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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Aug 11. 2022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버림받는 기분을 안다면

신혼 초 2년 동안 부산에서 살았다. 지인 하나 없는 부산. 우리는 왜 연고지가 아닌 부산을 선택했을까? 세월이 너무 흘러 그 선택의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도, 남편도 의지할 사람이라곤 우리 둘 뿐이었다. 출발은 좋았지만 부산에서의 생활은 그리 풍요롭지 못했다. 아니 힘들었다. 금전전으로도 힘들었고, 좋은 며느리, 좋은 사위 노릇 하느라 충청도와 포항을 오가며 주말마다 바빴다. 그땐 그랬었다. 무엇이 우선인지도 모른 체...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과연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 힘든 시기에 비 오는 출근길에 강아지 한 마리가 내 우산 안으로 들어왔다. 운명이었다. 보통 때 보다 이른 출근길에 생긴 일이니 난 그 강아지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강아지에게 '동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땐 드라마 '동이'가 인기 있던 시절이라 단순하게 지었다. 동이가 내게 오고 나는 단짝이 생겨 너무나 좋았다. 우리는 산책도 함께하고 내가 가는 모든 곳을 함께 다니며 모든 것을 공유했다. 친정과 시댁에 갈 때도 같이 갔다. 집 안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싫어했지만 그래도 난 늘 데리고 다녔다.


그리고 한 달 후 현관 입구에 박스에 담겨 버려진 미니핀 한 마리를 발견했다. 얼른 데리고 근처 동물병원으로 갔다. 혹시나 병원에서는 이 녀석을 알 것 같아서였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처음 보는 녀석이고 두 달 채 되지 않았다고 하셨다. 난 이 녀석의 상태를 살펴보니 피부병이 심해서 버림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해 보았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집으로 함께 갔다. 주변에 키울 사람을 모색해보기로 하고 임시보호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 미니핀의 이름은 '콜라'라고 지어 주었다. 전체적으로 갈색이고 부분적으로 검은색인 녀석의 모습을 보니 마치 콜라색을 연상케 했다. 단순한 작명이었지만 마음에 들었다.


콜라는 일주일 가량 동이와 함께 생활을 하고 포항에 살고 있는 언니네 집으로 가게 되었다. 언니는 이 핏덩이 같은 콜라를 죽을 먹여가며 건강하게 케어해 지금까지도 잘 키우고 있다.



그 해는 정말이지 이상했다. 무슨 인연이 이리도 많은지 그 해 내내 강아지들이 정확히 말해 유기견들을 얼마나 발견을 했는지, 한 번은 남편과 거제도로 드라이브를 갔다. 한 바퀴 돌다 잠시 주차한 작은 공원에서 발견한 것은 작은 박스와 강아지 다섯 마리였다. 그 강아지들은 배가 고픈지 차에서 내리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우르르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누군가가 버리고 간 것이었다. 욕이 막 나올 뻔했다.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걷는 강아지들을 이런 데다 갔다 버리고 가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인간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 주인의 원망도 잠시 멈추고 남편과 나는 강아지 다섯 마리를 모두 잡아 박스에 담았다. 그리고 충청도에 계시는 시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어머니! 강아지 다섯 마리를 주웠어요. 혹시 키우실 분 있을까요? 발바리예요~"라고 말씀드렸다. "일단, 데리고 와~"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우리는 거제도에서 바로 충청도 괴산으로 출발했다. 4시가량 달리고 달려 어머니댁엔 어두워져서 도착했다. 그 어린 강아지들은 태어나서 처음 맞이한 장거리 드라이브에 지쳤는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토한 녀석도 있었다. 그래도 다섯 마리의 건강상태는 좋아 보였다. 어머니께서 한 마리는 키우시고 나머지 네 마리는 이웃에 키우겠다는 분께 분양했다. 이렇게 우리의 강아지 구하기 임무는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이제는 주변을 쳐다보지 말고 다녀야지 라는 마음이 절로 들 정도였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동이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고, 콜라는 아직 언니 집에서 잘 살고 있지만 걷는 게 힘든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분양한 발바리들은 괴산 어딘가에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산을 떠나 이곳 안강으로 이사를 온지도 벌써 오래되었다. 이곳에서도 또 유기견 한 마리와 인연이 닿아 '미미'라는 지어주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도 몇 마리를 더 만났다. 남편이 이젠 한숨 쉬며 절대로 강아지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했다. 그 후 만난 녀석들은 남편 회사에서 임시보호를 하다 거래처 사람들께 분양을 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인연인지 강아지와의 인연이 왜 이리 질긴지...


이제는 다가와도 쳐다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의 가방에는 개들이 좋아하는 간식 '개뼈다귀'가 항상 있다. 그리고 들개가 되어 사람 곁에는 오지 않지만 주위를 맴도는 개들에게 뼈다귀 하나씩 주는 정도로만 그치고 있다.


사람들에겐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 개를 잃어버렸거나, 이사를 가며 데리고 가지 못할 이유가 생겼다거나, 개가 집을 나갔거나... 저마다 다른 이유로 유기견을 만들었겠지만 말 못 하는 개들만 불쌍할 뿐이다. 그 어떠한 이유도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버림받는 개들의 입장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한다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리라. 동물들은 존중받아야 하는 하나의 생명체이지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뿌린 데로 거두리라는 것도.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게 되리라는 것도 꼭꼭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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