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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Aug 17. 2022

아빠에게

아빠에게

     

아빠! 잘 계시죠?

우린 모두 잘 지내요.

엄마가 많이 아프신 거 빼고는 다들 무탈해요.

엄마는 생각보다 좋지 않아요. 고혈압약에 이젠, 당뇨약이 추가되었어요.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여전히 아프고, 저번엔 코로나도 걸려서 한동안 많이 힘들었답니다.

아빠가 살아계실 땐 그토록 아빠를 미워하더니 지금은 제일 그리워하는 사람이 엄마랍니다.

한 번은 “미워도 자식보단 서방이라는 말이 있는데 맞는 말 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옆에 듣는 자식 섭섭한 마음도 모르고 말이지요.

이럴 때 보면 엄마는 참 직설적이에요.     

아빠가 꿈에 나올 때마다 엄마는 많은 고민을 해요.

“내가 갈 때가 됐나 보다. 아빠가 자꾸 데리러 오네.”

이런 말들을 할 때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그러니 아빠는 심심하더라도 제발 엄마 꿈에는 찾아가지 말아 주세요.

엄마는 그것 하나로 온갖 생각을 많이 하는 고민 많은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아빠.

아빠 살아 계실 때 내가 많이 한 말 생각나요?

땅 사드리겠다는 말. 끝내 못 지켜서 죄송해요.

땅은 아직도 못 사고 있어요. 빨리 사서 농사짓고 싶은데 말이에요.

대출이라도 해서 샀어야 했는데, 아빠가 농사짓고 내가 도와주면 환상의 짝꿍이 되었을 텐데.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 빨리 가셨는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병원이라도 다니지 왜 그렇게 곰처럼 참으셨어요.

아빠 건강 못 챙긴 게 자식들 마음에 한이 되어 남아 있다는 것만은 알아주세요.

아빠가 점점 살이 빠지고, 가쁜 숨을 쉴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저 살기 바빠 엄마, 아빠를 살피지 못한 거 너무나 죄송해요.

아빠에겐 엄청난 기대주였던 셋째였는데, 아빠의 기대에 못 미친 거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땐 나의 그릇이 너무 작았었나 봐요.      

이젠 나에게도 꿈이라는 게 생겼고, 절실히 이루고 싶은 마음도 생겼어요.

웃기죠? 마흔 중반에 꿈이라니. 어릴 땐 그냥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냥 시간 가는 대로 살았는데요.

이제야 미치도록 하고 싶은 게 생기다니. 제가 생각해도 웃겨요.     

엄마랑은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함께 데이트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물론 엄마는 만족하지는 못하지만요.

아빠가 엄마와 함께 많이 돌아다녔기에 전 그렇게까지는 못 해드려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에서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이해하시죠?

나도 나의 가정을 챙겨야 하는 전업주부잖아요.     


보고 싶은 아빠.

계속되는 폭염으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요즘이지만 아빠 계신 곳만은 시원하길 바라볼게요.

그리고 우리 네 명의 형제들과 엄마, 모두 건강하고 앞길 짱짱하게 풀리도록 하늘에서 밀어주세요. 제발~

아빠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쓰는 편지에 부탁만 했네요. 제가 좀 그래요.

더는 엄마는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히 계세요.

엄마에겐 잘나진 못하지만 네 명의 자식이 있으니까요.

그럼 이만 줄일게요.

그곳에서 언제나 편안하시길…     


2022.08.05.

아빠의 기대주 서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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