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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Jan 22. 2019

중국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은 어떨까

에어차이나 A330-300 인천-베이징 비즈니스 클래스 후기


중국 덕후의 베이징 출장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나라를 꼽는다면, 망설일 것도 없이 중국이다. 싱어송라이터 리롱하오(李榮浩)의 음악을 즐겨 듣고, 인생 영화는 칠월여안생(七月与安生)이며, 곧 데뷔를 앞둔 중국 아이돌 WayV(威神V)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으니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학부생 시절 중국어로 ‘잘 자’는 ‘사랑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같은 과 중국 친구, 프랑스에 살 때 발목이 다쳐 움직일 수 없던 내게 방까지 물을 떠다 주겠다던 같은 기숙사의 중국 친구들 덕분인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은 그들의 배경에까지 관심을 갖게 만들곤 하니까.


이번 베이징 출장은 그래서 특별했다. 떠올리면 기분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 스크린 안에서만 구경했던 바로 그 도시, 베이징에 간다!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 A330-300 


인천과 북경을 오갈 때 이용한 항공사는 에어차이나로, 중국의 ‘플래그 캐리어’라는 말이 딱 알맞은 곳이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달고 비행하는 항공사가 에어차이나뿐이기 때문이다. 


(오성홍기 달고 날아가는 에어차이나 여객기, 출처: 에어차이나 공식홈페이지)


한국에 취항하는 중국 항공사는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샤먼항공, 심천항공 등이 있고,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항공권을 검색했을 때 가장 ‘싸게’ 뜨는 항공사들이다. 중국, 유럽, 미주까지 어디가 됐든 간에 이들 항공사는 놀라울 만큼 저렴한 가격을 전시하며 구매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른바 ‘가격파괴’ 전략을 선보인다. 이 때문에 ‘중국 항공사’라고 하면 매우 싼 가격에 품질이 떨어지는 이미지를 상상하기 쉽다.


에어차이나로 말하자면, 그 편견에 걸맞은 곳은 아니다. 우선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에어차이나의 인천-베이징 구간 좌석 가격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하게 형성된다. 비즈니스클래스 기준 60만 원대로, 40만 원대의 중국남방항공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베이징서우두공항의 에어차이나 여객기들)


에어차이나의 여객기를 보면 오성홍기와 함께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행서로 쓰인 ‘중국국제항공’이라는 글자다. 이 문구를 중국 개혁 개방의 주역인 덩 샤오핑이 직접 썼다는 점에서 에어차이나가 중국 제1항공사로 꼽히는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 등 중국의 정부 요인이 이동할 때도 주로 에어차이나의 전세기를 이용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북측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할 때도 다름 아닌 에어차이나의 B747-8i 기종을 빌려 비행했다(고려항공 전용기 참매1호로는 불안했던 걸까?).


이외에도 에어차이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공식 파트너 항공사였으며, 오는 2022년 동계 올림픽의 공식 파트너이기도 하다. 에어차이나가 왜 중국에서 가장 브랜드가치가 큰 항공사인지 납득할만하다.  



체크인 



이날 이용한 항공편은 에어차이나 CA124편으로 매일 오후 1시 5분에 출발한다. 해당 항공편은 주로 A330-300 기종이 배정되며, 항공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라 탑승 시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중국답게 강렬한 레드 컬러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헷갈린다면 우선 빨간색을 찾자! 



인천공항 아시아나 비즈니스 라운지 



에어차이나 비즈니스클래스를 예약했다면,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인 아시아나항공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제1여객터미널에는 각각 11번과 26번 게이트 부근에 위치하는데(2019년 1월 기준), 이번에 소개할 라운지는 26번 게이트 옆이다. 탑승권만 제시하면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주로 퍼스트 라운지와 붙어있는 11번 게이트 부근 비즈니스 라운지로 사람이 몰려서 그런지, 이곳은 비교적 한산하다.


프고가 직접 취재하고 리뷰한 A33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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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센트가 있는 업무용 데스크나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 안마의자가 구비된 프라이빗한 공간까지 다양한 용도의 자리들이 여유롭게 마련되어 있다. 지난 10월 터미널 동편으로 이전하면서 공간이 확실히 넓어졌다는 평.  



와인, 보드카, 위스키와 소주까지, 간단한 주류가 준비되어 있다.







요깃거리로는 우선 샐러드와 샌드위치, 간단한 빵 등이 마련되어 있다. 콜드파스타나 소시지, 에그 스크램블과 수프 종류도 있어 허기를 채우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보딩: 프고 최초 탑승줄 강퇴(?) 


(아시아나항공과 공동운항하는 CA124편)


보딩 시작 5분 전, 게이트 앞 비즈니스클래스 팻말 앞에 줄을 서자마자 지상직 승무원이 퉁명스레 옆쪽을 가리키며 “거기는 비즈니스 줄, 이코노미는 이쪽”이라고 안내했다(…). 일찍 줄을 서서 그랬는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부분으로 판단했는지 이유는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좌석 승객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안내하라는 매뉴얼이 존재하는 항공사는 없을 터. 잘 모르겠다면 적어도 어떤 클래스의 승객인지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니었을까? 해당 승무원은 “비즈니스 승객입니다” 대답하자 “아…”하며 별다른 액션 없이 관심을 거두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승무원이 다시금 “이코노미는 저기”라며 줄을 이동할 것을 종용했다. 각각 다른 사람이 같은 무례를 범한다는 것은, 그것이 한 승무원의 예외적인 행동이 아니라 해당 항공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의미다. 에어차이나에 대한 첫인상이 탑승도 하기 전에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반가워! 에어차이나 A330-300 


에어차이나 A333 좌석 정보

- 비즈니스 (2-2-2 배열) 총 30석

- 프리미엄 이코노미 (2-4-2 배열) 총 16석

- 이코노미 (2-4-2 배열) 총 255석



대망의 탑승. 보랏빛 시트와 승무원들의 빨간 유니폼이 조화를 이룬다. 딥퍼플이 시그니처 컬러인 타이항공이 생각나기도!


▶ 타이항공 기내 인테리어 엿보기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승객은 다른 문으로 탑승하기 때문에 복도가 혼잡하거나 줄이 붐비지는 않는다. 



좌석 간격(pitch)은 약 58인치로 대부분 항공사의 A330-300과 비슷한 수준이고, 에어차이나의 타 기종 비즈니스석에 비해서는 넓은 편이다. 사진에서 보이듯 한 좌석이 4개의 창문을 커버한다. 같은 구간을 운항하는 A321은 38인치, B737-800은 40인치에 불과하니, 에어차이나 인천-베이징 구간은 A330-300이 답이다.




2시간 남짓의 짧은 구간이라 따로 제공되는 어메니티 파우치는 없고, 슬리퍼와 담요, 헤드셋 정도가 준비되어 있다. 



탑승하면 외투를 받아주고, 물수건과 물, 주스 등 웰컴드링크를 서빙한다. 이때 기내식 메뉴도 고르게 되는데, 따로 메뉴판 없이 승무원의 질문에 대답하는 식이다. 이날은 씨푸드 라이스 코리안 푸드가 준비되어 있다길래, 어떤 한식이냐고 물어보니 ‘코리안 핫 팟 같은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단순한 질문인데도 영어로 적절한 답변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인천발 여객기에는 한국인 승무원도 탑승하니 정확한 답변을 들어야 하는 경우에는 한국인 승무원을 찾도록 하자. (무엇보다, 메뉴판이 있으면 이런 불통을 방지할 수 있을 텐데!)



다리를 쭉 뻗고 앉았을 때 보이는 뷰는 이렇다. (새빨간 담요가 시선 강탈) 58인치의 에어차이나 A333만 돼도 충분히 넓다고 느껴지지만, 대한항공의 A333은 무려 75인치를 자랑한다는 TMI. 


▶대한항공 A333 리뷰 보기


(판다가 나오는 귀여운 기내 안전 매뉴얼 영상)



시트 안쪽에는 컨트롤러와 USB 포트, 충전 콘센트 등이 있다. 


이렇게 시트 구석구석을 충분히 살펴봤음에도 이륙은 시작할 기미를 안 보이다 결국 40분가량 늦어졌다. 사실,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편은 지연되기로 악명이 높다. 중국을 거쳐 유럽 등지로 향하는 교통량이 급증했기 때문. 


(최근 1주간 인천-베이징 구간 CA124편 중 정시에 출발한 건은 단 하나도 없다. 출처 트립닷컴)


원래 중국으로 가는 한중항로는 단선으로, 한 항로를 양방향으로 이용해야 해 늘어난 교통량을 감당하지 못해 지연이 잦았다. 불편이 크자 지난 12월 복선으로 개편해 한 곳은 가는 비행기만! 한 곳은 오는 비행기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지연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는데…(▶관련뉴스) 어김없이 늦춰진 것이다. 교통량이 많기도 많지만, 중국 항공 당국이 군사훈련 등의 이유로 운항을 허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비즈니스 시트의 묘미, 풀플랫. 에어차이나 A333은 인천-베이징 구간을 운항하는 기종 중에서는 유일하게 180도 젖혀지는 시트다.



옆좌석과 공유하는 팔걸이에 두 좌석의 시트 컨트롤러가 함께 붙어있다. 보통은 혼자 쓰는 쪽 팔걸이에 부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소 어색한 위치선정이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이 자리를 덜 프라이빗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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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핫팟이 비빔밥이 되는 순간 


본격적인 기내식이 나오기 전, 식사를 함께할 음료가 견과류와 함께 제공된다.  



이날 고른 것은 연경맥주(옌징비어), 수도 베이징의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다. ‘옌징’은 베이징의 옛말로, 서울로 치면 ‘한양맥주’쯤 되겠다. 중국 맥주를 떠올리면 칭따오나 하얼빈 맥주가 가장 익숙하기 마련이지만, 에어차이나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만큼 중국 맥주로는 연경맥주만 제공했다(외에는 하이네켄).



기내식1) ‘씨푸드 라이스’는 굴소스에 볶은 오징어, 새우 등의 해산물과 밥, 당근과 청경채가 있는 덮밥이 메인이다. 훈제 연어와 샐러드, 빵과 과일이 함께 나온다. 중국식이지만 호불호가 갈리기 어려운 무난한 맛과 향이다. 



기내식2) ‘코리안 핫팟’이라 설명받은 이것, 국물이 있는 요리를 상상했지만 비빔밥이었다. 반찬으로 제공되는 무생채와 함께 익숙한 비주얼과 맛. 



총평: 서비스, 서비스, 서비스.  


(에어차이나를 상징하는 봉황 로고)


주변인들의 중국 항공사 이용 후기를 들어보면 꼭 이런 말이 덧붙는다. 


‘너무 싸고 악평도 많아서 겁먹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 


많은사람에게 중국 항공사 이용은 ‘뭐든 지레짐작해서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경험인듯싶다. 이 때문에 이번 비행은 ‘중국이라서 이런 건가…’의 편견을 버리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애썼다. 아니, 사실 애정이 살짝 더 들어갔다. 좋아하는 것이 많은 나라의 플래그 캐리어니까.


그런 ‘업그레이드 필터’를 끼고 보았을 때, 기재나 기내식 등은 평균적인 수준이지만 승무원 서비스가 무척 아쉽다. 좁아서 움직이기도 힘든 저가항공일지라도 승무원의 친절 하나 때문에 즐거운 비행으로 기억에 남기도 하는 법. 지상직 승무원의 매뉴얼 학습과 객실 승무원의 글로벌 역량 향상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역시 중국 항공사의 서비스는…’ 하며 혀 차기는 이르다. 베이징에서 인천으로 돌아올 때 탔던, ‘우등고속’이라 불릴 정도로 다소 열악한 기종 A321로의 비행은 바로 그 ‘서비스’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 금방 찾아올 에어차이나 베이징-인천 A321 비즈니스석 후기도 기대해주시길! 



더 많은 항공 리뷰를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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