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탈북인'이 아니다
나는 종편에 나와 맨날 떠드는 탈북민 패널들이 북한인권 증진이나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줬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들을 동물원 원숭이처럼 전시하는 종편의 장사가 가소롭지만, 개인의 차원에서 탈북민들의 생존전략을 이해한다. 정부는 그들이 그런 활동을 하지 않고도 남한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생존전략을 이해하는 것과 그런 생존전략을 가진 사람이 직접 입법기관이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태구민은 (종편 패널들처럼) 탈북 이후 북한의 실정을 폭로하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데 활동을 집중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남한정부가 대남적화통일전략에 맞서야 한다는 논조로 인터뷰를 하고 강의를 하고 책을 썼다. 실제로 그의 자산 18억은 그 활동를 통해 형성되었다고 밝혔다. 나는 태구민의 인터뷰를 흥미롭게 읽었고, 그의 발언를 엄밀히 연구해 대북정책에 활용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태구민은 대북강경정책을 펴는 극우정당의 공천을 받아 강남갑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나는 탈북민들의 처지를 이용하는 종편의 의도가 서북청년단의 처지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한 이승만의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태구민을 강남에 공천한 미래통합당의 의도는 그것과 얼마나 다를까?
태구민의 당선은 개인의 생존전략과 극우정당의 정치적 목적, 그리고 강남의 욕망이 맞아떨어진 기형적 정치과정이다. 그가 탈북민인 것이 뭐가 문제냐 묻는 것은 강남과 태구민에게 벌어진 일련의 정치과정을 납작하게 만드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태구민은 탈북민이라는 약자성을 갖고 있다. 그가 가진 약자성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미래통합당의 위험천만한 대북강경책을 강화하고 강남 주민들의 사적 이익에 봉사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그의 약자성이 활용되는 방식은 충분히 문제적이며 그 방식에 동조 가담한 당사자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