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헬로키티, 하리보, 호빗을 그려 넣은 항공기 특별 도장
항공기에도 복고 바람이 불었다.
는 훼이크. 1975년에 찍은 대한항공의 B747이다. 지금과 다른 점이 보이는지. 맞다. 항공기의 디자인이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항공기의 ‘도장’이.
도장(Livery, 리버리, 塗裝)은 항공기를 감싼 외부 페인팅 디자인을 말한다. 보통 항공사의 회사명, 로고를 중심으로 입혀져 있다. 다채로운 색으로 외관을 꾸며 항공기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항공사를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항공기 도장에 관한 국제 규정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항공사가 새 도장의 필요성을 느끼면 변경하는 건데 보통 5년의 주기를 갖는다.
때로는 국가적 행사 혹은 특정 기업이나 관광지를 알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특별 도장을 입히기도 하고. 유명 캐릭터를 그려 넣거나 예술 작품에 버금가는 색조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 도장은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시각적 효과만 목적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과생이라면 벌써 눈치챘을 것 같은데,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항공기의 도장은 특별한 도료와 특수한 공법으로 완성된다.
항공기 도장에는 고가의 도료가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폴리우레탄 페인트가 있는데, 일반 산업용 페인트보다 신축성이 좋고 접착력도 뛰어나다. 항공기는 비행 중 영하 50도부터 영상 40도에 이르는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겪게 된다. 대기권에 날아다니는 화산재나 강력한 자외선과도 만나기 때문에 항공기 표면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도장은 항공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아하게 붓으로 그림을 그려 넣는 건 아니다. 그렇게 하다간 도료 속에 공기나 먼지가 들어가게 되고, 강풍이나 심한 온도 변화에 의해 도장이 벗겨질 수 있다.
극악의 비행 환경을 버텨야 하는 항공기의 특성에 맞게 도료를 항공기 표면에 제대로 밀착시켜야 하기 때문에 ‘정전 도장’을 하게 된다. 항공기는 플러스 극, 페인트는 마이너스 극으로 만들어 서로 끌어 당기도록 분사하는 것이 정전 도장이다. 이렇게 하면 재래식 방법보다 페인트 흡착율이 80% 이상 높아진다. 이에 따른 비용도 어마어마한데, B747-400 1대를 도장할 때 쓰는 도료의 양은 거의 1톤에 이른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2억 5천 만원 이상. 여기에 열 흘 이상의 작업 기간은 덤이다.
여기서 질문. 항공기 도장에 가장 많이 쓰이는 색은 무엇일까? 정답은 화이트다. 왜일까.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가 있다. 색을 첨가한 도료보다 값이 싸다는 것도 그중 하나지만, 더 중요한 건 역시 안전과 관련한 사실들이다.
먼저, 잘 알다시피 하얀색은 빛을 잘 반사한다. 반대로 어두운 색일수록 빛과 열을 흡수하고. 그래서 여름에는 흰 티가 진리. 여하튼 도장에 쓰이는 특수한 하얀색 페인트는 태양빛에 노출된 동체의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걸 효과적으로 줄인다. 일반적인 하얀색의 반사율이 45~50% 정도라면, 항공기 도장용 특수 페인트는 최대 80%까지 태양빛을 반사한다.
두 번째로, 하얀 바탕이면 작은 점 하나도 눈에 잘 띄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공기 동체에 균열이나 함몰 등 손상이 생겼을 때 색이 짙은 도료보다 발견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굳이 하얀색이 아니더라도 파란색 같이 밝은 계열의 도료를 많이 쓴다. 그리고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산이나 바다에서 하얀색의 항공기가 더 찾기 수월하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겠다.
백문이 불여일견.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예쁘게 단장한 항공기들을 감상해보자. 일상에서 특별 도장을 입힌 항공기를 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을 테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언젠가 뜻밖의 선물과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럴 때 옆에 있는 가족, 애인에게 멋지게 설명해줄 수 있기를.
스카이팀, 스타얼라이언스, 원월드 세 항공 동맹은 각자 특별 도장을 사용한다. 동맹을 맺은 항공사의 일부 항공기에 적용해 소속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동맹체 홍보 효과도 얻고 있다.
일본의 제1항공사 전일본공수는 스타워즈 테마 항공기를 선보였다. 월트디즈니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2017년 3월부터 일본 국내선에서 운항을 시작했다. 전일본공수는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활용한 '포켓몬 제트' 역시 하네다-삿포로 등 국내선에 운항하고 있다.
에바항공의 헬로키티 도장. 2000년대 초 헬로키티를 항공기에 그려넣은 에바항공은 이후 고객 및 팬이 상당히 늘었다고 한다. 에바항공의 상징이 된 헬로키티는 항공기 도장 뿐만 아니라 체크인 카운터와 승무원 복장 등에도 꾸며져 있으니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듯.
뉴질랜드의 대표 항공사 뉴질랜드항공은 영화 <호빗>을 항공기에 페인팅해 광고했다. 잘 알려져있듯 <호빗>의 촬영지가 뉴질랜드라는 점을 이용해 자사와 뉴질랜드, 영화 세 가지를 한 번에 홍보하는 효과를 누렸다. 또, 뉴질랜드의 럭비 국가대표팀 ‘올블랙’을 상징하는 도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말그대로 올블랙으로 뒤덮은 모습에서 뉴질랜드의 럭비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젤리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듯한 귀여운 자태의 항공기는 독일 저비용항공사 TUI플라이의 것. 독일 제과회사 하리보의 젤리를 그려넣어 가볍게 보일지 모르지만 TUI플라이는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저가항공사 TOP 10에 드는 항공사다.
KLM 네덜란드항공은 2006년에 리우 올림픽에 맞춰 자국 홍보용 도장을 공개했다. 오렌지색과 하늘색이 칠해져 있다. 합성이 아니다. 두 색은 네덜란드의 국기를 상징한다. 월드컵 때 한 번쯤 들어본 오렌지 군단을 떠올려보자.
미끈미끈한 감촉이 느껴지는 것 같은 이 연어 도장은 알래스카항공이 자사의 화물 운송 역할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했다. 미국과 유럽에 알래스카 연어를 공급할 때 알래스카항공이 지대한 역할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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