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며
2016년 3월,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기에 남을 역사적인 바둑 대국을 펼쳤습니다. 총 5번의 대국 결과, 알파고가 4승 1패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세돌 9단은 4번째 대국에서 유일한 승리를 거두어, 현재까지 알파고를 상대로 이긴 유일한 프로 바둑 기사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품고 살았습니다. 그런 후 한 달에 한 편씩, 내면을 성찰하는 글을 쓰며 그 답을 찾아 나섰습니다. 8년 동안 100여 편의 글을 써 내려갈 무렵, 저는 IT 기업에서 테크 상담사로 일하며 최신 기술의 빠른 발전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2022년 11월, ChatGPT가 세상에 출시됐습니다. ChatGPT는 OpenAI가 개발한 생성형 AI 시스템입니다. 이 AI는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언어 모델입니다. ChatGPT는 출시 2개월 만에 약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습니다. 이 소식은 저를 또 한 번 놀라게 했습니다.
ChatGPT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반복되는 유형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데 인간을 뛰어넘는 속도와 정확성을 보여줍니다. 이에 따라 정형화된 상담 업무는 AI가 대체하겠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지요. 동시에 저는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했습니다. AI가 인간에게 더 창의적이고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었죠. 이를 통해 AI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게임 체인저로서의 기회라는 걸 알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서울사이버대학 AI크리에이터학과에 편입했습니다. 단순히 직업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발맞출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24년 3월 봄학기, 우리 새내기들은 'AI가 생각할 수 있을까?'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대부분이 '그럴 리 없다'라고 했지요. 그런데 불과 반년 만에 ChatGPT4o가 사람의 감정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AI 기술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전쟁, 경기 침체, 사회 혼란, 거기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정처 없이 휩쓸려 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굳은 심지로 우뚝 서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기에 저는 여러분께 자서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우리를 바로 세우는 힘이 있습니다. 자존감을 높이고, 마음을 치유하며, 기억력과 감수성을 키워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의성을 높여줍니다.
어지럽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지난 과거를 돌아보며,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상상하는 현재.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을 지키며 현재를 살아가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 AI와 공존하는 시대에 이런 능력들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이 바로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이죠. 이런 글쓰기에 ChatGPT를 활용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ChatGPT를 이용해 처음에 글을 썼을 땐, 마치 요술램프의 지니를 만난 것처럼 신이 났습니다. 그래서 카카오 브런치에 곧바로 "ChatGPT와 함께 자서전 쓰는 10가지 노하우"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연재할수록 점점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ChatGPT는 도구로만 써야 한다고 거듭 말하면서도 어느새 ChatGPT의 편리함에 의존하고 있었어요. 문제를 깨닫고 ChatGPT가 내놓은 보통치의 글이 아닌, 저만의 깊은 생각이 담긴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초고를 쓰는 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지만, 저의 깊은 생각을 녹여내는 데 5개월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고민의 시간에서 얻은 깨달음이 있습니다. AI가 함께 살아갈 시대에 우리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요.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 글쓰기 방식이 AI와 만나 어떻게 변하게 될지 미리 체험했습니다. 이 질문이 제가 이 책을 통해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던 핵심입니다.
AI는 '첫사랑'이라는 주제로, 문법적으로 완벽한 글을 쓸 수 있지만, 그 글에는 여러분이 겪은 그 특별한 설렘, 가슴속 깊이 간직한 첫사랑의 미소, 헤어짐의 아픔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AI는 '가족'에 대해 잘 정리된 글을 쓸 수 있겠지만, 여러분이 아플 때 어머니가 정성을 들여 끓여주신 사골국에 담긴 사랑의 온기, 그 순간의 냄새와 맛, 그리고 그때의 복잡한 감정들은 오직 여러분만이 진정으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깊은 감정과 경험을 글로 옮기는 것은 많은 분께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에서 AI는 진가를 발휘합니다. AI는 여러분의 기억을 되살리고, 글의 구조를 잡아주며, 때로는 막혀있던 생각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고유 경험과 감성에 AI의 기술력을 결합한다면, 자서전 쓰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것입니다.
미래의 자서전은 상상 이상이 될 것입니다. VR과 AR 기술이 적용된 자서전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요? VR 안경을 쓰면 저자의 어린 시절 집 안으로 들어가 360도로 둘러볼 수 있고, 그 시절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AR 기술로 공중에 저자의 인생 타임라인이 펼쳐지고, 각 시기를 터치하면 관련된 사진, 영상, 음성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요. 이런 기술은 자서전을 단순한 글자 이상의 몰입형 경험으로 바꿀 겁니다.
AI와 공존하게 될 변화의 시대에, 인공지능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기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요? ChatGPT와 함께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서 여러분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찾아보세요.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미래를 살아갈 자신 모습을 꿈꿔보세요. 여러분이 자신을 위해 써 내려간 자서전이 타인에게 선물이 되는 삶,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이런 자서전들로 가득 찬 대도서관이 있다고 상상해 볼까요? 정말 근사하지 않나요? 그곳에서 "ChatGPT와 함께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어떨까요? 참여한 여러분이 다른 분들과 함께 글을 쓰고 나누는 모습.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새로운 관점을 얻으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우리 시대의 집단적인 지혜와 경험을 모으는 귀중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레네요.
이 책을 읽은 여러분 모두가 자서전을 쓰고, 만들어진 자서전에 대도서관에 꽂히는 그날을 꿈꾸며, "챗GPT와 함께 자서전 쓰는 노하우"의 긴 여정을 마치려 합니다. 이 여정의 끝에서 저는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성장했다!'라는 뿌듯함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모두 함께해 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