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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Aug 18. 2022

동이에게

동이에게

     

동아, 안녕?

정말 오랜만이지? 잘 지내고 있었니?

여긴 계속되는 더위로 에어컨 없인 못 사는 정도란다.  

아픈 곳은 괜찮은 거지? 그곳에선 전혀 아프지 않으리라 생각할게. 그래야 이 엄마의 마음도 덜 아프지.

너의 반쪽인 미미도 요즘 건강이 별로란다.

당연한 노화 현상이라지만 귀도 어두워졌고, 달리기도 예전 같지 않아. 그렇게 좋아하던 외출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단다. 하지만 넘치는 식욕은 여전해서 웃음을 자아내지.

한 번은 율이의 머리 고무줄을 먹어 응가를 눌 때마다 고무줄이 나왔단다.

사료 빼고는 모든 걸 먹어 해치우려는 경향이 있어 걱정이야. 그래도 식욕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뭐야.

요즘 부쩍 외로운지 엄마가 자리를 비울 때면 많이 운단다.


율이를 보살피는 것만으로 너무나 힘들어, 미미에겐 많이 소홀해서 미안한 마음뿐이란다.

아빠 말로는 미미도 몇 년 안 남은 것 같다고 하는데, 만약 미미가 너에게로 가게 된다면 엄마는 안심이야. 네가 외롭지 않을 거니까.

항상 너를 먼저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미미는 몰랐으면 하는 바람이야.

만나더라도 말하지는 말아줘.

엄마가 미미에게 크게 사랑을 베풀지 않았다는 걸 미미는 알겠지만 말이야.

율이가 너의 빈자리를 대신해줘서 너를 잊고 살 수 있었단다.

하지만 내 맘 깊은 곳엔 언제나 너의 자리는 그대로 있는 거 알지?     

 

엄마에게 올 때도 운명처럼 오더니 갈 때마저 엄마 외롭지 않게 율이가 있는 거 확인하고 떠난 너.

그것도 엄마 힘들까 봐 아빠가 집에 있는 일요일에 떠난 너. 이런 너를 내가 어찌 잊을 수 있겠니.

너를 묻으러 가는 차에서 나온 알리의 ‘365일’이라는 곡은 이제 너의 노래가 되었단다.

절대 듣지 않는 노래가 됐기도 하지.

‘동이’라는 이름을 입 밖으로 내면 아직도 눈가가 먼저 뜨거워진단다.      

얼마나 지나야 괜찮아지려나.

그리고 동아, 엄마에겐 멋진 꿈이 생겼단다. 그래서 요즘 너무 행복해.

아직 육아로 지치고 힘들 때가 많지만, 꿈이 있어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단다.

그러니 이 엄마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동아,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있으렴.

너 묻힌 곳 찾아가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지 말고.

엄마는 이 전쟁 같은 더위와 싸워 이겨야 하고,

율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미미의 노후를 책임지기도 하고, 바쁘게 지낼 거란다.

기회가 된다면 너의 얘기로 그림책을 한번 만들어 볼 계획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네.      


우리 사랑하는 동아, 잘 있으렴.

엄마도 잘 지낼게.

그럼 안녕     


2022.08.04.

영원한 너의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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