시민 이사장을 굳이 불러야 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차라리 JTBC 법조팀장을 토론회 패널로 참석시켜 최근 제기된 ‘출입기자단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는  훨씬 생산적인 토론이 되지 않았을까요.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출입기자제’에 비판적인 엄경철 KBS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도 섭외해서 시민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구도로 패널을 선정했다면 좀 더 ‘언론개혁’이라는 주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본다는 얘기입니다.


(3) 언론개혁, 생산적 토론 원했다면 ‘현직 언론인’을 패널로 섭외했어야 


거칠게 말해 ‘진중권 vs 유시민’의 구도를 JTBC가 신년토론회에 ‘이슈 선점’ 목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겁니다.


물론 JTBC 토론회에 KBS 보도국장이 패널로 참여하는 게 가능하냐 – 이런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왜 불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드리고 싶네요.


JTBC 신년토론 때문에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1일 KBS 제1라디오 <KBS 열린토론>(정준희 교수 진행)에서도 ‘언론개혁’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이날 토론에는 엄경철 KBS 보도국장을 비롯해 박성제 MBC 보도국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패널로 참여했는데, 저는 JTBC 신년토론과 비교했을 때 ‘언론개혁’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KBS 1라디오 열린토론 유튜브 방송 화면캡처

기자실 문제와 취재환경, 언론개혁에 대한 입장 등에서 패널들의 ‘결’이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최소한 언론개혁의 필요성과 현실적인 어려움, 대안 모색에 있어서 JTBC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의 토론을 보여줬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건 ‘50대 주류 남성’ 위주의 TV 토론은 이젠 곤란하다는 겁니다. 세상은 변했고, 뉴스 수용자들 역시 계층과 세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고 있는데 방송사 TV토론 패널 선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혁신과 변화는 언론도 예외가 아닌데 요즘 TV토론을 보면 ‘변화의 무풍지대’에 서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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