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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Aug 09. 2022

재능은 없고, 하고 싶은 건 많고...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나만의 작업실을 가지고 싶었다. 형편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꿈꾸고 있다.

그림 그리는 나의 너저분한 모습과 그림도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생각보다 넓고 벽에는 나의 작품들로 가득한 나만의 작업실을...


아마도 허세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많이 그려 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그림작가가 되고 싶었다. 어설픈 나의 실력을 일찍이 알았기에, 그리고 우리 집 형편을 잘 알았기에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마음속에 단단히 숨겨 놓아야만 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이가 커 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날 갑자기 마음속에 꼭꼭 숨겨놓았던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마구마구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 동안이라도 나만의 시간, 즉 작가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머리와 몸은 서로 따로 놀고 있는 듯했다. 막상 딸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에도 나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나는 나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젠 내가 아닌 딸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왈가닥인 딸아이는 활동적인 바깥활동도 좋아하지만 그림 그리기도 좋아한다. 하지만 성격답게 터프하게 몇 줄 찍찍 긋고 마는 정도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행위를 매일 하고 있다.



갑자기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잘 그리고 싶어만 하는 나 자신이... 잘 그리고 싶다면 잘 그릴 때까지 계속해서 그려야 하는데 그 시작을 못하고 있는 나... 딸아이 앞에 부끄럽다.


딸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을 그려 달라고 종이와 색연필을 내밀 때가 많다. 그냥 대충 끄적여 주면 "와~ 엄마 잘 그린다!!" 하면서 감탄한다. 웃기다. 5살 딸아이에게 칭찬을 받는 느낌... 나쁘지 않다. 그리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젠 나도 딸아이처럼 잘 그리지 못하더라도 매일같이 그림을 그려 보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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