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큰딸 눈에 비친 베르사유의 느낌
아침 일찍
베르사유 궁전으로 향한 어느 날
파리 외곽이라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도착했다.
그리고는
연신
'와, 루이 14세 미쳤다'를 연발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걷다 지칠 궁전이며
습지에 정원을 만들고 운하를 만들어 배 띄워 놀았겠냐고
태양왕 루이 14세가
신하인 재무장관 푸케(Nicolas Foucquet)의 보 르 비콩트(Vaux-le-Vicomte) 성을
둘러보고 온 후
어마어마한 화려함에 자존심이 상해서
가장 화려한 궁전을 지으라고 명령한 걸로 유명한 궁전이다.
50년 동안
막대한 비용을 들여 궁전을 지었는데,
원래 습지였던 이 땅의 자연조건을 완전히 바꾸어서
숲을 만들고, 분수를 만들기 위해
몇 개의 강줄기를 바꾸고, 거대한 펌프를 만들어
센 강의 물을 150m나 길어다 부었다고 한다.
1682년
파리에서 베르사유로 왕궁이 옮겨 온 이래
매일 수백 명의 귀족들이 모여 화려한 연회를 열었다.
이것은 루이 14세에게 언제 반기를 들지 모르는 귀족들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나약하게 만들려는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1789년 프랑스혁명을 일으키는 불씨가 되었단다.
하지만 다음날
루브르 박물관에서 미술사를 전공하신
가이드 선생님께서 설명하시길
루이 14세는 다섯 살에 왕위에 올랐다네.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는 자들에 맞서 살아야 했던 그
왕이 되어 왕권을 강화한 후 파리에 환멸을 느껴 여기 베르사유로 옮겼다는 얘기를 들으니
그의 삶에 짠함이 느껴졌고 누구의 인생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왕궁은
사람도 너~~ 무 많고
방들도 너~~ 무 크고
어린애 셋 집은 또 계획을 틀 수밖에 없었다.
유명한 거울의 방이고 뭐고
인파에 떠밀려 다니다 보니
땀은 나지 냉방 설비는 없지
그저 여기가 저기 같은 다 똑같은 방이었다.
남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튈까?'
텔레파시가 통했다.
그리고는
자전거 좋아하는 삼 남매와 신나게 자전거 타고
미친 사이즈의 베르사유를 돌았다.
우리에게 베르사유는
그냥
시원한 바람 가르며
신나게 자전거 타고
아이스크림 먹고
잔디밭에서 (큰딸 표현으로) 여유로운 서양인 따라 하기 놀이 한 곳이다.
최고였다!
멋진 왕궁도
광활한 정원도 아닌
우리 가족 추억 쌓은 곳으로....
다행이다.
땀냄새 맡으며 인파에 떠밀려 다니던 곳이 아닌
여유로운 서양인 따라 하기 놀이를 했던 행복한 곳으로 기억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