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비즈니스석은 유로비즈와 유로비즈가 아닌 것으로 나뉜다
얼마 전 카타르항공과 알이탈리아 취재를 마치고 온 NAVY. 출장 전부터 그녀를 설레게 한 스케줄이 있었으니 런던~로마 구간에서 탑승할 알이탈리아 A321 비즈니스석 취재였다.
프고의 첫 유럽항공사 취재야. 재밌겠다.
열심히 취재해올게!
D-DAY! 막 탑승한 NAVY에게서 온 메시지엔 당황스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BEIGE… 여기 이상해…
이코노미 가운데만 비워 놓고는 여기가 비즈니스래.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는데 사진을 보니 이코노미 좌석에 앉은 NAVY와 가운데 좌석 너머로 또 다른 승객이 앉아 있었다. 꽤 가까운 거리감에 보는 사람까지 당황스러운 상황… 이게 비즈니스라고?
이 황당한 소식을 모두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폭풍 검색, 폭풍 공부! 그 결과, 이 세상 비즈니스는 유로비즈와 유로비즈가 아닌 것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아냈다.
대개 사람들은 비즈니스석을 이런 이미지로 떠올릴 것이다. 프라이빗하고 널찍하고 풀플랫도 되는 돈 쓸 맛 제대로 나는 그런 좌석 말이다. 하지만 유럽 항공사를 이용할 땐 예외다. 정확히는 ★유럽 항공사의 유럽 내 노선을 이용할 때!★
유럽의 기존 대형 항공사 대부분(ex. 알이탈리아, 에어프랑스, KLM, 영국항공, 루프트한자, 스위스항공)은 유럽 내 중단거리 노선 운항 시 A319, A320, A321과 같은 중소형 비행기를 운항하는데 이때 기내를 ALL 이코노미로 다 채워버린다.
그리고는 커튼 등을 이용해 구역을 나눈 뒤, 앞쪽 이코노미석은 가운데 좌석들만 비워 놓거나 레그룸을 아주 조금 더 넓혀서 비즈니스석 또는 유로 비즈니스석(Euro Business)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유로 비즈 운영사를 보자면,
Business Class Long Haul(Magnifica) / Business Class Medium Haul / Premium Economy / Economy 총 4개 유형 중 ‘Business Class Medium Haul’이 유로 비즈니스석에 속한다.
루프트한자의 유로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한눈에 봐도 두 클래스의 좌석 차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유로비즈하면 에어프랑스도 빠질 수 없다. 에어프랑스 소속의 저가항공사 ‘JOON Air’도 이를 운영할 만큼 유로 비즈에 적극적인 항공사다. 이코노미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좌석 헤드 컬러를 다르게 했다는 게 나름 포인트…?(하하)
영국항공은 ‘클럽 유럽(Club Europe)’이란 정식 클래스명을 붙여줬을 정도로 각 잡고 유로 비즈를 운영하고 있는 항공사다. 그만큼 ‘클럽 유럽’ 좌석 관리 꽤 신경을 쓰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비즈니스스러움을 극대화하는 멋진 가죽 테이블을 제공하는 것 말이다… (그래도 깨알 럭셔리)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거의 이코노미잖아요.
유로 비즈라고 해도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평균 가격이 이코노미보다 2~3배는 비싼데 시트 퀄리티는 이코노미와 똑같으니 불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꽤 오랜 시간 비난을 받아왔는데도 유럽 항공사들이 유로 비즈를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이쯤 되면 많이들 궁금해한다. “아니 대체 왜 욕먹으면서까지 이런 비즈니스를 고수하는 거야?” 일단 한 항공사 측의 답변은 이러하다.
“장거리 비행 동안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던 고객들이 유럽에 온다면, 유럽 내에서 이동할 때에도 일관된 서비스(즉 비즈니스석에서만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받길 원할 거예요. 그래서 저흰 유럽 내 노선에 이렇게라도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만, 비즈니스석만 이용하는 고객들은 어떤 노선이든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수요를 반영해 이렇게라도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
저기요.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원한 건 이런 퀄리티가 아니잖아요
3시간 이상이 걸리는 유럽 간 항공편도 거의 없는데
그냥 비즈니스석 없애는 건 어때요?
그럼에도 꿋꿋이 버티는 항공사들의 속사정은 뭘까?
몇몇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유럽 항공사의 이러한 전략이 항공기 좌석을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 판매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 항공사가 첫 4열 이코노미 라인의 가운데 좌석을 막아버리고 유로 비즈로 판매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출발일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비즈니스석 예약 건수가 적다면? 걱정 NO. 유로 비즈로 판매되고 있었던 좌석들을 다시금 이코노미로 바꿔 판매하면 된다.
완벽한 비즈니스석(우리가 아는 이런 시트)을 설치한 게 아니므로 추가적인 이코노미 예약이 들어왔을 때 아주 손쉽게 임시 비즈니스석을 제거하고 이코노미로 돌려 팔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유럽 항공사들이 이렇게 유로 비즈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유로 비즈, 과연 언제부터 등장한 걸까? 그 첫 시작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속엔 유럽항공사들의 성장통이 자리 잡고 있다.
2000년경과 9.11 테러로 인한 경제적 문제가 심화되면서 유럽 내 많은 항공사들이 곤경에 처했다. 더불어 저비용항공사의 부상과 소비자들의 여행 패턴 변화는 항공사들이 단거리 노선 비행에서 비즈니스석의 수를 유연하게 운영, 통제하면서도 수익률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그렇게 탄생한 이 날아다니는 디바이더(divider; 양각기)는 당시 그리고 현재까지도 유럽 항공사들에게는 최선의 해결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항공 분석가들에 의하면 그 어떤 항공사도 유럽 내 단거리 노선에 진정한 비즈니스를 추가하는데 더 많은 돈을 투자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아마 이 글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을 부분. “유로 비즈니스는 대체 왜 비즈니스석이죠?”
비록 좌석 시트는 저퀄리티이지만, 비즈니스가 비즈니스인 이유는 있는 법. 보통 비즈니스 승객들이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Ex) 전용 체크인 카운터, 비즈니스 라운지 이용권, 탑승 우선권 부여, 기내식 메뉴의 다양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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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유로 비즈니스의 시트를 욕해도 계속적으로 찾는 이유는 이런 프리미엄 서비스 덕분이 아닐까. 전체적으로 이번 콘텐츠에서는 유로 비즈를 까는(?) 내용이 많았지만 항공 리뷰어 입장에서는 정보를 찾는 내내 참 신선하고 재밌었다. 이번 이야기가 흥미로웠으면 하는 바람을 끝으로 다음엔 더 재미있는 콘텐츠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안녕!
재밌는 항공 이야기, 더 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