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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Jan 27. 2023

실패를 두려워 말자

노력은 성장으로 보답한다.

오전 수업이 있는 날이다.

서둘러 준비해서 나가야 하는데 딸아이가 말썽이다.     

이제 막 여섯 살이 된 딸아이는 요즘 계속 못된 말을 많이 하고 고집을 부리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울어버린다.     


그런 딸아이와 아침부터 전쟁을 치르며 등원을 시키고, 공방으로 향했다.

선생님께 딸아이와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인생 선배인 선생님께서는 한마디 해주었다.     


“이제 시작이에요.”     


아.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니. 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다른 제자가 들어왔다.

나는 처음 보는 그분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그분은 오십에서 육십 정도의 나이로 보였고 피부에서 광이 났다.

새해부터는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며 공방까지 걸어왔다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피부가 다르구나라고.    

 

평소 산악회에 다니고, 맨발 걷기도 하고, 취미로 시낭송을 한다고 했다.

본업은 서예 선생님이고, 작품활동을 주로 한다고 했다.     


나의 소개는 선생님께서 해주었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쓰는 작가라고.

쑥스러웠다.     


거기에다 선생님께서 책 홍보까지 해주었다.

책 속의 그림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내가 그렸다는 것을 강조해 주었다.     

서로의 칭찬으로 시작한 수업은 화기애애했다.


매번 혼자만 수업을 하다가 여러 명 수업을 하니 기분이 새로웠다.

이번주는 설날 때문에 요일이 변경되었지만, 다음 주부터는 또다시 혼자 수업을 한다.

장단점이 모두 있지만 역시 분위기는 사람이 많아야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선물로 받은 오미자차를 타서 내게 건네주었다.

새콤달콤하니 맛있었다.

사람들의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나는 글씨 쓰는 것에 집중했다.     


화선지가 여러 장 겹겹이 쌓여 갈수록 손에는 힘이 빠졌다.

그 힘은 글씨로 쉽게 나타난다.     

선생님께서는 그럴 때는 쉬어야 한다고 했다.


너무 잘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면 금방 지치고 힘이 빠진다고도 말했다.     

나는 차를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내 옆에 앉은 분이 선생님께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여러 스타일로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곧 입춘이라 연습해서 문 앞에 붙이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분은 서예를 하던 분이라 매년 한문으로 적어 붙여왔지만 이번엔 특색 있게 캘리그래피로 적어 멋지게 붙이겠다는 포부였다.     


캘리그래피 수업은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금방 흘렀다.

나는 자리를 정리하며 연습해 올 숙제를 달라고 했다.

주말에는 글씨를 쓸 시간이 없지만 열심히 해볼 생각이었다.    

 

12시 언니의 집이자 나의 작업실로 향했다.

내가 들어섬과 동시에 맨날 밥 먹으러 오는 녀석이 나를 뒤 따라왔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밥 줄 테니”

“니냐옹~”     

빨리 달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서둘러 사료와 통조림을 썩어 항상 놓아두는 밥그릇에 담아 주었다.

그 녀석은 곧바로 사료 쪽으로 가지 않고 나를 향해 몇 번을 더 울었다.     

“니냐옹~ 니냐옹~”     


마치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작년 12월 언니네 창고방으로 나의 작업실을 임시로 옮겼다.

이 녀석과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다른 길고양이들과는 다르게 몸이 왜소하고 어딘가 아파 보였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부터 사료를 사 와서 주기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녀석을 데려다 병원까지 갈 용기는 나지 않지만, 밥 정도는 내가 매일 챙겨주리라는 생각을 하며 살피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입에서 게거품처럼 침이 항상 흐르고 있었다.


아. 쥐약을 먹었나.

아픈 게 분명하구나.

언제나 적당한 거리에서 나를 바라보며 우는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이렇게 밥을 열심히 먹고 제발 건강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고양이 걱정을 뒤로하고 작업에 몰두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있는 민화 수업을 위해 미리 밑색을 칠하고 있다.

오늘은 해와 달. 그리고 하늘을 칠했다.

넓은 면적이라 자꾸 얼룩지게 칠해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멋지게 칠해서 들고 가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었는데.

나의 손은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니 언제나 아쉽다.     


작업실에서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에너지 소비가 많아서 믹스커피를 많이 먹게 된다.

남편이 사다준 믹스커피 한 박스를 다 먹고 나면 이젠 절대로 믹스커피를 먹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 건강도 챙겨야 하니. 가장 손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믹스커피 안 먹기.

하지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건강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것이고, 좋지 않은 음식은 자제할 것이다.

그래서 딸아이가 운동회를 하게 되면 멋지게 함께 달려주는 엄마가 되어보리라.

몸짱 엄마는 아니더라도 달리다 넘어지는 못난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지.    

 

일단 하루 만보 걷기.


물론 오늘은 실패다.

날씨가 너무 추웠다. 부끄럽게도 날씨 핑계를 대본다.

하지만 실패를 해도 나는 매일매일 새롭게 도전할 것이다.

나에게 도전은 삶의 원동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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