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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Jan 23. 2019

중국식 럭셔리란 이런 것.

더 페닌슐라 베이징 투숙기


베이징, 흐린 도시의 낭만


베이징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일단 대기가 누렇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행인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고, 몇몇은 자전거에 무언가 큰 짐을 싣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도시는 삭막하고, 황량하고, 무거운 질서가 찬 공기를 짓누르고 있는 분위기다. 


직접 가보기 전까지 그렇게 상상했다는 소리다. 어디서 끌어모은 이미지들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중국발 미세먼지 관련 뉴스에서, 스쳐본 세계여행 다큐멘터리에서 각인된 모습일 거다. 그렇기에 기대했다. 낡고 딱딱하고 피곤한 느낌의 베이징을, 그런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나름의 낭만을.



왕푸징, 베이징의 첫인상


하지만 택시를 타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동안 그 선입관은 조금씩 부서졌다. 우선, 공기가 너무나 맑았으며 멋진 노을이 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불타는듯한 베이징의 노을)
(실제로 서울보다 맑았다. 사진 Air matters)


거기다, 이번에 묵은 호텔 더 페닌슐라 베이징이 위치한 지역 왕푸징에 가까워지자 주변부가 미친 듯이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로 무장한 백화점들과 압도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특급호텔들이 불을 밝히고 거리를 빛내고 있었다.



너무나 활기찬 도시의 모습을 마주하니 민망하기까지 했다. 이런 곳을 두고 그다지도 촌스러운 기대를 했다니. 다소 머쓱한 상태로 호텔 ‘더 페닌슐라 베이징’에 입성했다.



더 페닌슐라 베이징

중국식 럭셔리의 끝판왕


더 페닌슐라는 1928년 홍콩에서 시작한 호텔 체인으로, 현재 방콕, 마닐라 같은 동남아의 핫한 도시부터 도쿄, 뉴욕, 파리, 시카고, 버버리힐즈 등 전 세계 럭셔리한 도시들에 지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 대륙에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자리를 잡았고, 프고에서는 홍콩과 방콕에 이미 다녀온 바 있다.



더 페닌슐라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체인 호텔임에도 지역색을 반영한다는 것. 어딜 가도 비슷비슷한 여타 호텔 체인과는 달리 외관부터 내부 소소한 디테일까지 해당 도시의 분위기를 듬뿍 담는다.



베이징의 페닌슐라도 그러했다. 중국식 패루가 입구에서부터 ‘여기는 중국이다’ 선언하는 듯하다. 현판에 쓰여 있는 ‘왕부반도주점(王府半島酒店)’이라는 한자는 ‘왕푸징에 위치한 페닌슐라 호텔’을 직역한 것. 홍콩이나 상하이의 더 페닌슐라도 ‘반도주점(半島酒店)’이라는 중국식 이름을 쓰기는 하지만, 이렇게 입구에 한자로 명시한 곳은 베이징뿐이다.




낮에 보는 외관이 패루의 색감과 건물 꼭대기의 중국식 기와를 선명하게 볼 수 있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주변에 워낙 화려한 건물들이 많은지라 홍콩점과 같은 웅장함은 없지만 나름의 담담한 매력이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흰 계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역색을 중시하는 페닌슐라지만, 상아색 대리석으로 뿜어내는 콜로니얼 스타일은 어딜 가나 동일하다. 



계단 위에서 본 로비의 전경은 이렇다. 페닌슐라의 시그니처인 흰 유니폼을 입은 도어맨들이 정문을 지키고 있다. 호텔 안에서도 창을 통해 호젓한 패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이곳이 다른 어디도 아닌 베이징의 페닌슐라 호텔이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1층과 지하 등 몇몇 층은 쇼핑 아케이드로 활용하고 있어 몇 가지 해외 명품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좌 루이비통,



우 샤넬의 구도다. 이밖에도 에르메스, 조르지오 아르마니, 베르사체 등 유수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 호텔 로비보다는 명품관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프론트 데스크는 로비 오른편에 작게 위치해 있다. 체크인을 마치면 담당 직원이 룸투어를 위해 동행한다.


▶ 더 페닌슐라 베이징 룸카테고리

- 슈페리어 스위트

- 디럭스 스위트

- 듀플렉스 스위트

- 프리미어 스위트

- 그랜드 프리머 스위트 

- 왕푸징 스위트

- 베이징 스위트


더 페닌슐라 베이징은 2017년 기존 525개였던 객실을 230개의 올 스위트룸으로 만드는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마쳐 모든 객실이 분리된 침실과 거실, 욕실과 드레스룸을 갖추고 있다. 이중 가장 기본 객실인 슈페리어 스위트에서 한 단계 높은 디럭스 스위트에서 숙박했다. 


참고로, 앞서 프론트 데스크가 작고 볼품없던(?) 이유가 바로 이 리노베이션 때 기존 프론트를 없앴기 때문이다. 손님이 거대한 프론트를 방문하는 형식이 아니라, 컨시어지가 손님을 개인적으로 환영하며 안내하는 느낌을 지향했다고(애플스토어처럼).




복도는 정갈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자기들이 놓여있다. 아이들과 함께 온다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몸가짐을 단속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창밖의 베이징

내가 알던 네가 아냐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을 내뱉게 된다면, 가장 큰 이유는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왕푸징의 그림 같은 야경 때문일 것. 홍콩이나 방콕 같은 도시의 페닌슐라에서는 물을 것도 없이 뷰를 무척 기대하게 되지만, 베이징에서도 액자를 건 듯 비현실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 예상치 못했던 터라 더 선물 같았다.



거실에는 과일과 마카롱 등 웰컴 디저트가 놓인 테이블과 소파, 업무를 볼 수 있는 데스크가 있다. 데스크 뒤편에는 미니바와 글래스웨어, 프린터 등이 있는 수납장이 있다. 



데스크는 매우 기능적으로, 오른편의 손잡이를 열면 각종 콘센트와 USB 포트를 사용할 수 있다. 젠더에 아이폰을 꽂으면 거실 중앙의 TV와 바로 동기화된다. 



왼편에 있는 스마트패드로는 조명 밝기 조절, 커튼 여닫기, 온도 조절 등 기본적인 룸 컨디션 컨트롤이 가능하다. 데스크뿐만 아니라 침실에도 두 개 더 비치되어 있어 거실과 침실에서 따로 컨트롤 할 수 있다. 



이밖에도 룸서비스 메뉴 확인과 주문부터 수건이나 얼음, 베개 요청 등 사소한 서비스까지 모두 패드 하나로 처리할 수 있다. 오래된 호텔에 종종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이유는, 특급호텔일수록 투숙객들이 빠르게 최신 기술에 익숙해지기 때문이 아닐지.



미니바에는 탄산음료와 맥주, 와인, 양주 미니어처가 몇 병 있고, 페닌슐라의 유니폼을 입은 귀여운 테디베어 키링도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는 스프라이트나 콜라가 우리 돈 4,500원 정도로 베이징 물가에 비하면 매우 비싼 편이다. 



차는 페닌슐라 자체 브랜드, 커피는 네스프레소 캡슐로 준비되어있다. 따로 구비된 티세트에도 찻잎이 들어있어 직접 우려먹을 수 있다. 티세트 또한 홍콩 페닌슐라와 동일한 제품이다. 



다과와 함께하는 티타임. 다도에 그다지 식견이 없는 두 에디터가 열심히 우려냈으나 결과는 맹물이었다.



침실은 아담한 싱글 침대 두 개가 붙어있는 트윈룸이다. 역시 창밖으로 비현실적인 해 질 녘의 왕푸징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침대 맞은편에는 TV가 있고, 침실에 있는 스마트패드로 조작할 수 있다. 침실에 있는 스마트패드로는 침실의 커튼, 조명 등을 조작할 수 있고, 그 외 기능은 거실의 스마트패드와 같다. 비치된 전화기를 사용하면 국제전화가 무료다.



충전기는 따로 챙기지 않아도 무방하다. 어떤 기계든 충전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다양한 케이블들이 서랍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침실 안쪽의 미닫이문을 열면 욕실이 등장한다. 



욕실의 구조는 홍콩이나 방콕 페닌슐라와 같다. 대칭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라면 상당히 만족스러울 수 있다. 입구 양쪽에 샤워가운이 걸려 있고 정면에 욕조, 좌우에 각각 세면대 하나씩, 좌측과 우측에 공평하게 각각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다. 



욕조에는 TV를 보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도록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더 무드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옆쪽의 패드로 ‘Bath Mode’를 실행해보자. 조명이 어두워지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순식간에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샤워 공간의 어메니티는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 웨딩드레스로 익숙한 브랜드지만, 페닌슐라에서는 샴푸와 컨디셔너, 샤워젤로 만나볼 수 있다. 역시 전 세계 페닌슐라에서 동일하게 제공된다.



화장실에도 작은 컨트롤패드가 부착되어 있다.




드레스룸 화장대에는 전화기, 헤어드라이어와 함께 네일 드라이어가 구비되어 있다. 네일 드라이어는 홍콩 페닌슐라에도 있는 것으로, 갖추는데 많은 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직접 사용할 투숙객이 그리 많지도 않겠지만 일단 있으면 호텔의 객실 서비스가 굉장히 섬세하다는 인상을 주는 효과가 있다. 



우산도 넉넉하게 두 개. 



부대시설

화이트 큐브를 지나 물속으로



3층 수영장과 피트니스로 가는 길목에는 작은 전시공간이 있다. 지난해가 터키 관광의 해였기 때문에 터키 출신 예술가인 Metin Kalkizoglu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마다 위안화(CNY)로 가격도 부착된 것을 보니 판매도 겸하는 듯했다. 


(운영시간 6AM~10PM)


실내수영장은 안타깝게도 창이 없어 밖이 보이지는 않는 대신 어두운 인테리어로 고요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18m 길이의 풀이 1.2m에서 시작해서 1.6m로 점점 깊어지는 구조다. 수온은 사계절 28도로 유지해 따뜻하다. 



수영장 양옆을 팔걸이가 있는 체어들이 두르고 있고, 선베드는 한편에 네 개가 준비되어 있다. 객실수가 적어서 그런지 자쿠지도 없고 규모 또한 큰 편은 아니다. 


(출처: 더 페닌슐라 베이징 홈페이지)


피트니스 센터에는 기본적인 기구들만 구비되어 있다. 24시간 운영하고, 요일에 따라 요가나 필라테스 등의 클래스가 진행된다. 



조식

텅 빈 세련됨



조식은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지하 1층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Jing’에서 먹었다. 


레스토랑 앞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드레스 샵이 있다. 연회장이 결혼식장으로 잘 운영되는지 호텔 안에 드레스 샵이 많아 자꾸 걸음을 멈추게 된다. 



조식 뷔페의 규모는 크지 않고 가짓수 역시 많은 편이 아니다. 그보다는 플레이팅이나 메뉴 구성에 더 신경 쓴 모습이다. 



중국식 아침 식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우장(豆浆)은 물론, 미소수프 등 따뜻하고 든든한 아침 식사를 위한 음식들이 마련됐다. 



볶음면이나 볶음밥, 궈티에(锅贴, 군만두) 같이 중국 느낌 물씬 나는 요리들이 즐비했다. 차예딴(茶葉蛋) 등 오향분 향 듬뿍 담은 중국식 달걀조림도 있다. 



찜기에는 또우샤빠오(豆沙包) 같은 팥찐빵이나 샤오마이(烧卖) 차샤오빠오(叉烧包) 같은 딤섬 등이 담겨있다. 



시리얼과 건포도, 말린 망고 등 다양한 건조과일이 있다. 



샐러드 코너 역시 따로 떼보면 조촐한데, 드레싱을 은식기에 담는 노력 같은 것들이 적은 가짓수를 숨겨준다. 



치즈는 까망베르와 에멘탈, 체다와 그뤼에르의 네 종류다. 웬만한 특급호텔의 해피아워에만 방문해도 이것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맛볼 수 있다.  



네 가지 종류의 햄과 훈제 고등어, 훈제 연어. 케이퍼와 올리브 등 곁들일 재료들이 충분히 있다. 



버섯 키쉬와 브레드 푸딩. 조식 중 가장 든든한 음식이었다. 



껍질을 깐 과일들과 껍질이 있는 과일들을 따로 두었다.  



베이커리를 조식 메뉴 중 가장 공들였다. 뷔페 중앙에 위치할뿐더러, 무척 다양한 종류를 갖추고 있다. 크로와상, 바게트같이 기본적인 식사용 빵들보다는 파이나 타르트, 머핀류의 디저트용 빵이 많았는데, 거친 빵을 선호하지 않는 한국인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반대로 유럽 투숙객들에게는 너무 달게 느껴질 법했다.



주방에 요청할 수 있는 요리로는 에그 베네딕트나 오믈렛 등 기본적인 달걀 요리와 북경식 면 요리, 중국식 죽 등이 있다. 와플이나 프렌치토스트, 팬케이크 같은 서양식 아침 식사도 주문할 수 있다. 


조식 총평: 2년 전, 더 페닌슐라 베이징은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며 객실 수를 반이 넘게 줄였지만 직원 수는 그대로 두었다. 적은 손님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였을 거다. 처음에는 페닌슐라 치고 조촐한 조식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더 진정성 있는 요리들로 채우지 않았을까 기대했다. 살펴본 결과 마련된 음식의 전반적인 세팅은 매우 세련됐고 메뉴 구성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이지만, 다른 호텔보다 확연히 퀄리티가 높지는 않았다. 



마치며  



지는 해가 구름을 잡아먹을 듯 빨아들이던 해 질 녘과는 또 달리, 동틀 때의 왕푸징은 또 다른 활기를 담고 있다. 좁고 높은 건물들이 많은 서울과 달리, 베이징의 빌딩들은 통이 넓어 하늘에서 덩어리째 턱 떨어진 것 같아 새롭다. 맑은 베이징을 마음껏 눈에 담을 수 있는 운이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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