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가끔 오는 고객이 이번에는 딸을 데리고 왔다.
딸의 상태를 보니 중증장애인인데 집에서 혼자 케어를 하는 듯 보였다.
우체국을 방문한 이유는 국가에서 수급자들에게 국가사업의 일환인 보험이 있는데
그 보험이 만기가 되어 다시 갱신하러 온 것이다.
딸은 본인이 한 글자라도 어떻게든 써보려고 하는데 손가락이 다 굳어서 마음처럼 움직이질
않는 상태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니 마음이 조금은 아파왔다.
딸의 엄마는 서류가 미비하여 다시 준비를 해올 상태였는데
딸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그런 딸을 데리고 행정복지센터까지 다시금 갈려고 하면
힘들 거 같아서 내가 딸 봐줄 테니까 얼른 다녀오라며 고객에게 말했다.
고객 또한 무릎이 편치 않아서 걷는 게 뒤뚱뒤뚱한 상태였다.
그렇게 고객이 오고 딸의 보험을 가입하는데 1년짜리로 한다는 게 아닌가?
나는 왜 1년짜리 하냐고… 어차피 돈 3만 원 내면 3년 후에 다시 돌려주는데…
그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고객은 내가 오늘 돈을 1만 원 밖에 안 가지고 왔어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내가 2만 원 빌려 줄 테니 다음에 여유될 때 가져다주시고 오늘 딸 어렵게 데리고 나왔는데
그냥 3년짜리로 하라고 하면서 내 지갑에서 2만 원을 꺼내서 드렸다.
고객은 너무 고마워하며 본인이 꼭 갚겠다고 인사를 하였다.
그렇게 딸의 보험이 가입이 되고 딸의 손을 꼭 잡고 가는 고객을 보면서
장애를 가졌어도 누구보다 귀하고 고운 딸이라는 걸 느꼈다.
나에게 2만 원이라는 돈은 작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값지게 사용되어 기쁘다.
원래 받는 기쁨보다는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 하는데.. 나는 그 고객에게 돈을 빌려줬지만
받은 기쁨은 몇 배인 거 같아서 참으로 뿌듯했다.