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위스호텔(WYTHE HOTEL)'에 가다
노을지는 맨하튼의 스카이라인을 보고 싶다면
잠들기 직전까지 뉴욕의 야경을 즐기고 싶다면
브루클린만의 레트로힙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입니다!
뉴욕 브루클린의 위스 에비뉴(80 Wythe Ave)에 위치한 오늘의 호텔: 위스(WYHTE)다. 위스호텔은 2012년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해변가에 오픈한 브루클린 최초의 호텔로, 이 지역에서는 역사적 의미가 큰 부티크 호텔이다.
117년된 공장 부지를 레노베이션해 호텔을 만들었다. 위스호텔이 들어서고 나서 황량한 폐공장 지대였던 윌리엄스버그 지역은 뉴욕의 신흥 부촌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예술가들과 IT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지역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복잡한 맨하튼에 싫증을 느낀 중산층들도 브루클린으로 유입되면서 새로운 고급 주택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우리나라 상도동의 핸드픽트 호텔 대표도 위스호텔을 롤모델로 꼽은 바 있다.
객실은 70개가 있으며 많은 객실에서 맨하튼의 스카이라인이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로비가 크지는 않지만 천장을 높게 만들고 통창을 내서 넓은 느낌을 냈다.
로비 한편에는 Reynard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낮에는 이토록 따스한 분위기였다가 저녁이 되면 왁자지껄한 펍으로 변한다.
풀부킹이었는지 얼리체크인이 안되서 오후 3시까지 기다렸다. 들린 희소식! 룸이 업그레이드 됐다♥
원래 예약한 룸은 ‘맨하튼 뷰 킹’으로 약 55만원이었다. 그런데 가장 상위 객실인 ‘로프트룸’으로 업그레이드!
위스호텔에는 총 9개의 룸타입이 있는데, 로프트룸들에는 이렇게 라운지(거실)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 Rooms of WYTHE
맨하튼 뷰 킹(MANHATTAN VIEW KING ROOM), 브루클린 킹(BROOKLYN KING ROOM), 브루클린 퀸(BROOKLYN QUEEN ROOM), 스튜디오 퀸 룸(STUDIO QUEEN ROOM), 벙커(BUNK BED), 노스 7TH 로프트(NORTH 7TH LOFT), 노스 8TH 로프트(NORTH 8TH LOFT), 사우스 7TH, 사우스 8TH 로프트(SOUTH 8TH LOFT)
미니바에서 풍겨오는 느낌부터 이건 딱 ‘레트로’다. 호텔이니 비싼 양주는 당연히 뻑적지근하게 디스플레이되어 있을만 한데 투박한 나무 상자에 담겨 있다. 그것도 마치 공사장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창고형 박스에. 개인적으로 PATENTED라고 적힌 아이스스쿱이 매우 맘에 들었다.
이제 침실로 들어가보자
크게 침대와 쇼파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전체적은 톤은 화이트에 원목이다. 쇼파도 원목 컬러의 가죽 쇼파로 배치해놨다.
어떻게 보면 촌스럽고 어떻게 보면 레트로 감성인 침대 공간. 처음엔 벽지와 협탁 컬러의 부조화를 보며 “대체 왜…”라고 의아해 했다가 양 옆의 스위치와 라디오를 보고는 “아 컨셉이구나” 이해했더랬다. 호텔에서 이런 ‘똑딱 스위치’를 보게 될 줄이야. 보스나 뱅앤올룹슨만 보다가 만난 이런 스피커도 새롭고.
이정도 되면 살짝 까진 침대 프레임도 의도인가 싶다.
쇼파와 커피테이블을 보니 맞는 것 같다. 빈티지샵에서 공수해 온듯한 비주얼이다. 가죽에 사용감이 있다. 누군가의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 있을 것 같은, 이제는 가죽 냄새도 다 흩어져 버린 듯한 쇼파. 가죽은 때가 타야 멋있는거라던데. 동의한다. 이 쇼파가 방 전체에서 제일 멋졌다.
위스호텔의 다른 방들에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의 가구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빈티지샵에 같은 물건 두개는 없는 법. 제조사와 상품 넘버가 완벽히 일치하는 가구도, 돌고 돌아 빈티지샵에 닿을 땐 완전히 다른 외양이 되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멋을 가지고. 위스호텔은 이 ‘개성’을 좋아하는 것 같다.
룸투어가 길었지만 사실 위스호텔 로프트룸의 핵심은 딱 한글자다.
VIEW
노르스름한 빛이 번지기 시작하는 오후 6시에 이 쇼파에 앉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빛을 내고, 까만 하늘이 맨하튼 스카이라인의 바탕색이 되어줄 때까지, 쭉 창 밖만 보고 있었다.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역시 전화기도! 이쯤 되면 확신이 든다. 위스의 컨셉은 레트로다.
엽서들이 여러장 준비되어 있는데 읽어보니 지인들에게 엽서를 써서 프론트 데스크에 가져다 주면 대신 부쳐준다고 한다. 호텔들 다니면서 처음 본 서비스였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조식 주문 태그도 넘나 귀여운 것
방 곳곳에 걸려있는 작품들은 브루클린 지역 아티스트들의 그림이라고 한다. 브루클린에 최초로 생긴 호텔인만큼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던 위스호텔.
이 방에서 가장 취향저격이었던 레트로 인테리어를 꼽으라면 바로 이것이다. 욕실 안쪽에서 문을 열고 잠그면 VACANT와 ENGAGED가 표시되는데 넘나 귀여운 것 ㅠㅠㅠㅠㅠ 나중에 내 집 사면 꼭 이렇게 해놓을 테다.
배쓰 타올로 그냥 흰 수건이 아닌 레드 스트라이프를 비치해 놓은 것부터, 70년대 미국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샤워기, 의도성이 다분한 그을려진 거울까지. 정말 컨셉틱의 끝.
하지만 레트로 컨셉 정점을 찍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 샤워가운이다. 가지고 오고 싶었다. 살 수 있냐고 물어볼걸 그랬다. 이거 한국 어디서도 구할 수 없을거 같은데.
(쟤는 마법사야 뭐야… 샤워가운 ‘짧은 어른용’도 만들어 주세요ㅠㅠ)
어메니티는 따로 없고 디스펜서에 마련되어 있다. 디스펜서 프린트도 70년대 미국에서 쓰던 느낌 그대로.
길고 길었던 룸투어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문 앞.
에코백이 있길래 “오! 선물인가?” 했는데 (당연히) 아니었다^^ 호텔에 머무는동안 사용할 수 있고, 맘에 들면 25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평생에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맨하튼의 야경을 선물해준 WYTHE를 뒤로 하고 떠나던 날,
호텔 근처에 유명한 카페가 있어서 번외편으로 소개 ;)
영화 <인턴>에 나와 유명해진 ‘파트너스 커피 로스터스(Partners Coffee Roasters)’.
커피도 도넛도 너무 맛있지만, 무엇보다 브루클린 현지인이 된 느낌을 가져볼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라 생각한다. 7월에 개인적으로 뉴욕 휴가를 가면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들고 가서 한참 앉아 있다 올 생각이다.
위스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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