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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과 상상 Apr 25. 2020

친정엄마의 출생의 비밀

[일상] 출생의 비밀은 막장 드라마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빠와 2년 차이로 생신이 같아
결혼할 때
집안 어르신들이 난리가 났다지.
 
천생연분이 나타났다고...
 
그런 분위기에서
출생신고 몇 달 늦게 한 거란 말을
차마 못 해
40년을
아빠와 같은 날 생신을 하셨다.
 
하지만 40여 년이 지나서야 막내 이모로 인해
출생의 비밀이 드러났으니
 
아니..
40년간을 함구한
울 엄마는
입이 무거우신건가
미련스러우신 건가
 
두 번 생일 하는 거 자식들 번거롭게 한다시며 끝까지 안 하겠다는 거 빡빡 우겨서 했는데 너무나 좋아하신다.
눈물이 핑 돌아 뒤돌아 눈물 찍는 거 나는 봤네.
 


그동안 듣기 좋은 말이랍시고 우리 삼 남매들이 했던 말이 본의 아니게 엄마에게 상처를 드린 건 아닌지 죄송했다.


"와~우리 엄마 아빠는 자식들 편하게 해 주시려고

 태어나기도 같은 날 태어나셨네."


"게다가 엄마 아빠 생신이 설 명절 즈음이니

가족들도 다 모일 수 있어 더 좋지."


"다른 친구들은 양가 부모님 생신 챙긴다고 정신이 없는데 나는 엄마 아빠 생신도 같지 시어머니는 추석 당일이지 전생에 복을 많이 쌓았나 봐."




엄마 아빠는 대외적으로는 잉꼬부부다.

아주 그냥 연기가 주연급이다.

어릴 때는 그 모습이 이해가 안 됐는데

나도 결혼 생활 15년 이상 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더라.


자식들도 나이가 들다 보니

이젠 그런 모습을 농담의 소재로 삼는다.


"와~밖에 나오시니 또 잉꼬부부 컨셉 들어가냐요?"

"오늘 연기 참 좋습니다! 자, 다음 신은 포옹입니다."


엄마 아빠도 자식들의 농담에 실소를 터뜨리기 일수였는데

엄마는 '생일도 잉꼬부부'소리는 참 싫었단다.


나는 하늘도 높고 파란, 그런 날씨 좋은 가을에 태어났는데 엄동설한에 태어난 너네 아빠랑 같이 생일 하는 게 왜 그렇게 억울하던지 몰라. 티 안 내고 끝까지 같은 날 생일하고 말랬는데 암튼 니들 이모 입 정말! 그래도 좋은 건 좋다. 내가 태어난 날 생일 챙겨 먹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인지 몰랐다. 지금까지 몰랐어. 참 좋다. 좋아.



소위 '친구 같은 엄마'인 우리 엄마와는 거의 매일 통화하는 사인데도 나는 아직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아니 모르는 게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생일은 태어난 날 챙겨 먹는 게 행복하다는 거 하나 더 알았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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