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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Aug 15. 2022

마음 바꾸기

생각을 바꾸면 행복해진다

엄마가 고혈압약을 먹은 지 몇 년이 된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10년은 훨씬 더 넘은 것 같다. 하지만 약에만 의존하고 고혈압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화가 나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걱정 어린 잔소리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난 왜 몰랐을까.


엄마와 병원에 다니며 혈압약을 한가득씩 탈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티는 내려하지 않지만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나이를 먹고 자식에게 짐이 되면 안 되는데... 많이 아프기 전에 죽어야 하는데..." 엄마는 이런 말들을 간혹 하신다. 그럴 때면 뭐라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저 한숨만 나온다.


병원을 핑계로 주기적으로 만나 병원 업무를 마치고 드라이브를 한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찾아 여기저기 다닌다. 운전을 잘하지 못해 멀리 나가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아는 곳을 여기저기 다녀준다. 이것이 딸로서 한 달에 한 번씩 할 수 있는 나의 최대한의 효도이다. 의무감을 가지고 하는 행위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의무라고 생각하니 가끔은 기쁘지 않은 날도 있었다. 아니 많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발걸음이 무거운 날이 더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다. 마음을 바꿔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즐겨보기로 했다. 아픈 걸 떠나서 함께 할 수 있을 때 많이 돌아다니고, 돈을 떠나서 맛있는 것을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고,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그때그때 햇살과 바람과 계절을 만끽하기로 했다. 그런 마음으로 바꾸고 나니 나의 의무감일 때 받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기분 좋게 운전하며,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콧노래를 부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쉬운걸 왜 이렇게 늦게 깨달았을까?

지금이라도 깨닫고 마음을 달리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고 또 언제든 스트레스를 받으며 기분이 좋지 않을 날도 있을 것을 나는 안다. 나는 좀 예민한 편이라 감정의 기복이 크다. 분명 또 화내며 잔소리를 많이 하는 날도 있겠지. 하지만 하나하나 조금씩 변하려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많이 달라져 있을 거라 생각하며, 비 오는 날 엄마와 함께 경주 시장 나들이를 하며 한식뷔페를 먹고 빗소리와 잘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드라이브하던 오늘의 마음을 잘 기억하자! 마음 하나 바꿨을 뿐인데 너무나 즐거웠던 오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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